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 오 성 수 특집기획부장 /star555@kjdaily.com

2011년 02월 22일(화) 00:00

전국 각지에서 창궐한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다소 진정되고 있으나 후유증이 심각하다. 허술한 매몰처리로 심각한 환경재앙을 예고하고 있고, 축산업도 붕괴 직전이다.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이만저만 아니다. 사실 구제역은 국내외에서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인 후진국성 가축 전염병 중 하나다. 한번 발생하면 전염범위가 최대 반경 2백50㎞에 달하고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해 동·축산물 국제교역시 최대의 규제대상이다.
국내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1934년이다. 이후 잠잠하다 2002년 다시 발생했으나 발빠른 초기 진화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구제역 피해에 대한 학습효과로 철저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2010년엔 경기도 파주와 충청도 지역에서 발생해 총 55농가의 우제류 5천900여 마리가 살처분되는 등 총 425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은 초기 방재에 실패한데다 매몰처리에만 급급해 2차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매몰 처리된 가축은 350만여 마리에 이른다. 매몰지만도 전국 4천400여곳이다. 여기에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됐거나 감염우려가 있는 조류들도 대거 매몰되면서 전국이 가축무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뻘건 침출수가 쏟아져 나오고 악취가 진동한다.
환경재앙 못지 않게 축산업 붕괴도 심각하다. 직접적인 경제적인 손실만도 2조원대에 이르며 직간접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또 향후 축산업의 주요 기반인 종돈피해도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돼지 입식에 따른 종돈 수급에 차질이 예상돼 양돈산업 재건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젖소가 대거 살처분 되면서 우유 생산도 줄어 학교급식과 실생활에도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대만 구제역 피해의 전철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대만은 지난 97년 구제역으로 360만여마리를 살처분했다. 당시 전체 가축수의 40%에 이른다. 대만 당국은 초기단계부터 백신 3천만개를 접종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했지만 백신 접종 이후 더욱 창궐해 지금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발생이 재연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지구촌시대를 맞아 해외여행이 일반화 된데다 기후변화 등으로 전염병이 만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처리에 대한 매뉴얼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항에서부터 감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심 지역에 대한 초기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제역은 초기 진화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 불가피하게 감염됐을 경우 매몰을 대신할 이동식 소각 등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국내에도 일부 업체가 소각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나 고정식이거나 경제성이 맞지 않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동물 복지를 실현해 가축들의 면역력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가 되지 않은 밀식사육으로 가축들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열악한 사육환경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질병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축사 개선을 통해 가축이 충분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개체의 면역력을 증강시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 나가는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실천이 요구된다.
농가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축전염병을 유발한 농가에 대한 일정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시행하고 있어 농가들의 자발적인 예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 다시는 이같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star555@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