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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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철길따라 문학은 흐르고]7(完). 新 경전선 시대 ‘빛과 그림자’
광주-부산 2시간대 연결 新남부 경제권 ‘활짝’
화순 등 폐선지역 침체우려 활성화 대책 절실
‘경전선 인문학 기행’ 등 테마열차 개발해야…

  • 입력날짜 : 2020. 09.10. 18:29
광려선의 종점 여수엑스포역
90년간 느림보 열차였던 경전선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 오는 2028년 경전선 전철이 개통되면 광주에서 부산(부전)까지 소요시간이 현재 5시간42분에서 2시간24분으로 3시간18분이 단축된다. 사진은 광려선(광주-여수)과 전라선의 종점인 여수엑스포역./김영근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90년간 느림보 열차였던 경전선이 새로운 분기점을 맞고 있다. 2020년 올해 정부는 경전선 전라도 구간 전철화사업을 확정함으로써 다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1조7천569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광주에서 순천까지 총 연장 122㎞ 구간 선형을 개량하고 전철화한다.

오는 2028년 경전선 전철이 개통되면 광주에서 부산(부전)까지 소요시간이 현재 5시간42분에서 2시간24분으로 3시간18분이 단축된다. 그리고 광주-순천은 1일 4회, 광주-부산은 8회 전철이 운행된다.

KDI 자료에 따르면 경전선 전철화에 따른 편익은 2018년 말 불변가격 기준으로 40년간 약 3조2천355억원으로 산정되었다. 여기에는 통행시간 절감, 교통사고 절감, 대기오염 감소, 기존선 폐선부지 활용 편익이 포함돼 있다. 특히 영호남 지역간 접근성 향상으로 공동체 복원과 교류확대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빨대효과’(straw effect)나 철도역 폐지 지역의 부정적 효과발생도 우려된다.

앞으로 7년 후면 아득한 증기기관차 시절을 거쳐 현재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경전선의 모습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경전선이 고속전철화하면 효천역에서 명봉역까지 기존 선로는 기능을 잃게 된다. 그리고 화순, 능주, 이양, 명봉역 등은 폐지될 운명이다. 광주역, 광주송정에서 나주 혁신도시를 거쳐 곧장 보성, 벌교, 순천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역이 폐쇄되면 오랜 세월 경전선과 함께 살아왔던 지역주민들의 상실감이 클 것 같다.

현재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역은 화순군이다. 그동안 경전선이 화순군을 관통해왔는데 신설노선에서는 배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화순군민들은 새 경전선 열차가 능주역을 경유하도록 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목포와 부산 간 무궁화호 ‘느림보 열차 한나절 체험’ 행사 때 능주역에서 김영록 전남지사 일행을 맞이한 화순군민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경전선 고속열차가 능주역을 거치도록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신정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경전선 전철화의 능주역 신설 및 경유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전남에서 유일하게 화순만 고속도로가 경유하지 않는다”며 “철도만이라도 경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경전선 신선이 능주 혹은 이양을 경유·정차할 경우 전남서부권 접근성이 개선되어 이용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올해 정부 예산이 확정되면 전남도와 이에 대해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성군에서는 경전선 전철의 벌교역 정차를 요구하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지난 7월 보성을 찾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경전선 고속열차의 벌교역 정차 문제를 전남도 차원에서 지원해 줄 것을 건의했다. 김 군수는 이날 “벌교는 전남 동부권 교통 중심지”라면서 “고속열차가 벌교역에 정차할 경우 인근 철도 소외지인 고흥과 낙안, 송광 지역까지 포용할 수 있어, 동부권 교통 편익이 증대되고 형평성과 효과성 면에서도 타당성을 갖게 된다”며 벌교역 정차의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오는 2028년 경전선 고속전철이 개통할 경우 유휴시설이 될 기존 역과 선로의 활용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열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라기 보다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폐선이 되더라도 구 선로를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토 서북부 관광지인 아라시야마(嵐山)의 폐선을 활용한 토롯코열차이다. 예전에 사용됐던 JR의 복선, 직선화 과정에서 기존의 선로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자 관광열차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행하고 있다. 토롯코사가역에서 토롯코카메오카역까지 7.3㎞를 25분간 달리며 아름다운 계곡과 산하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누적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 교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열차가 됐다.

