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같은 오리 생매장이라니…" 신동일기자 disin@kjdaily.com |
| 2003년 12월 23일(화) 00:00 |
"감염여부 확인도않고 일괄 살처분" 망연자실
전염경로·방역 뚜렷한 대책없어 불만 토로
"언제쯤 다시 키울수 있을지…생계마저 막막"
"13년 넘게 닭·오리 사육을 해오는 동안 생전 듣지도 못한 전염병으로 애써 키운 오리를 산 채 땅속에 묻어야하는 일이 제게 생길 줄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
22일 오후 나주시 금천면 동악리서 만난 오리 사육농장 주인 조국동(50·춘정농장 대표)씨는 첫 조류독감(가금 인플루엔자)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자 믿기지않은 듯 긴 한숨만 내쉬었다.
조씨가 운영하는 농장은 전남지역서 발생한 나주 산천면 내성리 H농장으로부터 3㎞이내의 위험지역에 위치해 이날 자신이 키워오던 새끼 오리 1만2천수를 살처분해야 했다.
나주 동강에 소재한 가공업체 민영농산으로부터 새끼 오리를 입식받아 위탁 사육을 하고 있는 조씨는 "앞으로 언제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지, 또 언제 다시 납품이 가능한지 알수없는 상황서 당장 살길이 막막할 뿐이다"고 하소연했다.
조씨처럼 위탁 사육을 통해 오리를 키우고 있는 생산 농가가 나주에만 부지기수여서 가공업체뿐 아니라 농가 피해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지금처럼 전염 경로나 뚜렷한 방역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 여부조차 확인치 않고 위험지역내 모든 농가에 대해 일괄적으로 살처분과 매몰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오전까지만 해도 늘상 해오던 대로 왕겨도 깔아주고 먹이까지 줬다는 조씨는 "솔직히 처음겪는 일이라 무척 당황스럽다"며 "직접 키우던 새끼 오리들을 산채로 생매장해야하는 심정이 안타까울 뿐이다"며 믿기지 않은 현실에 망연자실해 했다.
실제로 살처분을 위해 농장을 찾은 방역 공무원들도 한결같이 꽥꽥거리는 새끼 오리를 보며 "도저히 가슴이 미어져 산채로 포대에 잡아들일 수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조씨는 그동안 하림과 화인코리아에 닭과 오리를 납품해오다 최근에 화인코리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민영농산으로 옮겨 위탁 사육을 해오고 있었다.
위탁 농가들은 가공업체로부터 새끼오리와 사료비 등을 지원 받아 45일~50일 가량 키워낸 뒤 다시 이들 업체에 납품하고 있어 생산이 중단되면 당장 몇개월간은 생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학을 다니는 아들 둘과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조씨는 "배운게 이것밖에 없어 앞으로 무엇을 해먹고 살아야할 지 모르겠다"며 연신 담배만 피워댔다.
조씨와 같은 사육농가들은 조류독감이 인근에서 발생한 사실뿐 아니라 국내 소비마저 뚝 끊긴데다 가공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엎친데 덮친격' 현실에 일손을 놓은채 시름에 잠겨있다.
금천면 춘정농장 부근 또다른 사육농장 주인도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더이상 조류독감이 확산되지않고 하루속히 진정되기만바랄뿐이다"고 말했다.
신동일기자 disi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