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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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3코스(남파랑길 36코스)
창선도 깊숙이 파고든 동대만이 푸근하고 평화롭다

  • 입력날짜 : 2021. 03.30. 19:36
단항마을 앞 작은 섬 뒤로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바다 뒤로는 하동과 사천 땅이 내륙을 이루고 있다. 내륙의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 속에서 하동 금오산(849m)이 군계일학처럼 우뚝 서 있다.
봄을 맞으러 남녘의 섬 창선도로 떠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산하는 이미 봄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삼천포에서 창선도로 건너기 위해 삼천포대교로 들어선다.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에는 모개도·초양도·늑도가 있고, 이 섬들을 디딤돌 삼아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가 놓여 있다.

세 개의 작은 섬을 이어가는 교량들은 길이도, 모양도 각기 다르다. 바다에 떠 있는 교량 위를 달리는데 섬과 바다, 육지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총길이 3.4㎞에 이르는 창선·삼천포대교는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2006년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을 받았다.

세 섬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늑도로 들어선다. 창선대교를 건너기 전 늑도항에 내려가니 아담한 포구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둔덕 수준의 작은 산에 기대고 있는 늑도마을에서는 초양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삼천포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손짓한다. 포구 끝 방파제에서 늑도마을을 바라보니 섬이 바다에 떠 있는 배 같다.
창선대교를 건너기 전 늑도항에 내려가니 아담한 포구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둔덕 수준의 작은 산에 기대고 있는 늑도마을을 방파제에서 바라보니 섬이 바다에 떠 있는 배 같다.

창선대교를 건너 남해군 창선도에 들어선다.

창선도는 남해군에 속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남해 바래길 3코스는 창선대교를 건너자마자 시작된다. 이 코스는 부산에서 해남까지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장 트레킹 코스인 남파랑길 36코스이기도 하다.

주차를 위해 창선대교타운으로 내려간다. 창선대교타운에서 바라본 창선대교의 모습이 아름답다. 빨간 아치형 교량과 푸른 바다가 어울리고, 창선도와 초양도 같은 섬들이 함께 해 자연과 인공이 행복하게 조화를 이룬다.

창선대교 입구에 남해 바래길 3코스와 남파랑길 36코스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바래길로 들어서니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가 길손을 맞이한다. 겨우내 인고의 세월을 거친 매화가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면서 봄을 활짝 열어준 것이다. 길은 해변 산비탈 임도를 따라 이어진다.

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창선·삼천포대교 주탑이 낮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북쪽 바다 너머로는 사천시 서포면의 산봉우리들이 바라보인다. 1024번 지방도로를 따라 종주하고 있는 바이킹족을 만나기도 한다.

단항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해변으로 나아간다.

단항마을 해변으로 나아가니 150m 쯤 떨어진 바다에 조개껍질을 엎어놓은 것 같은 작은 섬 두 개가 수문장처럼 떠 있다. 소초도와 대초도다. 소초도는 하루 두 번 썰물 때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열린다.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은 이곳 마을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여행객들에게는 운치 있는 풍경을 제공한다. 이 작은 섬 뒤로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 바다 뒤로는 하동과 사천 땅이 내륙을 이루고 있다. 내륙의 고만고만한 산봉우리들 속에서 하동 금오산(849m)이 군계일학처럼 우뚝 서 있다. 조그마한 단항포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낮잠을 자고 있고, 바다 가운데에는 수십 척의 고기잡이배들이 떠있다.

길은 단항포구 앞에서 농로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간다. 해변에서 멀지않은 곳에 짙푸른 거목 한 그루가 서있다. 천연기념물 제299호 ‘창선도 왕후박나무’다. 수령 5백 년 이상 된 왕후박나무는 높이가 9.5m에 달하고,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11개로 갈라져 있어 우산을 펼쳐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거대한 왕후박나무 아래에 서 있으니 숭엄한 기운이 느껴진다.
천연기념물 제299호 ‘창선도 왕후박나무’.

