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화요일)
홈 >> 오피니언 > 남성숙칼럼

불가항력(不可抗力)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 입력날짜 : 2020. 07.15. 19:13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절망감이다. 대체 의지를 가지고 뭔가를 시도해볼 수 없다. 코로나19 앞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불가항력이다.

불가항력(不可抗力, force majeure)은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을 포함하여 외부로부터 발생한 일로서 보통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수단을 다하여서도 피할 수 없었던 것을 지칭하는 법률용어이다. 주로 사법(私法)상의 책임 또는 채무 그 밖의 불이익을 면하게 하는 항변 사유가 되는 관념이다. 불가항력의 대표적인 예로서 자연사, 폭풍우, 홍수, 지진, 낙뢰(이상은 인간의 힘이 전혀 가해지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했더라도 방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으로 보아야 할 사고이다), 화재, 산업혼란, 재앙, 정부법령의 변동, 폭동, 반란, 전쟁 등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손님이 없어 식당에서 잘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일거리가 없는 직장에서 손들고 나와야 하는 상황, 불가항력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7000명에 가까운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대구시민들은 불가항력 상황에서 많은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코로나가 일상생활 전반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구시민 1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7%가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했다. 코로나 발생후 지난 3개월간 대구시민은 불안·충격과 분노(2월 중순)→불안·공포(3월)→안도·불안(4-5월말) 등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감정적 변화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성이 남성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또 지속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도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인해 대구와 비슷하게 시민의 삶이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다. 광주시는 14일 지역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시행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2주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 2일 1단계에서 2단계 격상으로 시행 중인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집합·모임·행사 금지, 다중 이용 공공시설 운영 중단,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 노인 요양 시설 면회 금지 등 조치가 유지된다. 다수 확진자가 발생한 고위험 시설인 방문 판매 업체 집합 금지 기간도 연장된다. 광주에는 직접 판매 홍보관을 포함해 512곳이 있다. 정부가 고위험 시설로 지정한 클럽, 유흥주점, 감성주점, 노래연습장 등 11개 영업장과 시에서 지정한 PC방, 학원, 종교시설, 지하 게임장, 장례식장 등 11개 시설의 집합도 제한된다. 지하 고위험 시설 중 밀접·밀폐·밀집 등 ‘3밀 공간’은 집합 금지 대상이다.

광주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감염경로 파악이 가능한 ‘관리 범위’에 있지만, ‘조용한 전파’ 가능성은 여전해 방역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상황은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일상에서 조금씩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감내해야 할 시간이다. 폭발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처럼 장기화될 수 있는 현실, 불가항력적인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설피 정지된 시간이 길어지니 너나없이 피로도가 증가하고 있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마스크의 체감온도는 높아가지만 안 쓰면 안 되는 상황이다.

걱정스런 점은 코로나19가 우리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너무나 잘 파고드는 것이다. 혼자 사는 노인, 다양한 사람들을 전화나 택배를 통해 만나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건강의 문제로 입원을 하는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장기화될수록 경제, 건강, 사회적 지지가 취약한 대상자들이 걱정이다. 그들은 점점 옥죄오는 코로나19를 보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더욱 심리적 고립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돌봄을 적절하게 받기 어려운 아동, 장애인, 노인계층이 소외되지 않도록 국가와 개인이 모두 함께 주변을 돌보아야 할 시점이다.

필자의 경우 불가항력을 느끼며 코로나19에 항복하고나니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비정상의 일상화, 정상의 예외화는 이제 낯선 표현이 아니다.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지금 상황도 문제이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의 삶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관심이 더 집중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로 멈춘 삶을 불안해 한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기다리면 다시 좋아질 거야’라고 생각하고, 단순히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면 좋은 순간이 올까? 이럴 때 우리가 취할 생존 공식의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은 광주공동체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벽을 넘어설 용기와 단호함이 있어야 한다. 변화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희망보다는 실천의 용기가 필요하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