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주부 사회활동 기회줘야" |
| 2004년 12월 01일(수) 00:00 |
전남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전남도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9월말현재 중국, 일본, 필리핀 등지서 모두 6천90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가운데 대략 1천900여명은 농촌에 시집와 한국인 2세를 낳고 살아가는 외국인 주부들이다. 이처럼 외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주부들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내국인과 달리 복지·교육 등에서 관심밖에 놓여있다.
더구나 외국인 주부들은 농사일, 가사노동, 가정내 폭력 등으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고 있다. 또 외국인 주부들에 대한 지원·정착 프로그램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화순군청에서 문화유적지 안내 역할을 맡고 있는 조선족 출신의 김옥녀(35·여·사진)씨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6년 군이 실시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사업을 계기로 농사를 짓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김씨는 평소 화순을 비롯 전남지역 문화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02년에는 도가 시행하는 문화유산 해설사 자격증도 땄다.
이같은 김씨의 공로를 인정받아 군은 김씨를 계약직으로 특별고용, 중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유적지 안내 등 관광홍보대사로 활용하고 있다.
"집에만 있었다면 생활에 활력이 없었겠지만 뭔가 보람된 일을 하게돼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김씨는 "'나같은 사람도 타국에서 필요한 사람이구나' 느끼게돼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화순 운주사나 고인돌 유적지를 방문한 중국인들에게 화순 뿐 아니라 전남지역 문화에 대해 설명 해주면 너무 좋아한다"며 "앞으로 중국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중국어강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함께 중국에서 화순에 들어와 결혼했던 8쌍 가운데 절반은 헤어지고 나머지 4쌍만 남은 상태지만 다른 외국인 주부 7~8명과 함께 매월 한차례씩 만나 서로 의지하며 향수도 달래곤 한다.
지자체가 김씨의 경우처럼 농촌으로 시집와 사는 외국인 여성이 하루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 언어·문화교실 운영 등 형식적이거나 일회성 행사가 아닌 실질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담양군은 올해 외국인 여성 6명에게 생활영어 체험 학습지도 인증서를 부여해 초등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도록 하는 등 직업을 갖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씨는 "외국인 아내를 맞이한 남편들이 신부를 집에만 두려고 하지말고 사회활동을 할 수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자체서도 외국어 강사, 관광안내 도우미 등으로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