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4일(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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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창사30주년 릴레이 에세이](3)김기태 DJ센터 본부장
이젠, 시대의 ‘퍼스트 펭귄’이 돼라

  • 입력날짜 : 2021. 02.04. 19:05
그 해, 1994년 7월 어느 날 초저녁. 광주매일 사회부 기자로 후배들과 신문사 바로 앞 광천동 터미널 뒤 ‘뽐뿌집’에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때마침 당시 김원욱 편집국장(훗날 광주매일신문 사장)의 호출이 있었다. 매우 엄한 편집국장이시라 잔뜩 긴장한 채 국장실을 노크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국장의 멘트는 겁나 달달했다. “김기태 기자, 미국 한 번 댕개 올랑가?”였다. 국장 말씀의 요지는 미국 국무성 오피니언 리더 초청 프로그램에 필자를 천거했다는 것, 당시 광주 미문화원 출입기자인데다 미국 대사 등 주요 외국 인사들이 광주를 방문할 경우, 종종 인터뷰를 했던 필자를 추천했다는 말씀도 곁들였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나의 첫 해외여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해외여행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던 그 시절,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United 항공 티켓과 함께 초청장이 날아 왔다. 1994년 8월 말부터 한 달간 지방지 기자 6명을 미국으로 초청해 일체의 숙식과 어뮤즈먼트, 3천달러의 용돈까지 챙겨주는 조건으로 한 달 동안 미국 일대를 돌아보는 VIP 프로그램이었다.

김포공항을 출발한 지방지 기자 일행은 L.A.를 거쳐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 미의회, 미국 정부 부처 등을 시작으로 뉴욕, 시카고, 라스베이거스,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동부에서 중부를 거쳐 서부로 이어지는 V자 투어를 즐겼다.

시카고 프리포트에서 만난 홈스테이 주인은 “미국인도 평생 이런 환상적인 코스를 여행할 수 없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LA타임스, 뉴욕타임스, 시카고 트리분 등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유력지와의 만남은 대단히 흥분된 일이었다. 뉴욕타임스 편집국을 들러 그 넓은 미국 땅에 120페이지가 넘는 신문이 독자 대문 앞까지 매일 새벽 배달되는 시스템에 놀랐고, 내가 쓴 기사가 한 달 내내 한 줄도 실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정한 전문성과 프로 의식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다.

이밖에 뉴욕 브로드웨이의 생생한 공연을 시작으로 경비행기를 타고 즐겼던 그랜드캐년과 인디언 레저베이션,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 L.A. 할리우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디즈니랜드, 샌프란스시스코 금문교 아래 부둣가 킹크랩, 스탠포드와 실리콘밸리에 이르기까지 꿈길 처럼 미국 속살을 들여다봤다.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들을 하나 둘씩 미국으로 불러들여 야금야금 친미주의자로 만들겠다는 프로그램 의도와는 상관없이 스물여덟 해가 지났어도 첫 미국행의 기억은 여전히 또렷하다.

30대 초반 젊은 기자가 미지의 세상에서 보고 경험한 것들은 험하고 거친 삶을 지탱해 준 편린(片鱗)의 한 조각이 됐다. 참으로 고맙게도 광주매일이 필자에게 건넨 첫 미국행 선물은 신출내기 기자를 또는 허물 많은 한 인간을 개안(開眼)의 세계로 이끌며, 미개(未開)를 벗어나고자 하는 깨우침의 큰 공명(共鳴)이었다. 그 때만해도 많이 다르고, 높아 보였던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명과 사회 질서. 당대를 지배했던 부(富)와 사고(思考)의 일단을 관찰하고 돌아온 신사유람은 아니었을까…. 이후 개인적으로나, 언론사적으로 1990년대 초·중반, “광주매일과 함께했던 시절은 내 인생의 황금기였노라” 감히 말할 수 있다.

광주매일 기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무던히 치열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기사를 써 세상의 부조리와 그름을 바로 잡아보겠다며 허둥대던 광천동 시절이 아른거린다. 여러 차례의 고비와 역경을 극복한 채 광주매일의 토양과 전통을 올곧이 보존하고 간직해 준 현직 광주매일 식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여러 모습으로 필자에게 기회와 응원을 주신 광주매일과 전·현직 선배님, 동료, 후배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 광주 서구청 앞 순천장 여인숙에서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신문, 광주매일’ 창간 작업에 참여한 멤버 중 한 사람으로서 창간 30년을 보는 소회는 남다르다. 그러나 30년 동안 변한 것 같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그때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렵다는 것은 누구도 안다. 광주매일 역시 안팎의 시련과 고통, 새로운 변화로부터 여전히 도전받고 있다. 그러나 서른의 청년, 광주매일신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것은 늘 변화와 도전을 리드했다는 점 때문이다. 종이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보는 신문에서 TV 겸업 신문으로, 다시 모바일신문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날로 빨라지는 뉴미디어 환경과 테크놀로지 진보의 속도를 감당하면서도 보다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콘텐츠로 승부한다면, 광주매일신문은 벅찬 희망으로 미래 30년을 넘어 300년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는 광주매일신문이여! 변화와 도전, 불안과 두려움의 거친 바다에 맨 먼저 뛰어 드는 시대의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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