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에서 / 임봉섭 |
| 2021년 12월 22일(수)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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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을 낀 서창교와 황룡강을 낀 극락둑길를 지나 송대길로 들어서면 억새 벌판이 보인다. 특히 송정2교에서 송대길의 풍경이 압권인 이유는 강변 둔치 폭이 다른 구간에 비해 2배 정도 넓어 갈대가 집단을 이루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풍요로움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보는 기쁨이 배가 된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에 불규칙적으로 쓰레기가 보인다. 주말 나들이 나왔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수풀 속과 물억새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주로 버리고 간 쓰레기들은 캔 커피, 물티슈, 검정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이 대부분으로 아직도 우리는 이런 환경에 살고 있다.
광주환경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는 비 오는 날에는 이러한 풍경을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편리함과 간편함으로 일상을 지배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쉽게 구하고 쉽게 버려지는 물티슈들이 사용 후 빗물과 함께 무지막지하게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어 각종 하수처리설비의 기능 저하와 고장 빈도를 증가시키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된 환경문제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 크러스트라 불린 플라스틱 찌꺼기 문제이다. 팻 버그(fat-berg)가 물티슈로 유발된 환경문제라면 플라스틱 크러스트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먹이사슬의 가장 최소 단위가 된 것이다.
플라스틱 크러스트는 2016년 해양환경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어 2019년 아프리카 마데이라 화산섬 갯바위에 껌이나 이끼처럼 플라스틱이 녹아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이 하천이나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장기간 햇빛에 방치되면서 노화 및 분해 과정 중에 점점 미세화(크기 5mm 이하)되는 것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50여 년 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플라스틱 잔여물이 혈액에서 발견됐다’라는 보도는 그 당시 세계 곳곳에 큰 충격을 주었다. 벌써 반세기가 지나갔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물과 공기와 미세플라스틱을 먹고 마시는 플라스틱 세상에 살고 있다. 이제 미세플라스틱은 신체 일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류(접시, 컵, 포크, 나이프)등의 사용 전면 금지와 모든 과일 포장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또한, 우리 정부도 커피전문점 등의 일회용 컵 사용제한, 음식물 배달 플라스틱 용기 두께 제한 등의 탈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여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 대비 20% 정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광주환경공단에서는 2019년부터 사무실에서 배출하는 모든 쓰레기는 ‘제로에미션(Zero Emission,자원순환시스템) 운동’ 전개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가능한 제품의 분리배출을 실천하고 있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각 사무실에 비치 후 분리항목별 무게 측정과 분리배출 관리대장 작성으로 매주 발생량을 감시 분석하여 공공부문 일회용품 줄이기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팬더믹과 싸우는 동안 지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시기에 우리는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줄여 덜 쓰고 덜 버리는 움직임에 동참하여 새로 발생하는 플라스틱을 감축하여 다음 세대에게는 플라스틱 사회를 물려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산강의 아름다운 억새 길이 쓰레기로 인해 훼손되지 않고 자연생태계를 그대로 보존되는 그 기능을 다 하여서 자전거 타는 풍경, 소풍 나온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가 어우러져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광주의 허파 역할을 다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