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8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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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여수 갯가길 3코스
바다 향해 나아가는 거북 형상의 산에 안기다

  • 입력날짜 : 2020. 06.09. 17:22
향일암에서 본 풍경. 지척의 임포마을과 거북머리를 비롯해 돌산도 해변과 푸른 바다가 저 멀리 남해도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삶은 만남과 교류를 통해 윤택해진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형제와 만나고,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동료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람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만남은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
여수 갯가길 3코스가 시작되는 방죽포해수욕장에 도착하니 해수욕장을 수령 200년이 넘는 해송 숲이 감싸고 있다. 돌산도에 있는 해수욕장은 대부분 몽돌로 이뤄져 있는데, 방죽포해수욕장은 유일하게 백사장이다. 방죽포해수욕장은 길이 190m, 폭 30m로 규모는 작지만 해송 방풍림이 울창하고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다.

백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향일암을 품고 있는 금오산과 임포가 손짓한다. 바닷물은 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이제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해변 갯바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해변은 갯바위로 이어지고, 벼랑위로 산비탈이 형성돼 있다.

바닷물은 바위나 몽돌을 향해 소꿉장난하듯 끊임없이 들락날락한다. 잔잔하게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와 바위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갯바위 위를 걷다가 숲길로 올라선다. 여수 갯가길은 해변숲길과 갯바위길이 번갈아가며 반복된다.

숲길을 걷다보면 어김없이 전망 좋은 곳이 나타나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조금 전 만났던 방죽포해수욕장이 주변 산과 함께 바다를 맞이하는 모습이 정겹다. 향일암으로 통하는 도로 위쪽에는 돌산도 최고봉 봉황산(460m)이 우뚝 서 있다. 봉황산 줄기는 금오산으로 이어진 후 임포로 고도를 급격하게 낮춰 바다로 스며든다.

숲길에는 후박나무,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등 난대림이 울창하다. 방죽포해수욕장은 점점 멀어지고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북동쪽에서 남해도가 고개를 내민다. 길은 해변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산비탈로 올라서곤 한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바다를 바라볼 때는 가슴이 시원해지고, 숲길을 걸을 때는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정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숲속 새소리와 함께 감미로운 자연음악이 된다.
앞에서 다가오는 금오산은 거북등 같고, 고도를 낮춘 임포는 거북머리를 닮았다. 금오산과 임포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거대한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다.

가파른 벼랑 위에는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로프형 펜스를 설치해놓았다. 앞에서 다가오는 금오산은 거북등 같고, 고도를 낮춘 임포는 거북머리를 닮았다. 금오산과 임포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거대한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다. 금오산 앞쪽 바다에 밤섬이 떠 있고, 밤섬 앞에 소율마을이 산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백포마을 앞 타원형 해변에는 매끈한 몽돌밭이 펼쳐지고 해변 한쪽에는 작은 포구도 형성돼 있다.

갯바위에 놓인 데크길을 따라가니 백포마을이다. 마을 앞 타원형 해변에는 매끈한 몽돌밭이 펼쳐지고 해변 한쪽에는 작은 포구도 형성돼 있다. 거칠었던 돌들이 오랜 시간을 거쳐 오는 동안 파도에 씻겨 반질반질한 몽돌이 됐을 것이다. 몽돌뿐만 아니라 자연을 이루고 있는 산과 바다, 해변의 바위들 모두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준 산물이다. 자연이 지켜온 억겁의 세월에 비하면 인간은 찰나를 살고 간다. 잠시 스쳐가는 인간들이 자연의 주인인 것처럼 대대로 이어져온 자연을 마음대로 부수고 오염시키는 오만을 부린다.

몽돌해변을 지나 아기자기한 바위지대에서 해변과 망망대해가 만들어준 풍경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바닷물과 만나는 바위들은 누워있는 각도도 다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기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룰 때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

돌산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마주보고 있는 남해도의 모습은 갯가길을 걷는 내내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조업을 나가는 배 한 척이 바다를 가르며 천천히 달려간다. 우리는 바위에 앉아 자연속의 한 요소가 된다. 자연은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해준다.

대율마을과 소율마을 앞에 떠 있는 밤섬. 섬의 모양이 밤처럼 생겼다 해서 밤섬이라 했고, 한자로 표기해 율도(栗島)라 했다.
밤섬이 지척에 와 있다. 섬의 모양이 밤처럼 생겼다 해서 밤섬이라 했고, 한자로 표기해 율도(栗島)라 했다. 작은 포구가 있는 대율마을로 들어선다. 산줄기가 감싸고 앞쪽으로 몽돌해변을 이루고 있는 대율마을 앞에는 밤섬이 자리하고 있다. 대율마을, 소율마을 모두 밤섬(율도)에서 그 이름이 비롯됐다.

대율마을에서 해변을 따라 소율마을로 가는데, 바위에서 톳을 따는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다. 바닷물이 닿는 갯바위에 붙어서 가늘고 길게 자란 톳은 살짝 데쳐서 무치면 맛있는 톳무침이 된다. 밤섬을 앞에 두고 대율마을과 소율마을이 이웃하고 있다.

잠시 숲길을 걷고 나니 임포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는 임포마을과 향일암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도로 갓길에 놓인 데크길을 따라 임포로 향한다. 금오산이 거북등이라면 임포마을은 거북목이고, 마을 앞 언덕은 거북머리에 해당한다. 갯가길 3코스 종점은 임포마을이지만 우리는 향일암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임포마을 상가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니 ‘금오산 향일암’이라 쓰인 일주문이 기다리고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세속에 물든 마음의 때를 벗긴다. 석문에 들어서기 전 임포마을과 거북머리를 내려다본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돌산도 해변과 푸른 바다가 저 멀리 남해도와 함께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풍경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향일암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몇 개의 좁은 석문을 통과해야한다. 이 석문은 자연이 만든 해탈문이다. 부처의 세계로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으되 해탈에 이르는 문은 좁다. 좁은 해탈문을 통과하고서야 절 마당에 들어선다.

향일암은 금오산의 수직절리를 이룬 바위를 등지고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바다를 마당삼아 앉아 있다. 동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향일암(向日庵)은 ‘해를 향하는 암자’다. 절벽위에 자리 잡은 향일암에서는 파도소리가 스님을 대신해 염불을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좁은 절 마당에서 연등이 화사한 빛깔을 뽐낸다. 향일암은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와 함께 우리나라 4대 해수관음성지로 알려져 있다.

좁은 산비탈에 있는 향일암은 바위 사이사이에 작은 전각들이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 바위굴을 지나거나 바위틈을 지나면 또 다른 전각이 나오곤 한다. 원통보전 뒤쪽 관음전으로 가는 길도 관음굴이라 불리는 바위굴을 통과해야 한다. 관음보살상 앞에서 정성껏 두 손을 모은다. 관세음보살의 자애로운 눈빛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바다에서는 햇살에 비췬 윤슬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여행쪽지
▶여수 갯가길 3코스는 돌산도 방죽포해수욕장에서 해안을 따라 비렁길과 숲길, 고즈넉한 해변마을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코스 : 방죽포해수욕장→백포→기포→대율→소율→임포마을(→향일암→임포마을)
▶거리/소요시간 : 8㎞/3시간 소요(향일암 왕복시 1.5㎞ 추가)
▶향일암 입구 임포에는 식당이 많다. 대율마을에 있는 여수밥상 갈치야(061-644-9636)의 갈치조림, 갈치구이가 맛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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