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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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제대로 해야 희망이다
임우진
민선 6기 광주 서구청장

  • 입력날짜 : 2020. 08.09. 18:55
금년도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상황에 직면하여 건강과 안전은 물론, 우리의 삶의 방식 등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류문명의 지속과 번영을 위한 국제적 질서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때, 선진국들의 백신 사재기 등 자국이익에만 급급한 대응과정을 보면서, 기후변화, 기아, 전쟁 등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과제들을 양보와 협력을 통해 원만히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국가적 지역적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치는 상대를 존중 타협하기보다는 부정 말살하여 권력을 쟁취하고 지속하려는 극단적 대결을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도 정당과 이념으로 나뉘어 잘못된 정치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극단적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방은 중앙의 거대 양당이 독점적으로 분할 지배하여, 지역 내 합리적 경쟁과 비판은 실종되고 비효율과 낭비의 폐해가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정치와 자치가 국가와 지역의 시대적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민주적 시스템으로 자리 잡지 못한 것은, 1차적으로 국정과 지역살림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중앙-대통령, 정부, 국회, 정당, 지방-단체장, 의원, 공직자)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대리인들을 주인인 국민과 주민이 제대로 감시 비판하고 심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토크빌은 ‘국민의 수준을 능가하는 정치는 없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가 맡긴 정부를 합리적으로 비판·감시하고,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상부상조하며, 자신들의 일을 자율과 책임아래 스스로 하는 성숙된 민주시민의식을 어떻게 높여갈 것인가이다.

필자는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학교’라고 하듯이 주민이 직접 지역공동체의 운영을 책임 맡아 일하면서 ‘공동체의 일이 곧 나의 일’임을 깨닫게 하는 주민자치야말로 민주시민의식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하였다.(본보 6월29자 게재)

기초지자체인 시군구에서는 지난 20여년 동안 읍면동 기능 축소, 주민자치센타 설치 등 주민자치 육성 노력을 해 왔고, 최근에는 보다 기능이 강화된 주민자치회를 출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 주민자치는 아직은 매우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자치의식과 역량의 성숙은 주민자치를 주민자치답게 제대로 실시할 때에 비로소 가능한 것임을 생각하면, 주민자치의 성숙 발전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민주도시 광주의 지역적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주민자치 육성을 위해 시군구가 꼭 지켜야 할 몇 가지를 지적해 두고자 한다.

첫째, 주민자치 육성은 주민들의 자발성·자율성·자생력 등 자치의식과 역량의 함양을 제일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주민자치 활동의 결과로 얻게 되는 살기 좋은 마을, 편리한 시설물 등 어떠한 성과물도 주민의 자발성·자율성 등 자치의식을 훼손해서는 의미가 없다.

둘째, 마을의 일은 가능한 한 지도자들에게 맡기고 행정개입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마을의 문제는 지도자들끼리 마을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고 어려운 부분은 행정에 지원 요청한다. 성과에 급급한 획일적 기준 목표 등의 지침시달은 주민자치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관치화를 유발한다.

셋째, 주민자치에 대한 지원은 주민의 자율역량이 성숙해 가도록 협치적 차원에서 필요한 최소한으로 한다. 자치의식이 매우 낮은 경우, 의식은 있으나 무엇을 할지 모르는 경우 등 의식과 역량수준에 맞추어 적절하게 지원한다. 과도한 관심이나 지원은 자칫 자발성을 약화시키고, 역량이 미약한 주민지도자에게 무리한 요구는 봉사의욕을 잃게 된다. 재정적 지원은 자발적 의지를 확인한 후 사후적으로 최소한에 그친다. 숙원 사업은 주민지도자들이 우선순위를 합의하면 그에 따라 지원한다.

넷째, 주민조직에 정치적인 개입 또는 활용은 주민자치를 파괴하게 된다. 주민자치 육성과정에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주민조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선심성 시혜적 지원이다.

이상의 지적들은 주민자치의 본질상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당연한 것을 굳이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주민자치가 이러한 본질적 요건조차 잘 지켜지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선거직인 단체장은 늘 다음선거와 공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업무성과보다는 정치 세력화를 우선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는 곧 주민자치 개입과 정치세력화 유혹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민의식의 성숙이 국가와 지역발전의 관건임을 인식한다면, 진정한 주민자치 육성 책무를 다하고자 한다면, 광주를 명실상부한 민주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면, 제대로 하는 주민자치로 지역의 희망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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