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8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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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시장의 ‘행정통합’ 제안, 찬성한다
<‘광주·전남 통합’ 이렇게 생각한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전 대한지리학회장

  • 입력날짜 : 2020. 09.17. 19:34
광주·전남 행정통합이 메가 이슈로 떠올랐다. 대구·경북 등 다른 지자체의 통합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시도민, 시민사회단체, 시도의회 등의 광범위한 공감대 형성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보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여론을 기고문을 통해 들어보고자 한다.
“광주와 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공공기관 2차 이전 대비 광주의 대응전략 정책토론회’의 축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한 말이다. 이 시장의 말을 듣던 필자는 귀를 의심했다. ‘뜬금없다’는 생각과 ‘아차! 또 한발 늦었구나’란 자책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뜬금없는’ 소리로 들린 까닭은 그동안 우리 지역에선 시·도 행정구역 통합에 관해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어서다. 대구·경북이나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달랐다. 그러니 ‘뜬금없는’ 소리였지 않겠는가. ‘아차’란 생각은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가 지역발전과 직결된 행정통합이란 화두를 지역사회에 발화(發火)시키지 않고 책임을 방기(放棄)했다는 부끄럼이 들어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별로 중요치 않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행정통합이 향후 광주·전남 공동체의 명운(命運)을 좌우할 중요한 의제라는 점이다. 때문에 이 시장 제안에 지역 사회가 놀랄 일도 아니고, 정치적 셈법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필요도 없다. 대구·경북과 비교하면 이 시장 제안은 오히려 한참 늦었다. 그렇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지금부터 논의하면 불가능하지 않다. 필자가 이 시장 제안에 찬동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행정통합은 지역경쟁력 확보의 지름길이다.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 단위는 국가가 아닌 지역이 된지 오래됐다. 미국 실리콘밸리, 최고급 섬유 제품 메카인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 자동차 클러스터로 유명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지역 등이 좋은 사례다. 국가보다 더 경쟁력 있다고 해서 이들 지역을 ‘지역 국가(Region-States)’라 부른다. 지역 국가처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집적된 경제공간이 지리적으로 넓어야 한다.

둘째, 경제권 범위를 키워 규모경제와 연결경제를 꾀할 수 있다. 일명 ‘광역경제권’ 방식이다. 경제권이 커지면 규모가 확대돼 규모경제가 생기고, 행정구역별 소규모·중복 투자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소해 비용 절감에 효율적이다. 개별 도시가 보유한 내부자원과 타 지역의 자원을 연계·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세계의 잘나가는 도시들이 행정구역을 초월한 광역경제권에 더해 ‘초국적 경제권’을 구축하려고 애쓴다.

셋째, 생활권과 행정구역 일치로 광역행정이 용이하다. 캐나다 토론토가 대표적 사례다. 토론토 주변 5개 도시(이스트욕, 노스욕, 에토비콕, 욕, 스카보로)는 토론토가 제공하는 도시적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일 도시·생활권이다. 하지만 일자리·도로·상하수도·환경 등 광역적 문제 해결엔 관심이 없었고, 관할권과 재정 부담을 놓고 도시들은 서로 갈등했다. 1998년 1월 토톤토와 5개 도시는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됐다. 광역행정으로 토론토는 현재 북미 5대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상생을 말하면서 이해가 갈리는 사업에 대해선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작금의 광주와 전남에 참으로 필요한 정책적 대안이다.

넷째, 우리나라 행정구역 개편의 신호탄을 쏠 수 있다. 1980년대 완성된 현재의 광역시·도 행정구역은 선(線)에 불과하다.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지방경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구·경북이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대의(大義)가 담보된 선(善)한 움직임이다. 우리 지역이 대구·경북과 연대한다면 가칭 ‘대구경북특별자치도’와 ‘광주전남특별자치도’를 탄생시킬 수 있다. 1980년대의 낡은 옷을 벗어야 할 때가 됐다.

다섯째, 광주·전남의 생존전략이다. 부울경과 달리 전남은 지방소멸 대명사로 불린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이 서울과 수도권과 경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경쟁 근처라도 가볼 요량이면, ‘체급’을 올려야 한다. 일본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 주장처럼 메가시티 최소 인구규모인 300만 명 이상으로 ‘몸집’을 키워야 한다. 광주·전남이 통합하면 메가시티의 최소 규모는 충족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용섭 시장이 제안한 행정구역 통합이 뜬금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기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발전전략의 세계적 추세, 대구·경북 움직임, 침체의 늪에 빠진 지역사회 등을 고민해 던진 의제다. 광주·전남의 생존에 관한 문제다. 대의와 대세(大勢)를 보고 고민하면 합리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 움직임은 분명 우리 지역에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지역도 통합 논의를 서두르자. 결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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