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6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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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다양성, 지역이 중심이다
유근기
곡성군수

  • 입력날짜 : 2020. 08.12. 19:29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대사다. 당시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 짧은 대사에는 교육에 대한 우리들의 열망과 깊은 불안이 그림자처럼 깔려 있다.

드라마 속에 그려진 학생들과 학부모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따로 있었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시청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부유층의 입시전략을 따라할 방법을 모색했고, 사교육계에서는 입시 컨설턴트 등의 주가가 치솟았다.

우리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교사와 학교,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는 그 해결책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우리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문제적’ 교육 행렬에 합류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에서 배제되고 뒤쳐진다는 불안감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장해나가는 행복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 지금의 획일화된 지식 중심 교육이 견고한 성(城)을 유지한다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공허한 울림일 뿐일 것이다. 국가 중심의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교육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가치와 방법으로 교육과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역사회가 교육의 주체로 참여해 교육자치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주변인이 아니라 모두 제 삶의 주인공인 것처럼 지역도 교육의 변두리가 아니라 각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곡성군은 지난 6월 지자체 최초로 미래교육재단을 출범시켰다. 지자체와 교육지원청과의 관관 협업체였던 미래교육협력센터를 민관학이 함께 하는 독립기구로 발전시킨 것이다.

재단은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배움 중심사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농촌 지역의 아이들이 전국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며 높은 수준의 학습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지역 구성원들이 ‘사유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재단이 추구하는 배움 중심사회가 무엇인지는 얼마 전 진행했던 청소년 진로 연극 ‘숨은공존찾기’가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재단과 극단 마실이 함께 추진한 숨은 공존찾기는 지역 청소년들이 예술을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학습 활동이다. 극단 마실 측은 연극 진로특강을 통해 연기·작곡·영상·움직임이라는 4개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을 모집해 연극 캠프를 열었다. 참여한 청소년들은 미국에 있는 한인 청소년 10명과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협업하며 작품을 창작해 무대에 올랐다.

이러한 교실 밖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관심 있는 분야에 즐겁게 참여하면서도 지식과 기능을 익힐 수 있었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 연극이라는 장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펼치면서도 동료들과 협의하며 주도성, 책임감, 배려 등의 태도를 내면화했다. 이는 지식, 기능, 태도를 분리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개인의 가치와 자기 결정권 등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완성하는 바람직한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했다.

물론 한두 번의 날갯짓에 세상이 갑자기 확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움직임이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하늘을 날아오르게 된다. 미래교육재단이 출범한만큼 꿈놀자 오케스트라 창단 등 우리 아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줄 매력적인 곡성교육 만들기는 계속될 것이다.

동화작가 생텍쥐베리는 “배를 만들게 하려면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라고 말했다. 수능 문제 몇 개 더 맞추는 것을 행복의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우리 아이들이 비교와 경쟁, 갈등의 성(城)을 벗어나 ‘곡성교육’을 통해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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