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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여수 ‘개도 사람길’
에메랄드빛 바다에 그려진 아름다운 풍경화

  • 입력날짜 : 2019. 10.22. 18:30
개도 사람길 풍경의 하이라이트. 126m 높이의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뒤편의 솔머리산이 배성금과 청석포 앞바다를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고, 솔머리산 뒤로는 리아스식 해변을 이룬 여러 섬들이 율동미를 자아낸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여행은 언제나 가슴 설렌다. 그 섬에 가면 낯선 풍경을 만날 것 같고, 세속에 지친 영혼이 위로받을 것 같다. 나는 갑판에 앉아 사방으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경에 넋을 잃는다. 여수반도와 돌산도가 바다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길게 뻗어있고, 바다는 백야도·제도·개도·자봉도·월호도·화태도·송도 같은 섬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호수 같다.

백야도를 출발한지 20분 만에 개도 화산선착장에 도착했다. 개도는 여수시내에서 남쪽으로 약 21.5㎞ 떨어져 있고, 주위에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산재해 있다. 개도라는 이름도 주위의 작은 섬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뜻에서 덮을 개(蓋)를 썼다고 한다.

화산선착장에서 북서해안을 따라 ‘개도 사람길’을 걷는다. 길 아래로 바다가 출렁이고, 종종 만나는 밭에는 방풍나물이 싱싱하다. 풍을 예방한다 해 방풍나물이라 했다. 개도 사람들은 바다에서 미역·다시마·톳을 채취하고, 오징어·멸치·문어 등을 잡는다. 전복양식도 한다.

길은 해안 데크다리를 따라가다 부드러운 숲길을 걷곤 한다. 화산전망대와 여석전망대에 서서 바다와 섬이 만들어준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긴다. 사람길에서는 제도와 백야도는 물론 하화도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하화도 뒤편에서 낭도와 둔병도·조발도가 고개를 내밀고, 이 섬들을 연결한 연도·연육교들이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산줄기에 감싸인 남향의 모전마을이 포근하면서도 예쁘다. 마을 앞에는 600m 길이의 작은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해변숲길을 빠져나가자 여석마을과 여석선착장이 기다리고 있다. 마을로 가는데 왕방울 눈과 큰 귀를 가진 석장승 두 기가 길 양쪽에서 미소를 지어준다. 바람이 많은 섬마을이라서 작은 돌로 높이 쌓은 돌담들이 인상적이다. 모전선착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는 사도와 추도를 앞에 두고 고흥반도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고흥을 대표하는 팔영산의 여덟 바위봉우리도 선명하다. 하화도는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산줄기에 감싸인 남향의 모전마을이 포근하면서도 예쁘다. 마을 앞에는 600m 길이의 작은 몽돌해변이 펼쳐진다. 마을사람들은 모전 자갈밭이라 부른다. 모전 몽돌해변은 수심이 낮고 경사도 완만해 여름철 해수욕하기에 좋다. 몽돌해변 옆으로는 낮은 산줄기가 바다 가운데로 1.6㎞ 거리를 가늘고 길게 뻗어나가 곶을 이룬다. 뱀이 기어가는 것 같은 이 곶은 바다를 가운데 두고 개도의 주능선인 생금산-봉화산-천제봉을 잇는 산줄기와 나란히 뻗어간다. 이렇게 모전마을 앞바다는 두 산줄기에 감싸여 작고 고요한 만(灣)이 됐다.

모전마을을 지나면 호령마을이 생금산과 봉화산 자락 바닷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호령선착장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산길로 오른다. 길은 산허리를 돌아가면서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숲길을 걷다가 계단을 내려가 해변바위에 앉아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126봉 절벽 위에서 바라본 솔머리산과 바다너머 금오도 풍경.

숲길을 거쳐 호령전망대로 들어선다. 전망대에 서니 드넓은 바다 뒤에서 고흥반도의 팔영산, 우주발사전망대, 마복산과 내나로도, 외나로도가 아련히 다가온다. 전망대 앞쪽에는 두 개의 작은 돌섬 고여가 떠 있다. 고여는 지나는 배의 나침반이 되고, 주민들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돼준다. 고여에는 등대가 서서 밤바다를 비춰준다. 전망대 남쪽으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거침없이 펼쳐지는 바다는 마음속 번뇌를 없애준다.

