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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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역동적으로 팽창시켜야 한다
정진탄
정치부장

  • 입력날짜 : 2021. 01.31. 17:51
얼마 전 광주 시내버스를 타다가 문득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7번 버스였는데 문이 3개 달린, 최첨단 대형버스다. 이 버스가 금남로 4, 5가를 달리던 중 주변에 밀집해 있는 금융기관들이 왠지 버스 쪽으로 바짝 붙는 듯했다. 버스의 덩치가 컸던 탓인지 도로의 폭이 좁게 느껴지고 일상 봐오던 거리 상가의 건물도 낮게 보였다. 한마디로 도로와 거리 공간구조가 좁다는 느낌이었다.

광주란 바운더리가 서울 같은 메가(Mega) 도시의 그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당시 버스 안에서 느꼈던 거리 공간의 협소함이 물리적인 탓 외에 광주의 일상 생활권이 단조롭다는 생각이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삶의 궤적이 좁고 이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가끔 서울을 이런저런 비즈니스로 가곤 한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방문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찾는다. 광주에서 벗어나 메가시티의 서울의 다이내믹함을 맛보기 위한 목적이 크다. 서울에서 비즈니스가 끝나면 곧장 호남행 KTX나 SRT에 몸을 싣기보다는 화려한 강남 또는 북적북적한 종로 거리를 일부러 찾는다. 이곳에서 점심, 퇴근 전후 움직이는 비즈니스맨들의 바쁜 걸음과 일상을 보노라면 뭔가 가슴에 자극을 받는다. 삶의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고 할까.

광주 버스 얘기로 돌아와 보면 한때 행인들이 넘쳐난 금남로, 충장로는 시나브로 을씨년스럽다. 시민들의 발길도 경쾌하지 않고 샐러리맨들의 의욕에 찬 눈빛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신도심 상무지구도 시청과 주변기관 건물, 그리고 일부 상가를 제외하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그렇다.

광주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언가 필요하다. 글자 그대로 에너지 자체가 필요하고 그 통로인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광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인공지능(AI)사관학교 또는 광주형 일자리 등이 모델이랄 수 있다. 전국의 인재들이 AI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광주에 모이고 있다. 취업난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지역 안팎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원서를 넣고 있다. 최근 생산직 직원 경쟁률이 68대1을 기록했다. 국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지역균형 뉴딜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도 속도감 있게 실현돼 광주를 들뜨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환경을 바꾸고 대규모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정책집행자들의 안목은 물론, 이를 따르는 시민들의 의식 고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역 행정 간부들이 소견에 사로잡히는 ‘우물 안 개구리’식이어선 안 된다. 인사 때면 중앙부처로 진출하는 것이 절실하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외로 나아가 견문을 넓혀야 한다. 그렇게 해서 광주형 정책들을 선보이며 성공시켜 가야 한다.

광주 시민들도 할 일이 있다. 근현대사의 주역 활동이 이제는 강한 업으로 작용해 미래를 향하는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과거 정치적 저항 의식의 잔재 또는 이것의 변형이 광주형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저항’의 카테고리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광주시민들의 역할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일부에선 광주 관광을 일컬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고 한다. 민주화운동 등 투쟁 역사 현장이 많기 때문에 그곳을 둘러보는 투어란 얘기다. 타당하고 의미 있는 얘기다. 그러면 ‘브라이트 투어리즘’(Bright Tourism)은 어찌 되는가.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가져올 환상적인 사회상이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AI기업들이 몰려오고 교통과 통신, 의료 분야 등에서 최상의 시스템으로 광주 방문객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어딜 가나 AI 베이스의 빠르고 정확한 관광 서비스가 제공돼 부족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 AI 중심도시 광주가 보여줄 미래상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펼쳐질 세상은 상상을 불허한다.

AI 얘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를 첨언한다. 지난 연말 송·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매우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마치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신상품을 설명하는 것처럼 터틀넥을 입고 첨단 영상을 통해 광주상품들(AI 등 광주 역점시책)을 일일이 소개했다. 이 시장의 보폭과 제스처도 잡스의 그것과 유사했다. AI 중심도시 광주의 수장다운 풍모를 드러냈다고 하겠다. 광주의 운명이 AI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때다. 광주란 도시를 팽창시키고 운을 트게 하는 일이 AI이며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원천으로 본 것이다.

광주 시민들에게는 ‘광주형 에너지’가 잠재돼 있다. 위기의 역사를 맞을 때마다 이른바 ‘투쟁형’으로 아낌없이 분출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금은 물질, 의식혁명이 대전환을 맞는 시기다. 광주형 에너지가 다시 한번 그 위용을 드러낼 기회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제 투쟁형은 좀 내려놓고 ‘공감형’과 ‘배려형’의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적 요구에 맞게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질적 변환)을 거치는 게 요구된다. 이게 만만한 일은 아니긴 하나 어쨌든 AI 시대에 지역 리더들과 깨어 있는 시민이 다이내믹한 광주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고 협력해야 한다. 올 신축년은 그런 노력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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