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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명품마을을 찾아서] (6)담양 해동문화예술촌
문 닫은 양조장, 예술로 새로운 역사 빚다
공연·시각 예술부터 체험까지 지역 문화 거점 공간 재조성
예술인·지역민 한데 어우러져 원도심 재생 성공사례로 각광
‘예술=모든 사람 위한 것’ 기치 지역문화 대표브랜드 ‘최우수상’

  • 입력날짜 : 2019. 09.16. 18:19
1960년대부터 전통 주조 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던 해동주조장. 지금은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막걸리나!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농촌에서는 논두렁과 밭고랑에서 사람이 모였다 하면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막걸리가 바로 그 것! 집집마다 잔치를 하고, 초상을 치를 때도 막걸리는 항상 서민들의 곁에 존재했다. 물론 비가 올 때나 날이 좋을 때도….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막걸리는 급속하게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때문에 그 많던 주조장들도 하나 둘씩 문을 닫았다. 담양읍내에서 가장 큰 주조장이었던 해동주조장도 같은 운명을 걸었다.

◇폐건물의 변신은 무죄···예술공간 탈바꿈

1960년대부터 전통 주조 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던 공간이었던 담양 해동주조장. 현대사회로 갈수록 생산방식의 변화와 소비의 감소로 인해 해동주조장은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하고 2010년 폐업했다.

10년 동안 해동주조장의 운영이 정지된 후 인접한 건물들과 주택들 역시 빠르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흥했던 상업 공간에서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했다. 더불어 이 시기 담양군에서는 원도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문화예술 거점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담양군은 원도심 내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유한 해동주조장을 보존해 문화거점시설로 재조성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디자인공예문화진흥원이 주최한 ‘2016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공모했다. 그리고 사업에 선정되면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담양군문화재단 문화생태도시팀은 2017년 지속적인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며 지역민과 방문객의 문화 소비 갈증 해소에 노력했다. 공연예술, 시각예술, 예술교육, 체험 등 다채로운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지역예술인들에게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했다.

‘담빛길’ 행사, ‘술통파티’, ‘밤샘드로잉’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예술인과 시·도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마련해 왔다.

과거 해동주조장이 담양민의 삶, 생활에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면 21세기에는 해동문화예술촌의 문화예술이 지역민과 함께하고 있다. 담양은 원도심 재생으로 문화예술도시를 완성시킨 것이다.

◇‘독특한 분위기’ 활기 되찾은 주조장
사진 위부터 해동문화예술촌 외부, 상상나래 체험, 전시실 내부, 해동문화예술촌 전시실

오랫동안 잊혀진 이곳에 새로운 활기가 넘친다. 50년 가까이 막걸리를 빚으며 담양 경제를 이끌었던 주조장이 이제는 문화를 빚으며 다시 태어났다.

해동주조장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새로운 공간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옛 누룩창고를 활용한 주류 아카이빙 공간은 흥미롭다. 나무로 얼키설키 얽힌 천정이 오랜 세월을 그대로 대변해준다. 주조장 시설과 술 제조에 사용하던 물을 긷던 우물 등도 그대로 활용했다. 다양한 술 이야기, 문학 속 술 이야기 등의 섹션과 다양한 전국의 막걸리를 전시해 둔 공간도 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 막걸리 시음, 제조 체험 등의 행사가 열리고 있다.

술을 빚던 공간과 자재를 보관하던 장소 등은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전시장에 창을 내 밖의 공간이 내다보이는 게 인상적이며 본 전시장 사이의 너른 공간은 마음의 여유를 준다. 또 예술촌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대나무 의자는 담양의 이미지를 살리는 한편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밖에 주인이 살았던 옛집 앞의 정원과 작은 연못도 눈에 띄며 입구에는 작은 아트숍도 자리하고 있다.

낡은 양조장의 변신이 흥미롭다.

담양하면 죽녹원, 관방제림, 추월산, 메타세콰이어 길 등 생태 중심의 지역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름난 자연명소들에 비하면 담양읍 시가지는 소박하고 특별할 게 없어 보였다. 담빛예술창고에 이어 또 다른 근사한 문화공간이 문을 열면서 담양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이 더 늘어날 듯하다. 현대적 멋과 여유가 마음을 두드린다.

공연예술·시각예술·예술교육·체험 등 다채롭게 펼쳐지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통해 해동문화예술촌은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문화 소비의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마을은 문화로 먹고 산다

노동, 쉼, 나눔이라는 전통적인 해동주조장의 역할과 자율성과 창조성, 공공성의 예술정신을 현대적으로 수용하며 출발한 해동문화예술촌. 예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기치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

해동문화예술촌에서는 전시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상상 나래’와 ‘영화가 사랑한 미술’을 주제로 한 인문학 브런치 모임 ‘카페 필로’를 운영한다.

술을 빚는 주조동, 누룩창고 등 기존의 산업시설을 활용해 ‘해동 주조장’ 기록 전시 공간, 체험교육장 등을 조성하고 공간의 역사성을 살리는 한편 지역민을 위한 문화학교, 공연장, 인문학 책방 등을 배치함으로써, 지역 문화 기반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 지역문화대표브랜드 최우수상에 담양군 ‘해동문화예술촌’을 선정했다. 지역의 역사성을 잘 살린 문화적 관점의 도시재생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부터 공간 개·보수를 하고, 지역민과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시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장소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 효과를 꾀하면서 지역민의 문화 향유를 높인 점이 크게 돋보였다.

◇쓸모없는 공간도 다시 보자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오랫동안 쓸모없이 방치돼 있는 건물들이 꽤 많다. 이런 건물들이 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공간으로 바뀐다면 좋은 공간이 생겨서 좋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해동문화예술촌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 그리고 이 공간 안에서의 정신적 문화 향유, 그런 안락함을 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흔적들을 기억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도 즐길 수 있는 옛 시설들의 아름다운 변신. 지역민들은 물론 여행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담양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그 중심에 문화와 예술을 즐기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옛 역사와 전통까지 예술이 되는 곳. 해동문화예술촌이 빚어낸 담양으로 떠나보자./최지영 자유기고가·담양=정승균 기자

/사진=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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