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말리아 해적’과 ‘아덴만 여명작전’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 |
| 2011년 01월 24일(월) 00:00 |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피랍선원 구출작전 내용은 대표적인 특수부대인 해군 UDT는 물론 링스헬기, MP-5 소총, 샷 건과 같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군사장비가 거론된 데다, 실제 ‘해적’ 8명의 살상을 포함해 13명을 무력으로 제압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일명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의 성공적 수행과 우리 군의 용맹함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남녀노소, 지역과 상관없이 일반적인 것 같다.
이를 반영하듯 정치권도 다소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아덴만 여명작전’을 고무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용맹스러운 작전을 수행해 국민의 안전을 지킨 청해부대를 포함한 우리 군의 노력은 테러범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우리 선박이 지속적인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큰 쾌거”라며 “테러범과의 타협은 또 다른 납치를 부를 뿐이며, 해적에게 돈으로 협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보여줘 또 다른 납치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김영근 부대변인은 “이번 삼호주얼리호 선원구출 작전이 마무리된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치사한 것은 어색해 보인다”고 꼬집긴 했지만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인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서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무사히 구출했다. 국민과 함께 환영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청해부대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해적’,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1980년대 내전이 시작된 이래 소말리아는 단일 통치력이 부재한 나라이다.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대통령궁을 중심으로 수도 모가디슈의 몇 블록에만 영향력을 미친다. 그 밖의 다른 지역은 무장한 군벌들이 나눠 장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말리아에서 어업은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정부다운 정부가 없는 소말리아에서는 외국, 특히 명색이 ‘먹고 살만한 나라’인 선진국 배들이 소말리아의 경제수역권 안에서 마음대로 고기를 잡고, 심지어 자국 내에서는 처리가 어려운 독성 폐기물을 쏟아 버리면서 점차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영국 국제개발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04년 외국 어선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으로 잡아 간 참치와 새우는 1억 달러 어치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소말리아의 1인당 GDP가 600달러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억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우리는 ‘해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소말리아에서는 스스로를 ‘자원 해안 경비대’(National Volunteer Coast Guard)라고 부른다. 오랜 내전으로 제 기능을 못하는 국가를 대신해 해안가의 어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바다를 지키는 무장조직을 만들었던 것이다. 90년대 초부터 소말리아 어부들은 단체를 조직하고 AK 소총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자국 바다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외국 선박들을 응징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는 악명 높은 ‘소말리아 해적’의 출발선이다.
물론 이들의 행동이 언제부턴가 자신들의 바다를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적질로 변질된 것은 사실이지만, ‘소말리아 해적’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국제정치적 배경은 선진국들의 노략질이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에 ‘해적’ 8명을 사살한 이번 ‘아덴만 여명작전’을 보는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무겁다.
/서울취재본부 국장 jskim@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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