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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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만능주의’, 돌봄에서 필요한 ICT 기술은? / 김진태

  • 입력날짜 : 2021. 03.01. 17:56
김진태 광주시사회서비스원 돌봄지원팀 차장
미국의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가 만든 ‘골드버그 장치’라는 것이 있다. 달걀을 깨거나 TV를 켜거나, 문을 여는 등 단순한 결과를 얻기 위해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장치이다.

이 기계를 보면 요즘의 IT 서비스가 생각난다. 고의로 쉬운 것들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실생활에서 이런 사례들이 종종 보인다. 온라인 쇼핑 중에 생기는 불편한 결제과정은 결국 다른 쇼핑몰을 이용하거나 쇼핑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 대해서 쉽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데 실제로는 더 복잡함을 강요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목적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구 고령화 및 가족 내 돌봄 구조 변화에 따라 ICT 기술을 활용한 돌봄 사업들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국가 및 지자체는 사회복지 예산의 비율을 늘리고 있으며, 기업들은 사회공헌 이미지 제고를 위해 투자를 경쟁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2020년 3월11일 WHO의 ‘COVID-19 팬데믹’ 선언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비대면 혹은 언택트(Untac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돌봄 영역 또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대면 돌봄 서비스가 잇따라 중단됨에 따라(2020년4월1일 기준 사회복지시설 휴관율 99.3%) AI·ICT·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 서비스가 돌봄 공백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라는 사회변화와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돌봄 서비스 현장에서 ICT 기술을 활용한 기기의 보급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골드버그 장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위기 상황 속에서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AI 혹은 ICT 기술은 분명 유용한 기술이지만, ICT 기술이 돌봄 공백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AI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AI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AI 만능주의’라는 것이 생겨났다. 하지만 많은 AI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AI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 만능이 될 수 없다. 돌봄 서비스 현장에서 AI 그리고 ICT 기술은 더 나은 돌봄 서비스, 좀 더 촘촘한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여러 가지 ICT 기술을 활용하는 기기들이 만들어지고 돌봄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은 기술이나 기기를 사용할 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야 하며,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돌봄 서비스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기술로 인해 서비스 제공인력·대상자에게 피로감이 가중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는 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AI나 ICT 기술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의 문제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많은 ICT 기기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중으로 나오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와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정보와 관련해서는 민감해지고 대응은 엄격해지기 마련이다. 이와 관련하여 충분한 고민과 검토가 없다면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편리함을 줄 수 있다고 해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광주광역시 사회서비스원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CT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 서비스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ICT 기술 고도화 및 모델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의 축적이 필요한데, 앞서 말한 세 가지 사항을 충분히 고려한 후 공공데이터 연계 및 사업 확대를 통해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자 한다.

기존의 돌봄 서비스와 ICT 기술의 결합을 통해 돌봄 서비스 제공인력은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촘촘한 돌봄 안전망 구축으로 ‘따뜻한 돌봄, 행복한 일자리’ 실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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