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맑은 물과 공기, 낙천적 삶…‘행복 100세’ 장수마을을 찾아서 <1>구례 광의면 온당리 당동마을 /송일호 기자 ilho@kjdaily.com

2010년 02월 05일(금) 00:00

지리산 자락 간미봉 아래 자리잡은 광의면 온당리 당동마을. 당동마을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에 주민들의 낙천적인 생활로 구례지역의 대표적인 장수마을이다./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잘 먹고 부지런함이 오래 사는 비결”
주민 70세이상 15명, 최고령은 91세
점심은 마을회관서 함께…술·담배 ‘NO’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영식 연구위원의 ‘한국인의 사망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9년에서 1990년에는 71.3년, 2008년 80.1년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제발전에 따른 의료환경의 개선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장수를 누리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전남지역은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장수지역이다. 맒고 깨끗한 공기와 주민들의 낙천적인 삶 등이 어우러지면서 장수인구가 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전남지역의 대표적인 장수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봄철 쑥 냄새로 가득 찬 지리산 산행 길 출발점.
‘지리산 맑은 물로 담근 ‘장(醬)’맛 좋은 곳.’
구례군 광의면 온당리 당동(堂同)마을을 일컫는 말이다. 당동마을은 지리산의 갈래갈래 뻗은 줄기 중 하나인 간미봉(해발 728m) 아래 조성된 자연부락이다. 위로는 난동저수지가 있고, 동쪽에는 천은사가 자리잡고 있다.
또 마을 뒤에 있는 숲을 헤치고 10여분를 올라가면 태조 이성계가 지리산 신을 모신 남악사 터가 있다. 남악사는 1908년 폐사될 때까지 해마다 세 차례씩 임금이 향과 축문을 보내오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은 남악사 일대가 모두 쑥밭이 돼 봄이면 쑥 향이 마을까지 진동한다,
1일 오전 11시께 찾아간 당동마을. 마을회관에서 주민 20여명이 한데모여 장기놀이 삼매경에 빠졌다. 장기놀이에서 얻은 돈은 모두 모퉁이에 있는 사기그릇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모은 돈은 마을사람들이 먹을 돼지고기 값이다.
부엌에서는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전날 장기놀이를 통해 모아진 돈으로 삼겹살 파티를 열 계획이다. 60-70세 막내 할머니들은 부엌 곳곳을 바쁘게 움직이며 상차리기에 바쁘다.
이날 차려진 상에는 돼지고기와 함께 각자 집에서 가져온 각 종 야채와 된장, 고추장 등도 함께 올라왔다.
식당 막내인 김윤내(59·여)씨는 “거의 매일 점심시간에 주민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함께 먹는다”며 “회관에서 서로 웃고 떠들며 큰 욕심을 내지 않은 채 마음 편하게 생활하는 것이 오래 사는 비결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이어 “이와 더불어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그 물로 담근 ‘장(醬)’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 비결이다”고 자랑했다.
마을회관 안에는 매캐한 담배 냄새를 맡을 수 없다. 노인 대부분이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또 음식이 차려진 상에는 술병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마을의 최고참은 김숙남(91)할아버지다. 김 할아버지는 90세를 넘긴 나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담배와 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크게 아픈 적도 없어 100세까지 살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을 전체가 담배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보니 이젠 몸 생각해 스스로 하지 않는다. 또 밭·논 일을 하고나서 술 대신 지리산 샘물을 마신다”고 덧붙였다.

당동마을 노인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

이처럼 마을사람들은 하나같이 맑은 물과 그 물로 자란 친환경 채소·장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고 꼽았다.
이 마을 주민 47명(24가구)중 절반인 24명이 61세 이상이다. 이 중에 60세가 10명(남자 5명·여자 5명), 70세가 8명(남자 4명·여자 4명), 80세가 5명(남자 2명, 여자 3명)이고 90세 할머니 1명과 91세 할아버지 1명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당동마을은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들 대부분 떠나고 없다. 30-40대가 12명(남자 6명·여자 2명).
그 때문인지 봄 맞이 준비에 돌입한 요즈음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일손을 놓지 않는다.
노화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외 장수인들의 특징은 고령에도 불구, 밤낮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 및 어려운 환경을 즐기며 극복하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장수촌도 의외로 자연 재해가 많거나 척박한 중간 산악지대에 위치한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평생을 일하며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동마을 이병호(70)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없어 노인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 최고 장수 비결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이렇게 일을 하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을 마시고, 쑥 등의 나물을 간식으로 먹고 자라 건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마을에 100세인은 없지만 90세 이상이 2명, 머리색이 바뀐 사람들은 수두룩하다”며 “마을사람들이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60-70세 막내들이 뒷바라지 잘 하겠다” 웃어보였다.
/글=송일호 기자 ilho@kjdaily.com·구례=김택영 기자
/사진=김애리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