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순례 이 경 수 부국장 겸 특집기획부장 /kspen@kjdaily.com

2011년 02월 15일(화) 00:00

올 들어 기자는 나름 행복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자고 나면 들려오는 이야깃거리마다 온통 우울한 소식뿐인 현실 속에서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기자로서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그렇다. 바로 신묘년 새해들어 본보에서 연중시리즈로 기획한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가 그 원동력이다.
광주·전남을 관통하고 있는 유·무형의 문화자원과 의로움에 뿌리를 둔 남도의 정신문화를 세세하게 살펴보겠다며 시작한 이 연중기획물은 특별취재반을 구성, 매주 한 차례씩 독자들을 찾아가고 있다.
남도문화의 핵심 키워드인 예향(藝鄕)·의향(義鄕)·미향(味鄕)을 토대로 그 발전 방안을 찾는 이번 작업은 현재 제1부 ‘왜 예향인가’를 주제로 기자들의 현장취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그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는 단순히 예향·의향·미향으로서의 남도의 자랑거리를 확인하는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잘 가꾸고 엮으면 지역의 미래를 확 바꿀 수 있는 보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오지다. 게다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문화로 밥 먹고 사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자신할 수 있다. 현재 진행중인 ‘예향 남도’의 취재물만으로도 그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살펴보자. 흔히 남도를 예향이라고 말한다. 예술의 본향,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고장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절대 과장되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미술의 경우, 진도 운림산방만 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 선생의 화실이었던 이 곳은 미산 허형, 남농 허건, 임전 허문 등 5대에 걸쳐 전통남화를 이끌어온 현장이다. 소치의 영향을 받아 남종 문인화의 맥을 이어온 현존작가 130여명의 작품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이 곳이 한국화의 뿌리임을 인정하게 된다.
서양화 또한 한국근대미술의 개척자 오지호·김환기 등이 초기시대를 이끌어 왔다. 이들을 자양분 삼아 지금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설치예술가 손봉채 등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다. 또한 이를 토대로 광주비엔날레를 세계적인 명품 미술제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지난 1995년 처음 출발한 이후 여덟 번째로 진행된 지난해 비엔날레는 세계적인 예술잡지 아트포럼이 2010년 예술 분야 베스트로 선정할 정도로 그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
음악, 즉 소리에 대해서도 남도는 독보적이다. 서편제 강산제의 비조 박유전, 새도 놀란 새타령 명수 이날치, 춤추는 가얏고 최옥삼, 쑥대머리의 임방울, 보성소리의 진수 정응민, 탁월한 명고수 김명환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즐비하다. 남도소리는 판소리의 한 축을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현재 취재는 애초 계획의 15% 남짓 진행됐음에도 이미 확인한 남도 문화의 뿌리는 이처럼 깊고 튼실하다.
여기에다 제2부 ‘왜 의향인가’를 취재하면 남도 문화의 울림은 더욱 커질 것이다. 임진왜란과 한말의 의병투쟁에서 보듯, 국가가 위기상황에 몰리면 분연히 일어서 자존을 세웠던 땅이 이곳이다. 현대사에서도 1980년 ‘오월 광주’처럼 독재와 폭력에 맞선, 올곧은 기개와 실천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이 전라도다. 이처럼 전라도는 유형의 문화자원과 한국의 정신사를 주도한 사상이 공존하는 의로움의 터전인 셈이다.
앞으로 특별취재반은 이같은 자랑거리를 하나하나 되살리면서, 더불어 이를 지역의 자산으로 가꿔나가는 방안도 함께 찾을 계획이다. 지역경쟁력이 ‘문화의 힘’으로 결정되는 시대가 오리라 믿으며 행복한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순례를 계속할 참이다. 그러니, 이 어찌 신나지 않겠는가?/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