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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희망의 노래 ‘빛골 아리랑’
박윤모 칼럼 문화 愛 빠지다

  • 입력날짜 : 2014. 05.20. 20:26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수요일,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뜻 깊은 무대가 마련됐다.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 교수는 곱게 단장하고 제자들과 한 무대에 올랐다.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한 뒤 노교수는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이수자인 성심온(전남대 예술학과)교수다. 34년간 교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가야금과 평생을 함께한 그를 위한 헌정 공연이다. 정년퇴임 기념 헌정 연주회.

스승을 향한 제자들의 오마주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문득 ‘성 교수님은 참 행복한 분이다’란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제자들과 함께 그 좋아하는 가야금을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부럽기만 했다.



교단을 떠나온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내게 가장 행복했고 아름다웠던 순간은 바로 여고 국어선생님 시절이었다. 하얀 교복을 단정히 입고 수줍게 카네이션을 건네던 제자도, 수업 때마다 맥콜을 교탁위에 올려놓던 제자도 이제는 젊음의 뒤안길에서 돌아와 거울 앞에선 여인들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게는 싱그러운 여고생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스승의 날 단원고 교사의 영정에 놓인 눈물의 카네이션을 보니 마음이 더더욱 아팠다. 스승과 제자의 짧고 비극적인 인연이 참 안타깝다.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침묵도, 반성도 부끄러운/죄다(…중략) 아, 이 공기,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中에서)

함민복 시인의 시처럼 대한민국의 2014년 4월은 우리 모두에게 숨 쉬기도 미안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숨쉬기도 미안한 오월이다. 실종자 수색은 더디게 진행되고, 하루하루가 슬픈 기다림의 연속이다. 멀쩡히 있다가도 세월호 뉴스만 보면 눈물을 흘리곤 한다. 국민들 대부분이 죄책감, 무력감, 분노의 감정을 겪고 있다고 하니 이것 또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처일 것이다. 34년 전 오월, 우리의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처럼 말이다.



진정한 치유는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이해받을 때 이뤄진다고 한다.

공감을 뜻하는 ‘sympathy’는 syn(함께, 비슷한)과 pathy(고통, 질병, 치료법)의 합성어다. 타자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함께 느끼며 도우려는 감정이 공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공연장을 찾아 무대에 선 배우와 함께 공감해보는 것도 치유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오는 23일부터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빛골아리랑’이 무대에 오른다.

질곡의 근현대사를 겪어온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드리는 작품이다. 금남로에서 자식을 잃고 피눈물을 쏟아내는 어머니의 슬픔과 한(恨),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선 희망.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 몸으로 겪어온 우리네 어머니를 위한 노래이자 광주의 노래이다.

빛골 아리랑을 들으며 주인공 막이의 슬픔에 함께 공감하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고 나면 가슴 속이 후련해지리라 믿는다. 밟혀도 아리랑, 맞아도 아리랑. 아리랑에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어야한다.

광주시민들은 계엄군의 총탄 앞에서도 박애정신과 따뜻한 인간성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체 의식으로 둥글게 뭉친 대동 세상을 이뤄냈다. 부디 많은 분들이 뮤지컬 ‘빛골 아리랑’을 통해 가슴 속 한편에 자리한 슬픔과 분노를 털어내고, 잠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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