왕후박나무 앞에서 농로를 따라 다시 해변으로 향한다. 봄은 농민들을 밭으로 불러내었다.

곳곳에서 밭일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봄꽃처럼 향기롭다. 겨우내 응축돼 있던 땅이 생명활동을 시작하자 농부들은 그 땅에 골을 내고 씨앗을 뿌린다.

해변을 따라 걷는데 소나무가 조그마한 섬을 뒤덮은 대초도가 지척에서 손짓한다. 해변에는 민가 몇 채와 작은 포구도 있다. 작은 포구에 정박된 소형 어선과 대초도가 형제처럼 다정해 보인다. 밭가에서 매화와 동백이 꽃을 피워 봄 향기를 전해준다.

숲길로 들어서기 전 눈앞에 펼쳐진 시원스러운 풍경을 바라본다. 하동과 사천 쪽 내륙과 남해도의 산들이 넓은 바다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거대한 호수 같다. 임도로 접어들자 숲으로 뒤덮인 길이 상쾌하다. 숲속 새들의 노랫소리가 우리의 발걸음에 율동을 불어넣어준다.

당항마을에 가까워지자 동대만과 바다 건너 낮은 산봉우리들이 가슴에 안겨온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만입한 동대만은 창선도를 동서로 이등분한다. 창선도는 섬 서쪽이 동쪽보다 약간 길고 커서 대부분의 마을이 서쪽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남해 바래길 3코스를 ‘동대만길’이라 부르는 것도 동대만을 바라보며 걷기 때문이다.

당항마을에서 밭길을 따라 속금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갈림길마다 남파랑길과 바래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길안내를 해준다. 나무에 매달린 리본도 남파랑길 파랑색 리본과 남해 바래길 노랑색 리본이 다정한 형제처럼 함께 붙어 있다. 길은 속금산 서쪽 비탈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 숲길을 걸을 때는 섬이 아니라 내륙의 산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은 숲길이 적요하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 숲길을 걸을 때는 섬이 아니라 내륙의 산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전혀 들리지 않은 숲길이 적요하다.

산도곡고개를 지나 창선도 최고봉 대방산(468m) 자락으로 접어든다. 고사리밭을 지나고 산길을 잠시 걸어 내려오니 1차선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온다. 운대암으로 가는 길이다. 길 아래로는 옥천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물빛에서도 봄기운이 느껴진다.

포장된 임도를 몇 굽이 돌고나니 상신마을이 발아래 와있다. 마을 뒤로 동대만 전경이 바라보인다. 북동쪽 바다 건너 멀리서 삼천포시내와 와룡산이 다가온다. 푸근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마을 주변 밭에는 마늘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창선도는 해변에 농경지가 잘 조성돼 어업보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더 많다.

바래길 3코스를 걷다보면 동백꽃을 자주 만난다. 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을 한 동백꽃은 강렬하면서도 처연하다
3번 국도로 내려서니 창선면소재지다. 길을 걸으며 자주 만났던 동백꽃이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빨간 꽃잎에 노란 꽃술을 한 동백꽃은 강렬하면서도 처연하다. 땅에 떨어질 때까지도 그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백꽃이 꺾일지언정 굴복하지 않겠다는 지조를 보여준다.

※여행쪽지
창선도는 우리나라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으로, 섬 전체가 남해군 창선면이다. 창선도는 남해도와 삼천포 양쪽으로 교량이 놓여 있다.
▶남해 바래길 3코스는 부산에서 해남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 남해구간이 시작되는 길이다. 남해 바래길은
16개 코스 중 11개 코스가 남파랑길과 겹친다.
▶코스 : 창선대교→단항마을→당항마을→속금산 임도→대방산 임도→창선면행정복지센터
▶거리, 소요시간 : 15㎞, 5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창선치안센터(경남 남해군 창선면 동부대로 3017)
※난이도 :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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