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고향] 춤·노래·굿·가무극…恨과 興 “多 모였네” [한국문화고향] 제1부 왜 예향인가 <9>진도 전통 민속문화 /특별취재반 |
| 2011년 02월 28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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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하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진도개를 비롯, 세방낙조, 운림산방 등이 그것이다. 특히 진도가 우리나라 민속문화의 보고(寶庫)라는 사실도 많은 이들에게 각인돼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네 민속문화는 진도에서는 삶의 일부분으로 녹아 있다. 마을마다 각 고장을 대표하는 민속문화들이 면면이 살아 숨쉬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민속문화는 현대와 공존하기 힘든 과거의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 민족의 한과 역사,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된다.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진도는 다른 지역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워낙 민속문화의 전통이 잘 이어지고 있기도 하지만 주민들과 진도군의 보존 의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관(官) 주도의 문화 관련 정책이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민들이 보존·계승의 전면에 서 있는 진도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9개 무형문화재 섬 곳곳이 寶庫
진도에 남아있는 민속문화 중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모두 9개(국가지정 4개, 전남도지정 5개)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강강술래(제8호), 남도들노래(제51호), 진도씻김굿(제72호), 진도다시래기(제81호)다. 전남도지정 문화재는 진도북놀이(제18호), 진도만가(제19호), 남도잡가(제34호), 진도소포걸군농악(제39호), 조도닻배노래(제40호)다.
9개 무형문화재의 기(예)능 보유자는 18명(국가지정 9명, 도지정 9명)에 이른다.
민속문화 4개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진도가 유일하다.
매 주말 진도를 방문하면 수준높은 민속문화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군립민속예술단(연출단장 1명, 단원 25명, 지도위원 4명)이 매주(4-11월) 토요일 오후 2시 ‘토요민속여행 상설공연’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군 관계자는 “주요 무형문화 유산 및 창작품 등 공연종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라며 “공연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유명국악인 초청 기회를 확대하고 전통 민속국악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고객중심의 공연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노애락, 그리고 삶과 죽음 투영
국가지정 문화재 4개만 보더라도 우리 민족의 희노애락과 생로병사, 죽음 등 삶의 흔적을 투영하고 있다.
제8호 강강술래는 마을의 처녀들과 아낙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노래에 맞춰 마음껏 뛰면서 노는 여성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다. 조선시대 삼종지도(三從之道)와 칠거지악(七去之惡) 등을 강조하며 여인네들에게 속박과 굴종을 강요했다. 진도와 해남지역으로 중심으로 남아있는 강강술래는 당시 여성에게 해방의 시간으로 필요했던 놀이문화의 일종이라는 게 정설이다.
‘어라 뒤야 저라 뒤야 상사로세/어리뒤야 저라뒤야 상사로세/앞산은 점점 멀어지고/뒷산은 점점 가까워 온다/어라 뒤야 저라 뒤야 상사로세/이배미저배미 다 심었으니/장구 배미로 넘어가세/어라뒤야 저라뒤야 상사로세/다되었네 다되었네/상사소리가 다되었네/어라뒤야 저라뒤야 상사로세’
제51호 남도들노래의 한구절이다. 가락이 다양하고 흥겨우며 뒷소리를 길게 빼면서 부르고 사물과 못방구(소구보다 큰 북) 반주 아래 시종일관 노래를 부르는 특징이 있다. 1971년 제1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며 가락과 내용이 뛰어나 ‘남도들노래’란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산면 인지마을을 중심으로 행행지고 있으며 모내기와 김매기 등 주로 논일을 하면서 부르는 농요다.
