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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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The machine (1)인공지능 미술 프로젝트 ‘넥스트 렘브란트’
AI와 만난 미술…창작, 과연 인간의 전유물인가?

  • 입력날짜 : 2020. 09.09. 18:08
AI로 탄생한 넥스트 렘브란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기가 도래한 현재, 새로운 세상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더군다나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언택트(untact)가 강조되며 사람들 사이의 거리 두기가 사실상 일상화돼 버렸고, 그런 탓에 온라인과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이 권유되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해 가고 있다.

이런 혼돈스러운 상황이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싫기도 하고, 혹은 당혹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진화의 과정이 늘 그래왔듯 한 걸음 한걸음 내딛어가며 적응해 가고있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상상할 수 없이 빨라진 변화의 ‘속도’와 ‘방향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제껏 봤던 대규모의 전쟁이나 자연재해 그리고 지긋지긋한 전염병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공존에 대한 배려 없이 오직 인간만을 위한 극단적 성장의 결과는 정말 참담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속도가 가지는 장단점을 미리 파악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이는 더할 수 없이 좋은 촉진제가 돼줄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런 시대에 발맞춰 광주에서는 4차산업혁명의 메인 키워드인 인공지능에 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빠른 도약을 통해 경제를 주축으로 문화까지 인프라를 높여 성장해 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자 고군분투 중에 있다.

예술분야에 있어서도 이런 기술과 매체의 발달이 가져왔던 변화는 지대하다.

오늘날에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매체의 발전에 따른 연구 그리고 예술가들의 시도들을 통해서 진화를 거듭해 가고있는 중이다.

스스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이나, 수집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람객의 호응과 흥미를 끌만한 소재를 찾아 영화 시나리오를 써내는 등 이는 산업 분야가 아닌 예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적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인간의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분야에서 특히나 인간의 영감을 통해 이뤄지는 ‘창작’이라는 부분에 영혼이 없는 ‘차가운 기계’라고 인식되는 인공지능이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면에서는 인류에게 크나큰 도전처럼 비춰질 수 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 초기 1628년·중기 1940년·후기 1660년.

‘창의적 사고’의 영역은 여태 ‘오직 인간만이 가진’ 고유 능력이라고 여겨왔기에, 인간 감성의 영역에서조차 수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이 상황이 익숙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SF영화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기계 vs 인간의 전쟁이 어쩌면 근 미래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아직 기술이 그 정도까지 가려면 멀었다고는 하지만, 몇 해 전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에서 봤던 4대 1이라는 승률이 전해주던 약간의 공포감은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미술 분야에 있어도 ‘새로운 매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소개해볼 수 있는 것은 네덜란드 연구진에 의해서 진행된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이다. 초상화로 유명한 화가 렘브란트를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이렇듯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유명화가의 작품을 가지고 네덜란드 연구진들은 몇몇 기관이 함께 모여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동원해 2014년부터 2년간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이 프로젝트가 화제가 됐던 이유는 인공지능 화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계를 활용한다는 것에도 있겠지만, 마치 렘브란트의 숨겨진 작품 하나를 새로 발견해 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유사하게 그의 특징과 화풍을 구현한 작품을 창작해 냈다는 점에 있었다. 위의 두 그림을 비교해 보자. 과연 어떤 것이 실제화가 렘브란트가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되는가? 쉽사리 답을 맞추기는 아마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네덜란드의 광고회사 ‘월터 톰슨’이 기획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 등이 함께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넥스트 렘브란트’는 백인 남성의 초상화로 렘브란트의 기존 작품들의 특징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특히나 챙이 넓은 검은 모자와 중후한 분위기 그리고 화려한 의상들을 보면 한참 사회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었던 렘브란트의 중기 초상화의 특징들이 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방앗간 집 아홉째 아들로 태어난 렘브란트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부모의 지지 덕에 이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런 그의 성공에 더욱 일조를 했던 것은 높은 신분이었던 사스키아와의 결혼이었고, 그는 인생의 중반기를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큰 성공은 그에게 허영심과 낭비벽을 가져다줬고, 사스키아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는 불행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그가 17세기 루벤스와 함께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독보적인 존재였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인생의 초년, 중년, 말년 폭이 컸던 그의 인생사는 유난히 자화상을 즐겨 그렸던 취향 덕분에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리저리 경력을 쌓으러 다니던 수더분한 모습의 초년기 그리고 화려했던 중년, 모든 것을 잃고서 세상에 초연한 듯한 모습을 하고있는 말년의 초상화까지 그의 그림은 인생의 초반, 중반, 후반의 특징이 매우 뚜렷하다.

따라서 이런 렘브란트의 작품을 인공지능 화가의 작품과 비교해 봤을 때 전성기를 달리던 렘브란트의 중기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공지능 화가는 어떻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정말 인간 화가처럼 스스로 이 일들을 모두 처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그 과정을 한번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를 위해 연구진들은 먼저 실제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 340여점을 1억4천800만 화소로 나눠 정밀 측정해 빅데이터(Big Data)화 했다고 한다. 그 뒤 이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기계에 학습시키기 위해 ‘딥러닝’이라는 기술을 활용했는데, 이는 하나의 질문에 딱 하나의 대답만 해내던 기존의 ‘기계학습형식’에서 진보된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학습시켰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계 스스로가 질문을 만들어 내고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마치 ‘인간이 물체를 인지하는 과정’(신경망 시스템)을 본떠서 기계를 학습시켰다고 보면 되겠다.

이 방법들 간의 큰 차이점은 기존 학습의 재료가 ‘텍스트’였던 반면 딥러닝은 사진 자료 등을 포함한 ‘이미지’를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인간이 지식을 습득할 때 사용한다고 여겨지는 도구라 하면 일반적으로 ‘언어’나 ‘텍스트’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라 세상을 눈으로 바라보고 경험하며 얻은 수많은 이미지 데이터들 또한 지식을 형성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방식이라고 보면 되겠다. 살짝 놀랍지 않은가? 당연한 듯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알아채기 어려울 이 사실이? 그리고 이 단순한 사실이 바로 1950년대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몇십년 동안 지체되던 인공지능 연구에 가속도를 붙여낸 비밀이라는 것이 말이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서 얻어진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렘브란트의 붓질 방향과 물감의 높이까지 계산해 그림으로 구현됐고, 그런 탓에 얼핏 봐서는 진품인지 위작인지 도무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독자들은 어떤가? 쉽게 구분이 가는가?

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이슈를 몰고 왔고, 수 많은 질문들을 생성해 냈으며 미술계의 트렌드를 변화시켜내는 데 또 하나의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직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학습의 방향을 잡은 이’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이전 미술사에서도 기계의 발달에 따라 격변했던 시기들을 심심치 않게 살필 수가 있다. 그중 가장 크게 미술사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이 바로 ‘카메라의 발명’이다. 그리고 이 기계는 아주 오랫동안 미술사에서 화두가 됐던 ‘재현의 문제’ 즉, ‘대상을 얼마나 실제와 똑같이 그려 내느냐’라는 거대한 문제거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현남
<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작의 출발선에 선 현재, 미술이라는 분야에서도 수많은 고민과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시대가 바뀌어 감에 따라, 그리고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그 변화에 ‘속도’가 붙은 현재 그 속도 만큼이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과연 그 방향성은 어디를 향해야 할 것인가? 독자들은 급변하고 있는 미래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려보고 있는가?

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다음 편에 이어서 다뤄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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