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3일(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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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땅투기와 공직자의 자세 / 박문옥

  • 입력날짜 : 2021. 04.06. 20:07
박문옥 전남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온 나라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의 땅투기로 시끄럽다. 비단 LH 직원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을 비롯해 택지나 산업단지를 조성 중인 지자체 공무원들도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2030세대에서는 ‘이사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에서 한걸음 더 나가 ‘이번 사회는 망했다’는 뜻으로 우리의 청년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 불신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국가의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975년 건설교통부 산하에 설립되어 토지의 취득·비축·개발·공급·임대 등 토지에 관한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공기업이다. 이후 한국토지공사는 토지와 주택 사업의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해 2009년 10월 대한주택공사와 합병, 직원이 약 9천500명에 이르는 LH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동안 LH는 정부를 대신해 국토를 개발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보급하는 등 수 많은 공공사업들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LH의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담합하여 개발예정지 정보를 사전에 입수, 막대한 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하는 등 조직적으로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더욱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마저도 국민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내부 전산망에 올려 전 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한 시민단체가 LH에 대해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LH직원과 그 가족들은 최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 약 100억원 규모의 10개 필지(2만3천28㎡)를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간 지분을 나눠 매입했고, 이후 광명·시흥지구는 2021년 2월24일 신도시로 지정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동산 투기조사를 공직자까지 확대하여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몇몇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 정황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용인시는 원삼면 죽능리 일대 415만㎡에 사업비 1조7천903억원을 투입,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사업 부지를 조성 중이다. 반도체 강국의 면모를 이어가기 위해 SK하이닉스가 약 122조원을 투자할 계획인 이곳에 부끄럽게도 용인시 공무원 3명이 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 공무원윤리헌장을 제정해 공직자들이 지켜야할 덕목으로 활용해 오고 있다. 동 헌장에는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 국민에 대한 정직과 봉사, 직무에 대한 창의와 책임, 직장에서의 경애와 신의, 생활에서의 청렴과 질서를 주요 덕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장에 규정된 모든 덕목이 공직자가 갖추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지만, 그 중에서도 청렴은 당연히 으뜸이다. 이를 반영하듯 헌법 제46조 제1항에서는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도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공정하고 청렴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청렴·근검·도덕·경효·인의 등의 덕목을 겸비한 관직자에게 청백리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우리가 잘 아는 황희정승과 퇴계 이황이 대표적 인물이며,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 단지 217명만이 지정될 정도로 매우 명예로운 호칭이었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공직을 수행하는 관료들이 청렴하게 관직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번 LH 사태와 속속 드러나는 공직자들의 일탈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세대에 관계없이 모두 충격을 받았다. 또한 지금까지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고자 추진했던 모든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일부 몰지각한 공직자들의 행동으로 우리사회에 큰 불협화음이 발생해 버린 것이다.

LH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모든 공직자가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결단코 반대한다. 우리 주변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소임을 다하는 공직자가 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직자들이 이번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들이 1981년 제정된 청백리상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공직 풍토가 하루빨리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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