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6(토)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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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경제적 안정은 행복의 기초다.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인간은 온전히 행복하기 어렵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은 꾸준히 확대돼 왔다. 최근에는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38%를 차지했다. 자산 불평등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상위 1%가 전체 자산의 20% 내외를 독점하는 반면 하위 50%는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격차는 교육·의료·문화 기회의 차이로 이어지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약화시키며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결국 불평등 문제는 경제적 차원의 불편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까지 위협한다.
때문에 평등한 삶이 행복의 전제 조건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뇌과학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사람이 불공정한 상황에 직면하거나 타인의 불평등을 목격할 때 뇌의 ‘뇌섬엽(insula)’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는 불쾌감과 사회적 부당함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편도체가 자극돼 상황을 사회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경계심을 높인다. 다시 말해 불평등은 단순히 ‘마음이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적 신경 반응을 불러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불평등은 제도와 정책이 만든 결과이며, 제도와 정책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행복은 경제적 조건만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개인의 기질이나 성향 같은 유전적 요인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실제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조건이다. 사회가 얼마나 공정하고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느냐가 개인의 행복의 크기를 결정한다. 유전은 출발점이지만, 사회적 구조는 결승선까지의 거리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다. 예컨대 모든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자산 격차 완화를 위한 합리적 부유세,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교육·의료·돌봄을 보장하는 보편복지 강화가 필요하다. 청년층에는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노년층에는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연금과 돌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제도적 기반이 갖춰질 때 개인은 불안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고 사회 전체의 행복도 함께 증진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자원봉사의 역할 또한 소중하다. 자원봉사는 단순한 나눔 활동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촉매제가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교육·문화·돌봄의 영역에서 취약계층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 동시에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연대와 소속감을 경험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이는 곧 행복의 토대를 다지는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소수가 아닌 다수가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노력과 선천적 조건을 넘어 공정한 제도와 따뜻한 사회적 환경이 함께 뒷받침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평등한 삶은 선택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회적 연대와 정책적 결단이 만날 때 대한민국은 더욱 행복한 공동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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