제72호 진도씻김굿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하고 맺혀 있는 한을 풀어줘 극락왕생 하도록 기원하는 굿이다. 타 지방에서 하는 굿은 무당이 북 위나 작두 위에서 걷는 등 사술적이고 의상은 무복을 입는 것이 보통이며 무당 자신이 망자의 말을 전한다. 그러나 진도씻김굿은 춤과 노래로서 신에게 빌며 의상은 흰옷 차림으로 죽은 자의 후손으로 하여금 죽은 자와 접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원시종교인 샤머니즘과 통하는 죽음에 대한 인간의 초연한 자세를 예술의 세계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룻밤 내내 걸리는 씻김굿은 길닦는 대목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끊어질 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삼장개비 곡조는 모인 사람들의 눈에 눈물을 고이게 한다. 1979년 세계 민속음악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81호인 다시래기는 일명 다시락이라고 한다. ‘다시 낳다’, ‘다시 생성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즐거움을 갖는다’는 뜻이다. 상가에서 출상 전날 밤에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사물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 재담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가무극적 놀이다.
상두꾼들은 전문 잽이(굿쟁이)가 아닌만큼 신청에 요청, 다시래기패들이 나와 주역이 되고 상두꾼들과 함께 논다. 다시 말해 마을에 초상이 나면 마을사람과 상두꾼들이 출상 전날 상가집에 모여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며 상여를 꾸미면서 마당에서 벌이는 일종의 소박한 소극 형태다. 다시래기는 가무와 개인기가 곁들여진 유일한 민속극으로 볼 수 있다.
◇주민 자발적 보존운동 맥 이어
진도에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이 9개소가 있다. 민속문화가 남아 있는 마을에는 전수교육관이 하나씩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형문화재 전수관을 비롯, 임회 민속놀이전수관, 지산 민속놀이전수관, 소포 전통민속 전수관, 의신 민속전수관, 국악협회 전수관, 실버 민속놀이전수관, 빗기내 민속전수관, 고군민속전수관 등이다.
진도는 타 지역과 달리 주민들이 민속문화 보존·계승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소포 전통민속마을이다.
소포마을은 걸군농악과 배틀노래, 강강술래, 명다리굿, 닻배노래, 세시풍속 등 7개의 민속보존회가 결성돼 있으며 민속체험을 매주 토요일 선보인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남도소리 한대목 배우기, 소포 민속체험, 전통사물 장단 배우기, 소포 전통민속 전수프로그램, 소포토요 토속민속 여행 등 신명나는 체험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소포리는 원래 민속공연의 중심지였다. 156가구 35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전 주민을 예인(藝人)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이들의 민속문화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은 대단하다.
김병철 소포전통민속마을 관장은 “때묻지 않은 토속 민속·민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포리 마을의 역사 재현 프로그램으로 소포리 연극제를 개최하고 있다”며 “우리 마을에서는 가공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라져 가는 민속을 풍부하게 전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 아닌 예술측면에서 접근해야”
인터뷰/오현 진도씻김굿 전수조교
“진도의 민속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교 차원에서 보지 말고 예술로 바라봐줬으면 합니다.”
김오현(52) 진도씻김굿 전수조교는 “기독교 문화에서는 씻김굿 문화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본다”며 “씻김굿에는 무업을 했던 분들을 바탕으로 음악과 곁들여져 음악 속에 진도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종교 차원에서 미신으로 치부하면 민속문화 예술의 보존·계승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수조교는 “토속신앙이 사라지는 시점에 씻김굿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故 박병천 선생님이 굿속 걸이를 무대화해 예술로 승화시켰다”며 “문화재청의 예산 지원을 통해 보존회원들이 모여 전수·발표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씻김굿 전수·이수자들의 연령대는 30-60대로 다양하다. 씻김굿 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문화의 경우 전수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매 주말이면 군립민속예술단이 국가지정 4개 단체, 도지정 5개단체와 함께 토요상설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며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깔끔하고 가공되지 않은 토속적인 부분을 재구성해 연출, 전통에 가깝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수조교는 “진도군과 교육청이 연대해 방과후 활동에 민속을 알리는 담당 강사들이 학교에 나가 교육하고 있다”며 “각종 발표회를 통해 많은 진도 민속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장르와 장소가 확산돼 언제든지 진도를 가면 민속공연을 볼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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