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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자부(知足者富)
박돈희
전남대 명예교수회 회장
㈜신재생에너지나눔지기 대표이사

  • 입력날짜 : 2020. 01.20. 17:40
노자(老子) 33장에 지족자부(知足者富)라는 문장이 있다. 국어사전에는 ‘분수를 지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함‘이라고 적혀있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만족하게 사는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당신의 삶이 만족스럽냐고 물으면,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유학시절 경험이다. 공부에 시달리면서도 서양 대학생들이 승강기 앞에서 마주치면 해맑게 눈인사하는 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고통과 역경의 시간 속에 있지만 행복한 순간을 만들고 있는 그들의 여유가 무척 성숙해 보였다. 60년 전 1980년대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1천불 가까울 때 모두가 가난에 시달려 허기진 배를 매만지면서도 행복한 순간들이었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매우 많다. 지금 우리사회는 국민 개인소득이 3만불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젊은이들이 동경하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한글배우는 소리가 우렁차다고 한다. 한국행 비행기 표를 사들고 그들의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미래 희망의 씨앗이 한국이라고 한다.

60년 전 생활상을 비교하면 우리 모두가 대기업회장과 같은 갑부이고 조선시대 고종황제가 누리던 수라상보다 더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임금님이 머리를 시키려고 잠시 궁궐을 떠나 한강변 압구정으로 행차하려면 많은 신하들이 말마차를 끌고 다니느라 고생을 하였을 것이다. 허나 지금은 맘만 먹으면 광주에서 한 시간 내에 서해바다 법성포 백수도로를 달릴 수 있고, 파란 남쪽바다 장흥 수문리 해변도로를 드라이브 할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필자는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으나 유일하게 동네 사우나 월권을 사서 다닌다. 새벽에 사우나를 즐기면 하루가 상쾌하게 시작되며 정말 온몸과 정신이 새로워진다. 동네 사우나에서 벌어지는 목욕 풍경이 흥미롭다. 목욕을 하는 요령이 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모두가 백세시대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목욕탕 요금이 오천원 정도인데 오천원 비용의 만족도는 다양하게 보인다. 10년 전에 척추 디스크가 터져 말 할 수 없는 통증으로 고생한 칠순이 넘은 요가선생 같은 신사는 근방 아파트경비를 하시는데 척추수술 후 사우나에서 매일 근육 단련으로 통증에서 해방되고, 즐겁게 생활하신다고 한다. 사우나에 딸린 이발원 사장님은 10년 전에 수필문학에 등단하여 60여 편의 주옥같은 수필을 문예지에 투고하였다고 한다. 수필가로서 게재된 수필을 가끔 보여주며 대화를 나눈다. 물론 고회가 넘은 작가이다. 그 작가가 어머님을 회상하면서 쓴 수필 ‘꽃버선을 신고 가신 어머니’는 감동적이다.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 구구절절 생동감이 있어 사모곡이 따로 없다. 4평 남직한 공간에서 하루 종일 이발 일을 하지만 수필을 쓰기위한 몸부림은 최고의 경지를 향하는 도사 같은 품위가 느껴진다. 목욕탕에 없어선 안 되는 사람이 한분 더 있다. 구두와 세신을 도와주는 소위 때밀이 사장님이다. 이 사장님은 대략 오십이 넘어가고 있다. 이 사장님의 월수입이 얼마인지 가름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그럼에도 그 사장님은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 저녁시간 사우나탕을 청소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몇 달 전까지 이 지방 국립대학에 유학 온 대학원생을 고용하였고, 지금은 60이 넘은 노신사를 고용하여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맘은 풍족해 보인다.

경자년을 맞은 새해에 인사를 드릴 겸 시내 이비인후과 병원장님을 찾았다. 그 병원 벽에 소전(素筌)이 쓴 ‘지족자부(知足者富)’ 액자가 고풍스럽게 붙어 있다. 병원장님은 병에 대한 스토리를 충분히 이해되도록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또한 해마다 책을 출간하신다. ‘박혁거세와 크레오파트라는 BC69 동창생이다’라는 책은 동서양 시대를 융합시킨 창의성 높은 책자이다. 정겹고 아담한 병원 벽의 노자33장을 통찰하고 계시는 원장님의 삶은 멋있고 존경스럽다.

그렇다. 인간의 만족은 끝이 없을 것이다. 노자가 쓴 33장의 문장에 머리 두(頭)가 아니고 발족(足)을 써서 만족의 크기가 머리끝까지가 아니라 발 높이만 채워도 행복해 하라는 의미를 되새긴다. 만족의 의미를 성찰하는 삶을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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