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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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부진 학생과 독일의 유급제도 / 최영태

  • 입력날짜 : 2021. 01.18. 19:38
최영태 前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장
글을 읽고 쓰며 계산을 하는 능력은 한 인간이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초적인 자산이다. 교육의 목적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그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OECD가 발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분야 성적과 글로벌 역량은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읽기·수학·과학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이 2009년 6.7%에서 2018년 14.8%로 급증했다.

가정환경이 하위 20%인 학생의 읽기 최하위 등급비율은 더욱 떨어져 2012년 13%에서 2018년 25%로 증가했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소득 간 학력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꼴찌도 행복한 나라’. 독일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킨 박성숙씨가 독일 교육을 소개하면서 쓴 책 제목이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에서 독일 교육을 언급하면서 “독일의 경우는 학교에서 경쟁을 시키지 않습니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생각이 이미 1970년대 독일 교육개혁의 기본원리가 되었습니다”라고 서술했다. 당연히 독일 교육은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꼴찌도 행복한 나라’이고 ‘경쟁이 없다’라고 소개된 독일 교육에 유급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독일 아이들이 학년 말에 받아보는 성적표는 등급이 1-6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등수 없는 성적표’란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중 5-6점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유급 대상이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유급의 필요성을 설명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이를 받아들인다. 미국에서도 대부분의 주가 초등학교부터 유급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교육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핀란드에도 유급제도는 있다. 이들 나라는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는 유급에 앞서 방과 후 혹은 방학 동안에 보완교육을 실시한다. 그러고도 안 되면 최후 수단으로 유급을 시킨다.

학생을 평가하는 가장 큰 목표는 학습자들에게 학습의 과정을 안내하고 학습 동기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주체적으로 공부를 할 자세와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독일이나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대개는 우수학생이 아니라 중간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대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월반의 기회를 부여한다. 또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여 지도한다. 이들은 ‘모두 함께 가는 교육’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유급제도가 없다. 동시에 기초학력 부진아에 대한 특별한 대책도 없다. 읽기와 셈하기 등 기초학습 능력이 부진한 학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계속 잠을 자도 특별히 말썽을 피우지 않는 한 고등학교 졸업까지 무사통과이다. 의무교육과 무상교육 시스템하에서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냥 내버려 지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신종 문맹자가 양산될 것이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가 공허하게 다가올 뿐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1월5일 ‘기초학력 협력교사’를 서울시교육청 산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배치해 ‘코로나19 교육격차’에 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은 서울시교육청만의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라는 특정한 조건에 한정시킨 시한부 정책이 되어서도 안 된다. 국가적 차원에서 코로나19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는 기초학력 부진아 비율 증가에 대한 근본적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기초학력보장법’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

다른 나라 교육제도와의 비교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꼴찌도 행복한’ 교육제도로 큰 부러움을 사고 있는 독일 초·중등학교에 유급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교육이 그만큼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기초학력은 보편복지와 교육운동의 출발점이다. 기초학력은 어떤 형태로든 공교육이 책임져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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