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수 재선거 누구 책임인가 이 경 수 부국장 겸 정치부장

2011년 03월 22일(화) 00:00

전 세계가 온통 일본의 대재앙에 넋을 잃고 있다. 자연의 재앙 앞에선 가랑잎에 불과한 인간의 실상을 똑똑히 목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의 파편을 토해낸다. 그 안에는 경악과 안타까움, 눈물과 반성, 위로와 격려 등 복잡한 감정이 내포돼 있다.
이렇게 지구촌 전체가 겸허한 자세로 일상을 보내는 것과 다른 분위기가 흐르는 지역이 있다. 바로 재선거를 앞두고 있는 화순이다.
화순은 지금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군수 재선거 때문에 지역이 또다시 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10명이 다 되는 입지자들은 다시 지역을 들쑤시며 다니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어정쩡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화순군민들에겐 혼란과 갈등, 반목과 후유증이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는 탓에 애초부터 재미있고 흥겨운 잔치마당을 기대할 수 없는 듯 하다. 다른 동네는 작년에 뽑은 군수들이 별 탈 없이 군정을 수행하고 있는데 또 우리만 선거를 치러야 하느냐는 자괴감과 부끄러움만 있을 뿐이다.
사실 군수 선거에 관한 한 화순군민들은 할 말이 없다. 군수를 뽑아 놓기만 하면 송사에 시달리면서 보궐이나 재선거로 홍역을 치렀다. 그들이 찍어 놓은 발자국이 이를 그대로 말해준다. 민선 1, 2기 수장이었던 임흥락 군수는 취임 초반부터 선거법 송사로 정상적인 행정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 민선 3기부터는 파행의 정도가 더 심해졌다. 임호경 군수는 선거법 위반혐의로 그만두고, 이어 치러진 재선거에서 임 전 군수의 부인인 이영남 군수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전국 첫 부부군수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사법기관의 내사가 끊이지 않았다. 이어 민선 4기에는 다시 출마한 이영남 전 군수와의 대결에서 전형준 군수가 당선됐지만 곧 이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하차하고 이 자리를 또 선거를 통해 동생(전완준 군수)이 이어받았다. 전완준 군수도 각종 투서와 의혹으로 시달리다가 민선 5기 선거에서 옥중출마까지 강행하면서 당선은 됐지만 결국 이렇게 재선거판을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결과적으로 민선3기부터는 군수가 2명씩 된 셈이다. 그 과정에 ‘가문간의 대결’이 반복되면서 서로 물고 무는 이전투구가 끊임없이 재현됐다.
때문에 군민들은 “또 화순이냐” “당선되면 뭘 해 또 선거해야 할텐데…”라고 비아냥거리는 다른지역 주민들의 힐난에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화순만 이렇게 선거로 시끄러운가. 원인은 한가지다. 군수자리에 개인이 아니라 가족·집안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기 때문이다. 이미 부부군수가 탄생했고 형과 동생이 임기를 나눠가지면서 집안싸움으로 번졌다. 판이 과열되면서 과시용 인원동원 경쟁이 벌어지고, 당연히 돈이 뿌려진다. 이것들이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며 지역을 돌아다니는 입지자들의 이름에 이들이 빠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다져놓은 조직과 득표 노하우까지 갖고 있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군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군수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야기된 지역의 혼란과 불보듯 뻔한 반목과 갈등으로 표출될 후유증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여하튼 이번 선거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역민과 지역의 미래다. 사실 화순은 지역민들의 구겨진 자존심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광주의 위성도시로 지역발전의 유리한 요소를 갖고 있지만 정치판 때문에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4월 27일, 투표 결과가 화순군민의 자존심과 자치정신의 수준을 보여줄 것이다. 또다시 조직과 돈에 휘둘린다면 화순의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