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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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청 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 김희준

  • 입력날짜 : 2021. 03.04. 18:24
김희준 LKB&Partners 대표변호사/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여권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징계 조치에도 침묵을 지켰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중수청 설립추진에 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면서 이는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맹비난을 하였다. 중수청이 생기면 경찰과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마저도 다 없어지고 기소권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보유하는 것이 과연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논거로 외국의 제도를 예로 들면서도 각자 전혀 다른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당에서는 검찰이 기소권만 가져야 하는 근거로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Serious Fraud Office)을 들고 있는 반면, 검찰은 이것이야말로 검찰이 중대범죄에 대하여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 모델케이스라고 하고 있다. 즉, 영국에서도 대형 부패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체제로는 역부족이어서 특별수사검찰청을 만들었다면서 수사와 기소권한은 반드시 융합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국의 같은 제도를 두고도 각자 보는 관점에 따라 주장은 전혀 달라진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2005년 사법개혁 추진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대검찰청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였다. 어느 날 대검찰청에 비상이 걸렸다. 사법개혁추진업무를 검사 몇 사람에게만 맡겨두고 큰 관심이 없었는데 갑자기 난리가 난 것이다. 그 이유는 검사의 조서를 없애고 영상녹화조사로 전면 대체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검사 조서가 없어진다니, 검사조서가 없어지면 수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처음에는 모두 이해를 못했다. 영상녹화조사라는 개념도 매우 생소한 것이다. 호주에서는 영상녹화조사만 한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인지, 그 시점과 종료는 언제인지, 법정에서 증거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등 각종 쟁점에 대한 의견들이 난립하였다.

급기야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 유학을 다녀와 그 나라의 제도를 잘 안다는 검사들로 대응 TF팀을 만들었다. 당시 개혁의 기본적인 방향은 미국제도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미국의 제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했다. 가장 핵심적 쟁점은 미국 수사기관에서도 조서를 받는지 여부였다. 미국에는 조서 자체가 없다는 설부터 조서를 받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의미의 조사가 아니라는 등 온갖 의견들이 난무하였다. 아무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없었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형국이었다.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미국에 직접 가서 확인해 볼 수도 없어 난감해 하던 차에 미국제도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는 미군부대의 군판사와 군검찰관에게 확인해 보기로 하고 미8군을 방문하였다.

그 결과 미국의 수사기관에서도 조서를 받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들은 실제 조서까지 보여주었다. 특이한 점은 질문에 대한 각 답변마다 피조사자가 일일이 서명하도록 하고 있었다. 조서에 간인만 찍고 마지막 장에만 서명날인을 받는 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다만 미국의 조서는 법정에 증거로써 직접 현출되지는 못하였다. 이 때문에 조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었다. 이로써 조서의 존재여부에 관한 치열한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외국의 제도는 다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자신이 보는 관점만 맞다고 우기는 것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수청 논의도 마찬가지다.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보다 확실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행복이어야 한다. 여기에 정치적인 고려나 집단이기주의가 개입 되어서는 안된다. 중대범죄이든 경범죄이든 범죄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여기에 경중이 있을 수 없고 이론이 있어서도 안된다. 범죄가 횡행하는 국가에서 국민들이 결코 행복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범죄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떤 제도가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검찰은 검찰대로 그동안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왔는지, 혹시 공명심에 사로잡혀 처음부터 목표와 결론을 정해놓고 무리한 수사는 하지 않았는지, 자신의 정체성은 수사기관인지 준사법기관인지, 준사법기관이라면서도 직접수사에 집착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중수청 설립의도가 과연 순수한 것인지, 혹시 정권에 칼날을 들이대는 지금의 검찰이 불편하기 때문은 아닌지, 국정농단 수사시에는 검찰에 대해 박수를 치다가 현재는 공격대상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현재의 대립하는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다. 부디 공복들로 인해 국민이 불행해지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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