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월요일)
홈 >> 오피니언 > 기고/칼럼

떡이 덕이다 / 이계양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 입력날짜 : 2020. 11.29. 18:06
이계양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대표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떡 해 먹을 세상’이라는 속담이 있다. 떡을 하여 고사를 지내야 할 세상이라는 뜻으로, 뒤숭숭하고 궂은 일만 있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참으로 그렇다. 길고 지루한 코로나19의 끈질긴 확장세와 이로 인한 환자, 의료인,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 그리고 짜증나고 지지부진한 검찰개혁, 끊이지 않는 노사의 대립, 청년 실업과 구직난, 위기의 돌봄, 심각한 기후환경문제 등등 말 그대로 떡 해 먹을 세상이다. 집안 귀신들의 장난질로 집안이 불화하고 나쁜 일이 계속되는 집을 ‘떡 해먹을 집안’이라 했듯, 온 나라가 못된 귀신들(?) 때문에 시끄러우니 하는 말일 터이다.

본시 떡이라 함은 어원적으로 ‘찌다’가 명사가 되어 ‘찌기’가 되고, 그 후에 떼기-떠기-떡으로 변환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혹은 떡이라는 말이 ‘덕(德)’에서 나왔다고 하기도 한다. 국어학적으로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를 따지기보다는 ‘덕(德)’에서 나왔다고 여기고 싶다. 왜냐면 떡의 속성이 ‘덕(德)’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단군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떡은 기본적으로 혼자 먹기 위해서 만들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눠 먹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우리의 전통이다. 백일, 돌, 생일, 입학, 졸업, 결혼, 상례나 제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애경사에 으레 떡을 만들었고 그 떡을 이웃에게 돌렸다. 스스로 먹기 위해 만들기보다는 가까운 일가친척과 이웃들 나아가 낯선 사람들에게까지 나누어 먹자고 만드는 것이 우리의 떡 문화이다. 떡은 내가 베풀고 나눌 수 있는 인정의 넓이요 크기이다. 그러니 떡은 덕(德)인 셈이다.

모름지기 덕(德)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어질게 이로움을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덕(德)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이념에 맞닿아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단군정신이 통째로 스민 결정(結晶)이다. 옛 어르신들이 자녀를 기원할 때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라’고 하는 덕담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두꺼비같이 두껍고 후덕한 자녀를 낳으라는 소망을 담은 말이다. 홍익인간의 상징인 단군의 덕(德)처럼 크고 넓고 어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사용하는 한민족 공동체의 언어다.

영어 단어에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가 있다. 컴퍼니(company)는 라틴어 ‘꿈파네(cum Pane)’가 어원인데 꿈(cum)은 ‘함께’, 파네(Pane)는 ‘빵을 나누다’라는 뜻이란다. 즉 컴퍼니(company)는 ‘함께 빵을 나누다’라는 말인 셈이다. 빵(떡)은 혼자 먹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점을 영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시사적이다.

떡이 나눔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내 밥 내가 먹고 나 잘 살면 된다는 요즘의 시대 인식과는 꽤나 먼 거리감을 느낀다. 아마 그래서 ‘밥 위에 떡’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밥 위에 떡’은 좋은 일에 더욱 좋은 일이 겹칠 때 혹은 흡족하게 가졌는데 더 주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내 배 부르게 먹는 것으로도 충분한데 더 좋은 것 즉 떡까지 가지게 되니 얼마나 흐뭇하고 넉넉하겠는가. 광(창고 곡식 저장소)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떡이 있으므로 인심을 후하게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심을 후하게 쓰노라면 그게 바로 덕(德)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한 떡은 돌리는 것이다. 혼자 먹으려고 감추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 이 집 저 집, 이 골목 저 골목의 이웃들에게 돌리는 것이다. 여유가 있는 집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도 떡을 하면 당연하게 이웃들과 나눠 먹을 생각을 당연하게 미리 하게 되는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은 이웃집에서 떡을 만들면 당연히 자기에게도 떡을 갖다 줄 것이라 여겨 떡과 함께 먹을 김칫국을 미리부터 마신다는 뜻으로 떡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이웃들도 이미 받을(나눠줄, 돌릴) 것을 예상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혼밥을 권장하는 코로나19 시대에 어울리지 않은 듯하지만 그래도 시절이 몹시 고단하고 팍팍하다 보니 오히려 함께 떡을 돌리고 나누던 마을공동체, 학교공동체가 절실하게 그립다. 떡을 돌려가며 나누는 이웃들이야말로 바람직한 학교공동체, 마을 공동체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떡 해 먹을 세상이라도 오늘은 휴대폰 붙잡고 문자만 돌릴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들에게 떡이나 돌려볼까. 떡이 덕이니까.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많이본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