제3섹터 독립법인을 설립해 유휴시설을 관광콘텐츠 자원으로 개발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제3섹터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합동 출자해 설립한 법인을 일컫는다. 일본에서는 농촌인구 감소로 승객이 줄어 운행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제3섹터 방식으로 지역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열차를 운행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홋카이도 도난이사리비 철도 등이 열차 전체를 광고판으로 만들어 열차운행 이외의 수입을 올리는 등 제3섹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곡성역 남쪽의 전라선 폐선을 이용한 ‘섬진강 기차마을’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철로가 섬진강을 따라 달리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레일바이크, 증기기관차 체험, 영화세트장 등이 결합된 종합 철도테마파크로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녹색철도 국민제안공모에서는 폐선부지를 활용한 승마공원 설치, 해운대 해변가 폐선부지의 레일바이크 운영 등 폐선부지 유원지화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전선 폐선에 따른 유휴시설 활용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원칙적으로 폐선 구간을 걷어내지 않고 그대로 존속시켜 트램이나, 화물수송, 관광열차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또한 일본 교토 토롯코열차의 경우처럼 철길 주변의 생태환경과 인문자원을 연계시켜 경전선만의 독특한 테마열차를 탄생시키길 기대한다. 일례로 ‘경전선 생태환경체험’, ‘경전선 인문학기행’ 등 색깔있는 관광열차를 운행하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연재를 마치며

“경전선은 추억의 철길이자 문학의 탯자리”

경전선 철길을 유랑하면서 수많은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와 같이 널리 회자되는 명작에서부터 이름 없는 직장인의 추억어린 수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작품들이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그것은 경전선 철길이 민초들의 삶과 함께 오랜 세월을 부대껴왔기 때문일 것이다. 교통수단이 많지 않고 도로가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대부분의 농촌은 철도에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 당시 마을과 사람들은 기차역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지금도 역 주변에는 우체국과 파출소, 다방, 술집, 여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옛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가운데 하나가 득량역 ‘추억의 7080거리’이다. 비록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일부 구멍가게를 재현하고 벽화로 단장하긴 했으나 보편적인 역전(驛前)거리가 흑백사진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처럼 1930년 경전선(광려선) 개통 이후 철길은 전라도 민중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기차의 기적소리를 들으며 각박한 현실세계를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픈 충동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 아득한 기적의 메아리가 하나, 둘 들꽃처럼 피어난 게 문학이다. 굳이 작가가 아니더라도 웬만큼 글 솜씨를 가진 사람이라면 철길과 관련된 글이 몇 편쯤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한 수필가가 쓴 해학 넘치는 ‘도둑기차’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본다.

“‘차표 좀 보겠습니다’. 추억에 잠겨있는 사이 사람들을 비집고 차표검사를 하는 차장의 목소리가 들려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호랑이 열두 번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는 데 도둑기차를 탄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내릴 능주역이 가까워지고 있었으나 선반에 놓아둔 항아리를 들고 도망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항아리를 놔둔 채 슬그머니 자리를 떠 사람들을 헤집고 빠져 나가는 내 뒷덜미를 금방이라도 차장이 낚아챌 것만 같아 오금이 저렸지만, 통학생 때의 실력을 발휘해 기차가 멈추기 전에 재빨리 뛰어내린 후 차표검사가 끝난 뒤쪽 승강대로 올랐다. 허겁지겁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으나 고함을 치던 기차가 다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능주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낯선 다음 역으로 실려 갔다.

