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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이 된 폭염시대(暴炎時代)
이원용
광주 남부소방서장

  • 입력날짜 : 2019. 08.05. 19:29
‘계하(季夏)되니 소서(小署) 대서(大暑) 절긔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날 새면 호뮈 들고 긴긴해 쉴새 업시 땀 흘녀 옷시 젖고 슘막혀 괴진할 듯’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1천32구의 장편가사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원문의 일부이다.

이 중 ‘날이 새면 호미 들고 긴긴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옷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이라는 문구가 요즘 무더위로 지치고 힘든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요즘 같은 때에는 200년 전 에어컨이나 선풍기 같은 냉방기구도 없는 환경에서 우리 선조들은 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지 사뭇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한낮 수은주가 높아지면서 작년 여름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여름엔 전국 평균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의 하루 최고 기온은 39.6도(8월1일), 하루 최저 기온은 30.3도(8월2일)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1년 만에 가장 높게 치솟은 ‘폭염시대(暴炎時代)’로 기록됐다.

폭염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 현상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덥고 습한 성질을 갖고 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때문이라고 한다. 여름철 한반도에 폭염이 찾아오면 기상청에서는 1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폭염주의보, 1일 최고 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표한다.

올해도 기상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해의 무더위가 잊혀 지기도 전에 5월 전국 평균 최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고, 지난 5월15일 광주를 시작으로 첫 폭염주의보가 발표됐다. 서울에서는 낮 기온이 33℃까지 오르는 등 이른 시기부터 폭염주의보가 발표돼 작년과 마찬가지로 뜨거운 무더위가 예상된다.

‘폭염’이란 여름철에 열사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높은 기온을 말하는데,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건강에 큰 장애 요인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다.

인간의 신체는 기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기상의 변화에 따라 그날의 몸 상태도 달라진다. 고온의 환경에서 신체는 열을 몸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려 하는데 주위의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열을 내보내기가 어렵게 된다.

이런 온열질환에는 열경련, 열실신, 일사병, 열사병 등이 있다. 열경련은 근육노동에 의해 통증이 수반된 근육경련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열실신은 고온 환경에서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이 소실된다. 일사병은 체온이 정상이거나 40℃ 이하로 땀을 많이 흘리고 극심한 무력감과 피로가 밀려와 창백해지고 오심이나 구토를 하기도 한다. 열사병은 아주 위험한 상황으로 중추신경 기능장애가 생겨 의식장애가 생기고 심할 때는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온열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119에 신고를 하고 시원하고 환기가 잘 되는 곳으로 환자를 이동시켜 쉬게 해야 한다. 의식이 있을 때는 스포츠음료나 주스 등을 마시게 하고 의식이 없을 때는 음료가 기도로 넘어 갈 수가 있으므로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환자의 몸은 젖은 물수건이나 에어컨, 선풍기, 찬물 등을 이용하여 체온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온열환자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 전국의 소방서에서는 폭염이 시작되는 5월부터 119구급차에 폭염장비를 적재하고, 온열환자에 대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폭염에 대한 피해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폭염시 야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외출시 창이 넓은 모자나 토시, 수건 등을 몸에 둘러 복사열이 체내에 누적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신체 전해질 균형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탈수 증상이 오면 몸이 쳐지고 나트륨, 칼륨 등 신체 이온이 빠져나가게 되는데 물만 마시면 체내에 잘 흡수가 되지 않는다. 이때 식염 포도당을 같이 복용하면 포도당과 나트륨이 포함돼 있어 신체 전해질 균형 및 체온조절,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본래 여름철에는 세심한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한의학의 고전인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도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건강관리가 여러모로 쉽지 않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낮 시간이 길어 활동량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열대야에 생활이 불규칙해지기 쉬워 피로감이 배가 되기도 한다. 또 습도가 높아 각종 병균이 자라기 쉬워 배탈·염증에도 취약해진다. 그만큼 건강유지를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 다가와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폭염 피해에 대해 경계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과 긍정적인 생각을 통해 폭염을 이겨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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