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난해도... '웃음'함께 가꾸죠" 김대만 작은예수회 광주분원 수사 김영순기자 yskim@kjdaily.com |
| 2003년 06월 03일(화)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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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광주 선명학교에서 '건축기금바자회'를 치러낸 '작은 예수회' 광주분원의 대표 김대만 수사(37)는 안도의 숨을 내쉬는 한편 앞으로 가야할 길의 지도를 그리느라 긴장의 줄을 놓지 못한다.
'작은 예수회'광주분원은 광주 진월동 377-24번지에 위치한 비인가 장애인시설. 이곳에선 장애정도가 아주 심한, 혼자선 몸을 가누기도 힘든 장애인 가족 12명이 이들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인 김수사와 함께 거친 세상을 웃음꽃 피우며 살아간다. 작은예수회 광주분원 식구들에게 자상하기도 하면서 엄한 김수사. 분원 가족들의 공꽁 언 가슴에 사랑이란 뜨거운 김을 불어넣어준 지상의 천사다.
김수사는 장애인 최초의 수사이자 장애인 최초의 작은예수회 분원 책임자. 김수사는 얼른 보기에도 장애 정도가 아주 심한 장애인. 그런 그가 어떻게 책임자로 장애인 시설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들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웬걸, 그건 기우. 너무나 꼼꼼하게 잘 운영한다는게 주변 인사들의 하마평이다. 때론 따스함으로 식구들을 감싸기도 하고 때론 카리스마로 질서를 잡기도 한다.
장애인 가족을 잃어버려 찾아 헤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광주 선명학교 다니던 아이를 잃어버렸다. 아이의 엄마는 서울에서 살았고 간혹 한번씩 광주로 아이를 보러 왔다. 학교가 파할 적에 아이의 선생이 "오늘은 엄마가 오는 날이니까 빨리 집으로 가라"고 했다. 아이는 그 말을 듣고 광주분원으로 갈 생각은 않고 엄마를 마중나갔다. 정신지체인 아이가 길을 잃을 것은 뻔한 일. 광주분원에선 난리가 났다. 학교에서 아이는 돌아오지 않고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이리저리 반나절을 찾아 헤맸지만 없었다. 저녁 늦게 파출소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를 보호 중이니 데려가라고. 아이를 데려온 김수사는 말없이 아이의 옷을 직접 벗기고 목욕을 씻긴 후 밥을 먹여 재웠다.
장애인인 김수사. 그는 책임감이 강하다. 자신도 책임감이 강한 반면 장애인 가족에게도 장애인이니까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바자회 건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스스로 바자회를 열어 건축기금을 마련해보고자 하는 염원으로 시작했다. 법의 개정으로 말미암아 오는 2005년까지 일정여건을 갖추지 못한 비인가시설의 경우 정리대상이 된다. 이에 가족의 수에 맞춘 공간 및 편의시설의 확보가 시급해졌다. 딱한 사정을 감안해 경기도 현리 본원 측이 현재 분원 가까운 곳에 부지 70평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건축비용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태. 김수사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한 끝에 바자회를 열기로 계획했다. 장애인가족들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움의 손길을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이뤄진 것이다.
김수사와 접촉이 많지 않은 사람은 얼른 김수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관계로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것. 한마디를 표시할 때마다 온 몸을 비틀며 간신히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곤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바자회 행사를 위해서 많은 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찾아가서 직접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도움을 호소했다. 그게 먹힌 것일까. 목표 기금액의 3/2 가까이를 달성했다는게 어림 계산이다. 주변에선 대단한 성과라고 탄성을 올린다. 그러나 김수사는 다시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머지 부족분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김수사의 현재 소원은 건축설계 및 시공 관련 인사가 실비로 또는 기부형태로 일을 맡아 주는 것이다. 자신까지 포함해 13명 장애인의 새 보금자리를 현재 손에 쥔 돈으로 꾸밀 수 있다면 하는게 김수사가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부분이다.
그의 장애인 가족 사랑은 유별나다. 장애인 가족 나들이도 자주 시킨다. 도시락 싸들고 멀리 안면도 꽃박람회도 다녀오고 몇년 전엔 비행기 타고 제주도 여행까지 감행했다. 잘 먹이고 입히는게 대수가 아니라는게 평소의 신조. 자신이 도와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싶다는 것. 그래서 영화관람도 정기적으로 시키고 문화행사에도 참여시킨다. 또 시시때때로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장애인 가족들과 농구며 축구며 달리기도 한다. 물론 일반인이 보기엔 너무도 이상한 몸놀림이겠지만.
그리고 또 있다. 항상 두 손을 번쩍 들고 다리를 꼬고 앉아서 혼자 힘으론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최승규씨(35)를 독려해 지난 해 광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시켰다. 학교를 다녀본 적없는 최씨에게 초등학교 2년과정부터 공부를 시켰다. 최씨에게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묶어 공부를 도와주게 하는 한편 정신지체인 박종열씨(32)를 최씨 파트너로 삼게 해 공부하는 동안 책장도 넘겨주고 필요한 손발 노릇을 하게 했다. 그같은 파트너십을 활용한 팀은 이들 뿐이 아니다. 현재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뇌성마비장애 김재동씨(20)와 김씨를 도와주는 정신지체 박영우씨(28) 팀도 같은 경우다. 이렇듯 작은예수회 광주분원은 학구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김수사가 오기 전과 현재의 작은예수회 광주분원은 사뭇 달라졌다는게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속초에서 뇌성마비로 태어나 15세 때에야 초등학교에 들어간 김수사. 학교에 오가는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도 배운다는게 너무나 기뻤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의 권유로 성당에 다니게 된다. 그리고 졸업 후 작은예수회에 들어가 수사로의 길을 걷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니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수사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살아오면서 수없이 받았던 많은 도움을 자신도 남을 향해 하고 싶다는 염원 하나로 장애인 가족을 살피는 김수사, 그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김영순기자 y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