낯선 역구내로 기차가 진입하기 무섭게 역사와는 반대편으로 뛰어내려 논두렁으로 몸을 피했다. 자운영이 가득한 논에는 꿀벌들이 한가롭게 잉잉대고 있었다. 기차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있을 것만 같아 창피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기차가 떠나고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철길을 따라 능주역으로 향했다.”(이주연 수필가, ‘항아리와 도둑기차’에서)

이렇듯 경전선 철길은 추억이 피어오르는 공간이자 리얼리즘 문학이 잉태되는 탯자리라 할 수 있다./박준수기자


“지역균형발전·동서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

박철원 전남도 도로교통과장 일문일답

화순 등 일부 폐선지역 광역교통망으로 흡수
‘빨대효과’보다 무안공항 활성화 등 혜택이 커

-2028년 경전선 신선 개통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기대효과는?

“경전선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 건설 당시 그대로 있는 단선비전철 구간으로 호남지역 낙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경남구간은 복선전철화가 완료 또는 진행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남 서부와 동부권을 연결하는 물류 중심과 관광이 활성화되어 광주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특히 목포에서 부산까지 현재 무궁화열차로 6시간33분이 소요되지만 전철화가 되면 2시간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부산경제를 우리 지역으로 흡수할 수 있는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부산, 창원, 진주, 순천, 목포는 일제 때부터 상호교류가 활발한 남부경제권을 구성했으며, 특히 경전선 중복구간인 목포-부산간 남해안철도 전 구간이 전철화가 되면 인적·물적 교류의 대폭 증가로 지역균형발전 및 동서 화합 등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전선 신선 개통에 따른 ‘빨대효과’(straw effect)의 부정적 영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빨대효과 우려에 대해선 2015년 4월 개통한 호남고속철도 KTX에서도 나타나듯이 중앙으로의 유출보다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한 전남으로의 관광객 유입이 많아졌다. 수도권의 대형 전문병원 진료를 위해 KTX가 없어도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전선 신선 개통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교통인프라 확충으로 지방은 지방대로 자생력을 갖추게 되며, 수도권과의 정보교류로 문화적 차이가 줄어들어 문화수준이 향상될 것이다.

남해안철도 보성-순천구간이 개통되면 경남권과 전남동부권 주민의 무안공항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경남 김해공항을 이용하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관계자와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으로 충청 이남 지역에서 KTX로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게 됨으로 오히려 ‘역빨대효과’ 즉 순기능이 있을 것이다. 무안공항은 명실공히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거듭나고 이는 획기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경전선 신선에서 소외될지 모를 화순지역 주민의 열차 이용편의 대책은 무엇인가?

“화순은 광주광역교통권역에 해당되는 지역이다. 즉 광역순환계획에 따라 광주와 화순, 나주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을 구축하게 되면 화순지역 주민의 열차 이용에 따른 불편은 없을 것이다.

전남도에서는 화순 전남대병원, 생물의학 산업단지조성, 화순 지방산단 등 이용객 편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주 소태역-화순읍-화순전남대병원을 연결하는 ‘광주-화순 광역철도’를 계획하고, 나주시에서도 ‘7대 선도프로젝트’에 광주 효천역-남평-혁신도시-나주역을 연결하는 ‘광주-나주 광역철도’ 구축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앞으로 이 지역에 대한 광역철도를 ‘제4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1-2025)’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 등 국가계획에 반영하여 주도록 국토교통부에 건의해 현재 전문기관에서 검토 중에 있다.”

-기존선 폐선 부지 및 시설의 활용대책은 무엇인가?

“폐선부지 활용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그 동안의 사례를 보면 광주시의 경우 폐선된 경전선을 ‘푸른길공원’으로 개발해 도시민의 휴식과 여유로움을 선사해줬다. 또한 곡성군은 폐선을 활용한 관광열차, 레일바이크 등 철도관련 관광상품으로 전환하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경전선 우회로 발생하게 되는 화순-보성간 폐선부지는 전남도와 해당 지자체간에 시간을 갖고 지역이 원하는 각종 사업을 발굴하여 활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겠다.”/정리=임채만기자


박준수 기자(시인)         박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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