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마을]‘이웃의 경계’ 넘어 ‘대가족’으로 화합 장수마을을 찾아서/ <3>함평군 나산면 월봉리 용산·관동·안영마을 /함평=이병석 기자

2010년 03월 19일(금) 00:00

함평 월봉리 용산·관동·안영마을은 뒤로는 마을을 에워싸듯 둘러선 천주봉 산자락과 마을 앞으로는 드넓은 전답이 펼쳐진 대표적인 장수마을이다.

90대 2명, 80대 15명, 70대가 어른들 수발
병풍같은 산자락, 드넓은 평야 천혜의 입지
함평, 실버 타운 등 ‘노년기 마케팅’ 본격화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고향(光州故鄕)을 보려하고/제주어선(濟州漁船)을 빌려 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 갈 제…’
호남가 첫머리에 나오는 ‘함평천지 늙은 몸’은 ‘장수하신 어른’을 일컫는 말로 풀이된다. 예로부터 함평이 장수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까닭에서 유래된 것으로 풀이된다.

◇100세 이상 노인 전국 최다
통계청의 인구통계 결과를 보더라도 함평이 장수지역임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말을 기준으로 95세 이상 노인은 45명이며, 80-94세 노인도 1천892명에 달한다. 인구대비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원광대 복지보건학부 김종인 교수가 지난 2005년 통계청 인구조사 자료를 근거로 한국노년학회지 2007년 8월호에 게재한 ‘백세인의 지역별 장수지표와 사회 환경요인의 영향력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노인은 2.1명이며, 100세 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함평군(27.7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13배나 높다.
함평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장수마을이 된 이유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담배 소비와 상수도 시설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자리에 모인 월봉리 마을 주민들. 현재 60대 36명, 70대 30명, 80대 15명, 90대 2명이 살고 있다.

◇70세 아래는 노인도 아니다
천주봉 기슭에 자리한 나산면 월봉리 용산·관동·안영마을은 함평의 대표적인 장수 마을이다.
무안 광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함평 나들목으로 빠져 나와 나산방면으로 10여분쯤 달리다 보면 병풍처럼 펼쳐진 산아래 고느넉한 마을이 옹기종기 자리하고 있다.
풍수전문가는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고 한다. 월봉리는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만 해도 여느곳과는 사뭇 다른 좋은 기운이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뒤로는 마을을 에워싸듯 둘러선 천주봉 산자락과 마을 앞으로는 드넓은 전답이 펼쳐저 있어 자연스럽게 풍요가 연상되는 마을이다.
마을 한 가운데 자리잡은 회관은 노인들을 가족 이상의 개념으로 바꿔놓았다. 노인들 대부분이 여름과 겨울을 대부분 마을 회관에서 보내고 있다.
출향 인사들과 자녀들이 마을에 기부한 기금으로 음식을 마련하거나 개별적으로 준비해온 반찬으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반목은 사라지고 마을 전체가 가족이나 다름없는 화목한 대가족이 돼버린 것이다.
마을의 궂은 일과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정영규 전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의 호방하고 낙천적인 성격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으로 발전해 삶의 여유를 만든다” 며 “이러한 여유가 장수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장수 노인들이 많다보니 70대는 노인축에도 못낀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노인이 어른들의 수발을 들 정도다.
이 마을은 현재 60대 36명, 70대 30명, 80대 15명, 90대 2명이 살고 있다. 함평의 최고령 정일례 할머니가 지난 2008년 102세를 일기로 숨을 거둔 뒤 현재는 박인욱(94) 할아버지와 이외순(91) 할머니가 최고령 어른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외순 할머니는 91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 빛이 맑고 검버섯 하나 없어 80대 초반의 풍모를 자랑한다.
지금도 텃밭에서 소일을 한다는 이 할머니는 “육류 섭취는 삼가하고 콩을 섞은 밥에 채소 나물 위주의 반찬으로 소식하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고 말했다.

◇자연이 주는 밥상이 최고의 보약
마을을 감싸안고 있는 뒷산에는 취나물과 고사리 등 각종 나물과 약용식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마을 노인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장수 식단의 보고인 셈이다.
70대 부부처럼 보이는 김경수(87), 이금례(84) 부부에게 장수 비결을 묻자 “이웃간 화목과 어른을 공경하는 풍토, 그리고 깨끗한 공기와 물”이라고 꼽았다.
마을회관에 모인 노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장수비결이다”면서 “손수 기른 채소 반찬에 소식을 하기 때문에 아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며, 마을에서 육십은 청년, 칠십은 장년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장수고을이란 이미지에 걸맞게 나비골 함평군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나비축제로 제고된 친환경 이미지를 토대로 ‘건강백세 장수함평’ 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은퇴자 마을, 실버타운 등 ‘노년기 마케팅’을 본격화 하고 있다.
더 나아가 9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전문적인 건강관리 및 보건 복지 통합 서비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함평군 보건소 유경순 소장은, “행복한 노년을 만들기 위해 행복 충전 건강대학 11개소 운영 등 노인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 하고 있으며, 장수식단 개발 보급과 노년기 노화 예방 운동 등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평=이병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