2020년 7월 15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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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충장 22’ 개관에 부쳐

  • 입력날짜 : 2020. 06.04. 19:27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시민문화관장
충장로는 광주의 심장이었다. 특히 4-5가가 그랬었다. 진짜다. 누군가는 반문할거다. 한산하기 그지없고 낡을 대로 낡아버린 거리가 무슨 심장이었겠냐고. 언제 적 이야기인가 싶을 거다. 그러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분명 그랬었던 적이 있었다. 먼저 일제 강점기 시절이다. 중심상권이었던 충장로 1-3가가 일본 상인들의 주 무대였던데 반해 4-5가는 조선 상인들의 보금자리였다. 광주사람들은 이곳에 조선의 불을 밝혔다. 이곳의 전성기는 60-70년대다. 인근에 광주여객, 금성여객, 함평여객 등 여객별로 터미널이 분산돼 있었다. 현재까지 도매상이 남아있는 것도 그 때의 영향이다. 그리고 현재 롯데백화점 자리에 종합터미널이 자리했고 광천터미널로 이전해간 80년대 후반까지 4-5가는 번영을 누렸다. 광주의 중심, 충장로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광주를 꽃피워냈다.

그동안 격동의 세월이 있었다. 일제를 견뎌냈고 산업화시대를 거쳐 80년 5월 군부독재의 군화발 아래 시민들이 처참하게 짓밟혔다. 충장로는 금남로와 함께 광주의 대동정신을 표출시키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낸 본거지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상처와 아픔이 컸다. 그 생채기가 채 아물기도 전에 상무 신도심 개발과 도청의 무안 이전으로 충장로는 황량하고 쓸쓸한 동네가 돼버렸다. 세월이 무색해진 것이다. 어느덧 추억의 공간으로 살짝 비켜섰다. 1990년대 충장로는 추억이란 테마를 빌미로 재기를 꿈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역축제의 봉우리에 우뚝 섰다. 충장로의 돌고 도는 변천사다.

2016년 봄이었나 보다. 광주시립극단이 연극 ‘신시야화’를 광주문화재단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 무대에 올렸다. 신시야화는 ‘새로운 도시의 밤을 밝히는 불’이란 뜻이다. 이 연극은 충장로 5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1930년대 조선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충장로를 터전으로 성공신화를 쓴 최선진(광주극장주, 유은학원 설립자), 추양임(추양임 상점 사장) 김세라(충장로 최초의 여자 상인) 등 실존 인물이 등장했다. 그리고 1930년대 빈번했던 화재사건, 1935년 광주극장 개관과 같은 실화를 모티브로 연극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미를 더했다. 그리하여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무대에서 최선진은 이렇게 외쳤다. “조선사람을 위한 극장을 만드는 거다. 어디가 좋을까? 충장로다. 거기서도 조선인과 조선인 상가가 밀집한 충장로 5가”라고.

지난달 22일 충장로 5가에 위치한 ‘충장 22’가 개관됐다. ‘충장22’는 1975년에 지어진 간장공장 건물을 광주시 동구청의 도시재생 선도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한 문화복합공간이다. 동구청은 충장로의 부흥을 꾀하기 위해 리노베이션 등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충장로 상인의 아지트가 됨은 물론 청년 문화예술가들의 창작 및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을 필두로 소소하지만 전시장과 공연장기능까지 갖췄다. 주소는 충장로 22번길 그리고 레지던시 객실이 22개다. 명칭은 바로 그 숫자에서 따왔다. 개관식엔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충장로 4-5가의 르네상스를 기원했다. 산수동, 예술의 거리에 이어 충장로 5가의 도시재생사업에 힘써온 임택 동구청장은 “충장 22가 광주의 역사, 문화와 만나고 사람과 예술을 품으며 모두의 보금자리가 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 산업유산의 중심지에서 문화의 옷으로 차려입은 ‘충장 22’,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광주가 보듬어온 광주 문화의 힘을 쏟아 부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과거 광주학생독립운동과 광주산업을 이끌었던 충장로가 다시 빛나고 있다. 젊은 아티스트와 지역 상인, 그리고 외부 방문객들이 손을 내밀어 교류하는 공간, 충장 22가 발전소가 되어 침체된 거리를 되살리게 된다. 개관식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소망을 가슴에 안고 4층까지 시설투어를 마쳤다. 옥상까지 한달음에 올라가 쳐다 본 5월의 창공이 짙푸르다. 그 맑은 기운을 내려 받아 충장22가 빛날 날이 머지않았다. 충장로 전체가 북적이고 동구가 들썩일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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