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속에 녹아든 예술의 향기 가득 동림동 우체국갤러리 김영순기자 yskim@kjdaily.com |
| 2003년 09월 17일(수) 1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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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작은 신념이 현실화된 동림동 우체국갤러리. 업무를 보면서 더불어 고급문화를 향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변 지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다. 전국 최초의 우체국갤러리란다. 지난 2002년 10월 작은우체국갤러리로 모습을 보인 동림동우체국(국장 박안수)이 몇차례의 단장과 20회에 이르는 전시회를 통해 명실공히 우체국갤러리로서의 반석을 다졌다.
동림우체국갤러리의 호응은 아주 컸다.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반응이 과히 폭발적이었다. 우편업무와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들른 이들이 기다리는 틈틈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갖는다는데 커다란 기쁨을 가졌다. 문턱 높은 갤러리가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작품을 대할 수 있는 기회라는데 쌍수들고 환영했다.
그 중의 하나가 지난 5월 열었던 '극성스런 아줌마의 머리가 커진 이야기전'. 광주시향의 바이올린 주자인 김찬경씨네 집의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사진, 그림, 자료 등으로 예쁘게 꾸며져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눈길을 끌었다. 거기엔 부모의 뿌리를 찾는 일련의 과정이 그대로 전시돼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고 때론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어"하는 하나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주민들의 열띤 호응아래 마감된 후 서구문화센터의 초빙전을 받아 거기서 앙코르 전시를 갖기도 했다.
또 있다. 동림초등학교 5학년4반 아이들이 참여했던 '얼굴전'이 바로 그것. 자신의 얼굴을 그린 아이들의 소중한 그림들에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들의 시선까지 잡아맸다. 어떤 아이의 아버지되는 이는 시간 날 때마다 우체국을 들러 이 그림이 자신의 딸이 그린 것이라며 자랑자랑하기도 했다는 것.
지난 5월 몇번의 기획전에 예상외의 반응을 일으켜 자신감을 얻은 동림동 우체국갤러리는 지난 여름 대대적으로 단장해 갤러리를 다소 확장했다. 그리고 김인화 양정태 손서영씨 3인전을 확장기념전으로 열었다. 명실상부한 갤러리로서의 한단계 우뚝 올라선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서양화가 임은순씨, 서봉한씨 등이 잇따라 개인전을 열어 우체국갤러리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간혹 우체국에 들러 여러가지 일을 처리한다는 주부 송옥순씨(동림동 푸른마을주공2단지)는 "멀리 가지 않고도 우체국갤러리에서 자녀들의 체험교육을 시킬 수 있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이처럼 주민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들면서 문화향기가 넘치는 공간, 동림동 우체국은 이 시대 새로운 생활문화를 확산시키는 진원지다.
여늬 우체국처럼 우편업무와 금융업무 처리 공간으로만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변화를 거듭했다. 박국장은 "처음엔 생각의 작은 차이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곳에 부임했던 지난 해 1월을 떠올렸다. 웬지모르게 고객들과의 거리감이 있었다. 그 거리감은 아무리 친절을 베풀어도 좁혀들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원인은 우체국의 내부 구조에 상당부분 있었다. 그래서 과감히 구조에 변화를 주었다. 공간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카운터를 바르게 하고 한쪽 벽면을 갤러리용도로 꾸몄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엔 3개 벽면을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아직도 갤러리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길은 아직 멀었다. 그러나 변화를 꾀하는 노력에 대한 보답이 즉각적으로 왔다. 주민들이 우체국을 훨씬 친숙하게 여기고 있는 것. 이를 본 조선대 우체국이 두번째로 우체국갤러리를 꾸미고 있는 중이다.
주민 뿐 아니라 우체국가족들도 일하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미숙주임은 "업무 시작 전에 하는 친절 교육시 벽면에 걸린 그림을 보면 힘이 솟구친다"며 정서순화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동림동우체국갤러리에 전시를 하려고 하는 이들도 상당 수 있다. 벌써 종이공예가가 17일부터 24일까지 일정을 잡아놓았고 젊은 작가 임희진씨도 이달말 전시를 예정해두고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고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 동림동우체국갤러리는 생활공간 속에 예술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실험실을 자처하고 있다.
김영순기자 y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