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비즈니스벨트와 日 대지진 박 상 원 사회부장

2011년 03월 15일(화) 00:00

지난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 진도 9.0규모의 대지진과 이에 따른 쓰나미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수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로 방사능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극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일본의 대지진은 이웃나라의 일이지만 인접해 있는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만큼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국내정치권의 핵심 이슈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선정 문제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으나 올 신년초 이 대통령은 방송에서 “지난해말 과학벨트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므로 법에 따라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공정하게 과학계가 검토하고 토론해 입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 대선공약과 사실상 분리를 선언했다. 대선공약을 스스로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충청권과 영남권, 호남권이 각 지역의 장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일본 동북지방의 대지진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기준에서 지반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과학벨트의 핵심시설인 중이온 가속기는 조금만 흔들려도 설치될 수 없으므로 지진에 가장 안전한 광주가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학계에서도 지반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강점이 되고 있다. 이 점은 타 지자체보다 유리한 입장으로 유치 타당성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영남권과 충청권은 지반 안정성, 지진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지진통계에 따르면 2004년 5월 경북 울진군 동쪽 80㎞ 해상, 1978년 9월 충북 속리산 인근 등에서 한국에서 가장 큰 강도(5.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반면 호남은 1978년 기상 관측 이래 진도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없어 지반 안정성에서 타 지역보다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벨트특별법에도 과학벨트 입지 5가지 요건 중 하나로 ‘지반의 안정성 및 재해로부터의 안정성’이 포함돼 있다.
광주시는 유치전략으로 지반 안정성의 장점과 세계 10위의 광주과기원 위치, 광주연구개발특구 지정 등 충분한 개발 여건을 갖춰 기초과학은 물론 응용기술연구 및 산업화에서 ‘사이언스 투 비즈니스’실현의 최적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현 정부 들어 호남지역에 대형국책사업이 빠져 있고, 초광역 경제권에서 16개 시·도 중 광주, 대구, 대전이 제외돼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광주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들어 광주, 대구, 대전을 잇는 삼각과학벨트 구축을 내세우고 있다.
광주시의 삼각벨트 분산 배치와 관련 일본과 독일의 사례는 눈여겨볼만 하다.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리켄)는 지역별로 특화된 5개의 연구소(와코, 쓰쿠바, 요코하마, 고베, 하리마)를 분산·운영하고 있다. 중이온 가속기는 지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교적 지진 안전지대인 하리마에 설치·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기초과학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연구협회도 산하 80개의 연구소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전국적으로 분산·운영하고 있다. 지역적 특성에 맞는 분산배치를 통해 기초과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리켄의 경우 연구소 입지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원칙속에 지역 특화산업 유무, 지역민과 지방정부의 유치 의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는 지난 11일 막을 내린 임시국회에서 충청권 입지를 명시한 과학벨트 특별법 개정안이 성과 없이 끝나 지난해 여당이 단독 처리한 특별법에 의해 올 상반기 중 결정된다. 대한민국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3조548억이 투입되는 과학벨트(생산유발효과 235조원, 고용유발효과 212만명)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그동안 발전에서 소외됐던 지역에 대한 국토의 균형발전과 지반의 안정성을 최우선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