호령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가팔라진다. 숨을 헉헉거리며 오르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나무들 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응원을 해준다. 가다보니 너덜을 만나고, 너덜 위로 상바위도 보인다. 상바위 위쪽에 천제봉이 있다. 천제봉·봉화산으로 가는 길이 갈리는 삼거리를 만난다.

잠시 후 개도 사람길 풍경의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는 봉우리에 선다. 126m 높이의 깎아지른 기암절벽과 뒤편의 솔머리산이 배성금과 청석포 앞바다를 삼각형 모양으로 보이도록 했다. 솔머리산 뒤로는 리아스식 해변을 이룬 여러 섬들이 율동미를 자아낸다. 남동쪽으로는 금오도·연도·안도 등 금오열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자연은 에메랄드빛 바다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놓았다. 천하절경을 가슴에 담고서 해안절벽 126봉으로 향한다. 126봉을 넘어가면서 90도에 가까운 기암절벽을 내려다본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개도 사람길 3코스를 걷다보면 바다 건너 월항마을을 품고 있는 섬 동쪽 끝 두 개의 작은 바위섬과 길 아래에 있는 거북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수원 제방 아래에 2코스 종점을 지나면 자동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시멘트길이 이어진다. 길 아래는 배성금 벼랑이다. 126봉 벼랑이 천애절벽을 이루고 있다면, 배성금은 낮고 비스듬하며 아기자기한 모양이다. 솔머리산 아래 벼랑도 우리의 눈길을 유혹한다.

배성금 벼랑은 평평한 반석과 몽돌로 이루어진 청석포해수욕장과 맞닿아 있다. 청석포는 태풍과 파도가 거센 지역으로, 돌의 색깔이 푸른빛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반석은 많은 사람들이 놀이를 할 만큼 넓다. 청석포 정면으로는 아주 먼 바다까지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가파르고 긴 계단을 따라 솔머리산에 올라서자 시원한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전망대에 서니 금오도가 지척이다. 금오도 뒤에서 연도가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서쪽 건너편을 바라보니 조금 전에 지나왔던 126봉 기암절벽이 여전히 아름답다. 고여 뒤로 고흥 나로도가 길쭉하게 뻗어있다. 바다의 푸른빛은 깊이에 따라 채도를 달리하는데 그 모양이 모자이크 같다.
여석마을 입구 석장승. 왕방울 눈과 큰 귀를 가진 석장승 두 기가 길 양쪽에서 미소를 지어준다.

솔머리산 전망대를 출발해 고즈넉한 산길을 걷는다. 바다 쪽은 벼랑을 이루고 있지만 산길 주변은 숲이 울창하다. 나무 사이로 바라보이는 기암절벽과 건너편 월항마을을 품고 있는 개도 동쪽 끝 두 개의 작은 바위섬과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아래에 있는 거북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3코스 종점인 정목 도로에 올라서니 가늘게 뻗은 목답게 양쪽에서 바다가 출렁인다. 정목에서 화산선착장까지는 도로를 따라 2.2㎞를 걸어야하지만 트럭을 타고 화산선착장까지 간다. 백야도 가는 배시간이 1시간 가까이 남았다. 막걸리집으로 들어가 개도막걸리 몇 병을 시킨다. 양푼 잔에 막걸리를 쭉 들어 마신다. 산행의 피로가 씻어지는 것 같다. 개도막걸리는 조선시대부터 만들어져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개도의 깨끗한 물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막걸리 몇 잔 마시고 선착장으로 나오니 바다와 함께 펼쳐지는 세상이 평화롭다. 잠시 후 금오도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자봉도 앞을 지나 이곳 화산선착장으로 들어온다. 섬을 떠날 시간이다.


※여행쪽지

▶개도 사람길은 개도 해변을 돌아가는 길로 고즈넉한 해변마을을 만나고, 아름다운 벼랑과 다도해를 이룬 주변 섬을 조망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총 11.3㎞ /5시간10분 소요
1코스 : 화산선착장→호령마을 (4.5㎞/1시간30분 소요, 난이도 : 쉬움)
2코스 : 호령마을→상수원(배성금) (3.2㎞/1시간50분 소요, 난이도 : 어려움)
3코스 : 상수원→정목 (3.6㎞/1시간50분 소요, 난이도 : 어려움)
▶배시간
백야선착장→화산선착장 : 07:20, 09:05, 11:00 (20분 소요)
화산선착장→백야선착장 : 13:15, 16:50(동절기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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