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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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상공회의소 박용하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 / 이정록

  • 입력날짜 : 2021. 03.02. 18:55
이정록 전남대 교수·前 대한지리학회장
필자가 늘그막에 깨달은 사실 하나가 있다. 시스템보다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30여년 이상 지역발전정책을 가르치고 연구하면서 많은 기관을 둘러보고 각계각층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만나면서 터득한 사실이다. 지역발전은 화려한 청사진이 아니라 지도자가 발휘한 리더십 결과였다. 마치 누가 동아리 회장이냐는 것처럼.

필자가 지금껏 만난 각계각층 지도자 중에는 그런 사람이 여럿 있다. 오늘 임기를 마치는 여수상공회의소(이하 여수상의) 박용하 회장도 그 중 한사람이다. 여수상의 제24대 회장이 선출되면 그는 자신이 18년간 이끌었던 여수상의에서 퇴장한다. 하지만 그가 여수상의를 이끌면서 지역사회에 제시한 어젠다와 지역발전을 위해 펼친 리더십은 전설로 남지 않을까 싶다.

박 회장은 여수 토박이다. 여수 관문동에서 태어나 부친이 작고하는 바람에 약관 30세에 가업을 이어받았다. 이후 크고 작은 사업체를 거느린 중견 기업인이 됐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서 여수상의 회장 경력은 압권(壓卷)이다. 46세 젊은 나이였던 1994년 제15대 회장에 취임해 2006년까지 4회 연임(15-18대)했다. 그런데 후배 기업인들 간청으로 2015년 다시 회장으로 복귀한다. 1940년 설립된 여수상의 역사에서 전무한 사례다.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박 회장 리더십은 여수상의 역할 설정에서 빛을 발했다. 상공회의소 회장이면 지역 기업과 상인들 이익을 도모하는 일에만 치중하면 된다. 그것이 상공회의소 설립 목적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달랐다. 회원사 이익과 친목 도모라는 기존 활동에 더해 여수상의가 지역발전 싱크탱크 역할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여수를 넘어 광양만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 작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파격이었다.

여수상의가 지역발전을 위한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는 박 회장 지론(持論)은 여수발전으로 이어졌다. 여수상의가 발굴한 여수반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컨벤션센터와 워터프런트 개발 구상은 해양박람회를 여수에서 개최해야 한다는 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됐다. 당시 전남도와 전남발전연구원은 해양박람회를 전남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전남도의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어 여수상의는 박람회 개최지로 여수가 적합하다는 논리를 개발한 것이다. 개최지를 둘러싼 경쟁 도시였던 목포나 완도가 이런 작업을 먼저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박 회장 리더십이 돋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광양만권 발전을 위한 어젠다 설정에 대한 관심은 2015년 제22대 회장으로 재등장하면서 보다 구체화된다. 박 회장은 여수·순천·광양 3개 도시의 연대(連帶)를 강조했다. 광양만권이 발전을 지속하려면 3개 도시의 협력을 넘어 통합으로 가야한다는 평소 생각의 확장이었다. 이를 위해 여수상의는 광양만권 ‘도시연합’ 연구를 지원했다. 2년에 걸친 연구 작업을 통해 3개 도시의 행정통합이 아닌 도시연합 전략이 마련됐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여수상의가 발굴한 어젠다에 화답하지 않았다. 요즘 부상하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상 축소판을 박 회장은 진즉 내놨는데 말이다.

박 회장 리더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수라는 도시 품격을 높이는 일에도 앞장섰다. KBS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여수음악제’를 만들어냈다. 행사에 필요한 비용은 여수상의가 전액 부담했다. 2017년 제1회 여수음악제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네 차례가 열렸다. 예울마루를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향연(饗宴)은 해양관광도시라는 도시 이미지에 문화와 예술을 수놓게 했다. 여수가 경남 통영에 비견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상공회의소가 지역발전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박 회장 지론은 지금의 필자와 무관치 않다. 필자는 광양만권이란 지역을 34년째 연구하고 있다. 필자가 광양만권 변화와 발전을 위한 전략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박 회장 때문이었다. 박 회장은 필자가 광양만권 발전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데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수반도권 관광개발과 워터프런트, 여수세계박람회, 광양만권 도시연합 등이 그것이다. 덕분에 필자는 ‘광양만권 잠재력과 비전’(2006년)이란 책도 펴낼 수 있었다.

유럽 최고 사이언스파크로 자리 잡은 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당시 알프-마리팀상공회의소 프랑시스 팔메로 회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가 피에르 라피트 교수가 제창한 사이언스파크 구상에 적극 찬동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상공회의소 회장 리더십은 그래서 막중하다. 광양만권 발전을 위해 애쓴 박용하 회장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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