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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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원 어떻게 가꿔야 하나](14)사라진 구동실내체육관
지역민 향수·추억 가득한 실내스포츠·행사 성지
지방 실내체육관 ‘원조격’…5·18 전야제 처음 열려
체육대회·정치연설회 잇따라…노후화로 끝내 철거
국밥거리도 사라져…장소 맞춤형 도시재생 이뤄져야

  • 입력날짜 : 2020. 12.02. 20:04
광주공원 내 시민회관과 더불어 다양한 스포츠 경기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획 행사가 이뤄지는 등 지역민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였던 광주 남구 옛 구동체육관. 현재는 빛고을시민문화관이 자리하고 있다.<광주매일신문 DB>
광주공원은 지역민의 향수가 가득한 곳이다. 시민회관과 더불어 공공 실내 체육관이 들어서면서 다양한 체육기획 행사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특별한 이베트가 이뤄진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였다.

체육관에서 행사가 있는 날이면 구동시장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구수한 국밥 냄새가 풍겼으며 가족과 친구, 연인은 소주 한잔 기울이며 삶의 애환을 달래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구동체육관, 국밥 거리를 여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광주 남구 구동에 있는 빛고을시민문화관 자리는 지금은 철거되고 없어진 광주 구동체육관의 옛터다.

구동체육관은 30년 넘게 광주시민들의 체육과 문화의 요람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지방 시·도에 있는 실내 체육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제46회 전국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1965년 7월 건립됐으며, 당시 지방 실내체육관의 원조격이었다. 구동체육관은 당시 전남도체육회와 관련이 있어 전남체육관으로도 불렸다.

행정당국과 도민의 모금 운동으로 건립 비용을 충당했다는 점에서 민관 합작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광주 구동체육관은 지상 2층 관람석은 2천200석 규모로 건립 당시 최대 규모로 꼽혔다.

특히 운동경기나 체육행사뿐만 아니라 음악회, 공연, 각종 집회 등에 다양하게 활용돼 시민회관과 함께 다수의 시민이 함께 모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였다. 해마다 선거철이면 군중 앞에서 정치적 신념을 내비친 연설회 등 정치모임이 줄을 이뤘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인대회와 권투·레슬링 시합이 열리는 유일한 실내 공중시설이었다.

일찍이 광주공원은 항일 운동과 반독재 체제에 저항하는 광주정신이 피어났던 만큼 구동체육관 역시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5·18 하루 전에 열리는 전야제가 처음 이뤄진 장소였던 것.

5·18 전야제는 정부 주관의 기념식과 달리 시민 주도로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최대 10만명이 모이는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들이 모여 열사들을 추모하고 다양한 시대·사회적 요구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전야제는 1980년 5월의 아픔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8주기였던 1988년 5월17일 구동체육관에서 처음 열렸다. 당시 진혼굿·노래극 등 추모 형식의 문화 행사를 치른 시민들은 항쟁 현장인 전남도청 앞 광장 앞까지 거리시위를 펼쳤고 현재까지 이 광장은 전야제 개최 장소로 자리 잡고있다.

이렇듯 시민들의 희로애락 추억을 함께 쌓은 장소는 2000년대 들어 시민회관과 함께 시설 노후와 이용률 저조 등의 이유로 철거 여론이 불거졌다.

시설이 낡아 유지·보수와 관리 등에 연간 수억 원이 드는 데다 염주종합체육관 등 대체시설이 생긴 이후 사용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자연스럽게 철거로 이어졌다.

이에 광주시는 2005년 구동체육관이 있던 자리에 새로운 문화시설 건립을 계획하게 됐다. 당시 철거될 시민회관 자리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도심 공원으로, 구동체육관은 노인들을 위한 다목적 복지센터로 새롭게 태어날 계획이었다.

시는 광주공원이 평소 노인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점을 고려, 복지센터에는 노인들의 건강과 여가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결과적으로 시민회관은 개보수 형태로 남아 현재 지역 청년 창업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 잡았고, 구동체육관 터에는 2010년 720여 좌석의 공연장을 갖춘 광주의 대표적 문화예술 공간인 ‘빛고을시민문화관’이 들어서게 됐다.

구동체육관 철거로 인해 역사의 뒤안길로 없어진 명소도 있다. 바로 광주공원 앞 길게 늘어서 있던 ‘국밥 거리’다.

1970-80년대 광주 명품 음식은 선짓국 으로 꼽혔을 정도로 국밥 거리는 전국적인 명소였다.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이 곳에서 국밥 한 그릇에 소주잔을 기울인 기억이 있을 정도다. 구동체육관에서 각종 행사가 열리게 되면 광주공원 광장 곁에 있던 구동시장 도로변 상가는 모조리 선짓국 등 국밥과 돼지 곱창, 애기보 수육을 팔았고, 지금도 추억되고 있다.

하지만 구동체육관의 철거와 맞물려 이 일대가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되면서 광주공원 국밥 거리도 44년 만에 사라지졌다. ‘동백식당’ 등 20여 개의 국밥집들은 남광주시장이나 대인시장 등으로 흩어져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종적을 감추게 됐으며, 지금은 이곳 거리에서 두, 세집만이 옛 선짓국을 팔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구동체육관과 국밥 거리는 다시 되돌아오기에는 어렵게 됐지만, 광주공원은 역사문화공원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모이고 있는 시점이다.

다시 한번 광주공원이 시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장소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장소적 특색을 살리는 도시 재생 방법이 모색돼야 할 때다./오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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