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선장’과 지역응급의료 현주소

박 상 원 부국장 대우 겸 사회부장

2011년 02월 08일(화) 00:00

설연휴 기간 국민의 관심사중 하나는 무려 6발의 총상을 입고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중인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생사에 관한 것이었다. 7일 현재 아주대병원은 석선장이 지난 3일 의식을 일시 회복했다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호흡장치를 재부착한 채 무의식상태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폐 기능이 회복중이라고 밝혔다. 총상을 입은 석선장의 아주대병원 입원은 우리나라 중증외상환자 진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내 최고의료 수준을 자랑하는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빅4’를 제쳐두고 왜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병원에는 중증외상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과 경험있는 의료진이 없다.
‘빅4’ 병원들이 중증외상환자를 기피하는 원인은 구조적으로 병원의 수지타산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상외과는 수요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병상회전율이 낮다. 오랜시간 치료와 정형외과 등 협진이 필요해 인력과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든다. 하지만 의료수가는 높지 않아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복지부가 중증외상특성화센터로 아주대병원을 비롯 35곳을 지정했지만 ‘빅4’ 명단은 빠져있다.
44세이하 국민의 사망원인 첫 번째는 암이나 뇌혈관질환이 아닌 몸이 부서지거나 상해서 다치는 ‘외상’이다. 일찍 외상외과에 눈뜬 아주대병원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아주대병원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현재 석선장 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이국종 교수는 응급처지와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외상외과 전문의로 꼽힌다.
중증외상환자는 보통 응급의학과에서 응급처치후 외과로 전원돼 수술을 받는다. 이 경우 시간이 지연돼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이 적절한 대처를 받지 못하게 된다. 건강보험공단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61만여명의 중증외상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지만 3만명 가량이 사망했다. 사망자중 30%는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는 예방가능 사망자였다. 응급처치와 동시에 수술이 가능한 외상외과 전문의가 필요한 절실한 이유다.
이번 석선장 입원을 계기로 총상 등 중증 외상사고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의료진 양성과 증증외상 대응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논리로 외면당하고 있는 중증외상분야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진료수가 인상과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외상외과전문의 등 전문 인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특별법으로 운영되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경험있는 중증 외상전문 의료진이 없어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은 지역응급의료시스템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지난해 11월과 1월 대구지역에서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응급환자의 사례는 열악한 지역 응급의료시스템의 수준을 보여준다.
광주·전남 응급의료체계는 대구보다 더욱 열악하다. 복지부의 2009년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 시설·인력·장비 등 필수 법적요건에서 광주는 25%, 전남 28.6%로 최하위다. 전남지역 지자체 가운데 구례군은 응급의료기관이 없으며 응급실은 있지만 복지부 지정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지자체가 곡성·강진·영암·함평·진도 등 5개에 이른다. 외상환자 의무기록 분석을 보면 울산은 사망예측환자 78.9%를 살린 반면 전남은 사망예측환자외에 59.9%가 더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응급의료시스템의 개선이 절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석선장의 사례를 교훈으로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의료시스템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더욱이 응급의료시설, 인력 등이 열악한 지역 응급의료에 대한 지원과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2009년 10월 내놓은 응급의료선진화 추진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 2015년까지 예방 가능한 사망률을 20%로 내리고 전국 6곳에 권역외상센터를 건립해 센터마다 구급용 닥터핼리를 운영, 응급의료의 수준을 한단계 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안타까운 죽음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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