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살리는 또 하나의 실천 ‘둠벙’ 만들기 윤 성 호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

2011년 01월 03일(월) 00:00

우리나라는 90년대 중반까지 국토의 확장과 식량자급을 위한 농지 확보를 명분으로 자연습지를 매립하고 경지정리를 함에 따라 한반도를 경유하는 철새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용으로 환경이 오염되고 관개시설의 발달로 철새들의 번식기 동안 머물다 가는 논 습지와 둠벙이 사라져 버린 까닭이다
전남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에 따른 경쟁력 확보 그리고 국민건강과 자연생태환경 보전 등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면서 잘사는 농촌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은 안전 먹을거리 중심의 생명산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지난 2005년부터 친환경농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환경지표로 활용하고, 논 습지 생물 종 다양성 회복을 위해 옛날 둠벙의 복원을 시도하여 올해까지 178개소의 둠벙이 만들어 졌다.
둠벙은 농업 용수원 확보 기능 뿐만 아니라, 수생식물과 각종 미생물·무척추 동물·곤충 등 수서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먹고 살기 때문에 오염원을 정화시키는 공간이기도 한다
둠벙 만들기는 조경도 설계도 필요 없다.
옛날 둠벙이 있던 자리를 파고 도랑과 논두렁을 넓고 높게 만들어 보자. 새로 둠벙을 만든다면 갈대, 줄, 개구리밥, 부레옥잠 같은 수질의 정화능력이 있는 수생식물을 식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랑을 넓고 깊게 파야 미나리도 자라고 미꾸라지도 살수 있는 생태환경이 조성된다.
겨울 무논에는 떨어진 볍씨도 있지만 풀씨도 많다. 이런 것들이 물에 뜨면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겨울철새들이 무논상태에서 잡초의 씨앗과 뿌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물이 있으면 풀이 자란다. 찾아오는 새들이 똥을 싸고 이것은 천연비료가 된다. 자연의 순환은 화학비료를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전남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제1차 ‘생명식품 생산 5개년계획’ 기간동안 유기합성농약은 1천여톤이 감축되었고, 화학비료는 5만8천여톤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섬진강을 비롯한 주요 강 수계의 수질이 개선되고, 우렁이, 미꾸라지 등 먹이 증가로 철새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친환경농업의 실천으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변화는 너무나 경이롭다.
최근 농업기술원 발표 자료에 의하면, 전남에서 조성한 인공둠벙의 생물 종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아시아 실잠자리, 연못하루살이, 소금쟁이 등 자연둠벙에 버금가는 종과 개체수가 발견되었고, 수질도 둠벙 조성시일이 지날수록 급격히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유기농 재배 논의 생물다양성의 조사 결과에서도 2급수 지표생물인 흰색 깔다구가 일반 재배 논에 비해 6.9배나 많이 발견되었고, 일반 재배 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다슬기, 실지렁이, 아시아실잠자리, 물땡땡이 등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전남은 올해를 유기농 원년으로 선포하였으며, 앞으로 생태·환경·관광이 어우러진 유기농 생태마을 육성을 통해 잘사는 농촌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강, 하천, 농수로, 도랑, 둠벙, 그리고 논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습지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은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조성하면서, ‘친환경 농업 1번지, 녹색의 땅 전남’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해 나갈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