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고향] 김우진·박화성·차범석 등 선구자적 문인 요람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
| 2011년 04월 11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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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한국문학 선구자들의 배출 요람이다. 소설과 연극에서 활동한 문학인들이 일제 치하인 1920년대 왕성한 문학활동을 통해 목포문학은 물론 한국 문학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인물은 한국 극예술을 이끌었던 김우진을 비롯, 한국 최초의 여류소설가인 박화성,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완성자 차범석 등을 꼽을수 있다. 이들은 한국 문학사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한데다 후세에도 많은 유적을 남겼다. 특히 1947년에는 박화성의 첫 번째 단편집 ‘고향없는 사람들’ 출판기념회가 성대하게 열려 목포가 떠들썩 했다. 출판기념회 자체가 목포에서는 최초인데다, 당시 대표적 요정인 ‘귀취관’의 큰 방에서 성대하게 문학잔치가 열렸기 때문이다.
훗날 차재석은 ‘목포문단사’자료집에서 “이 출판회가 계기가 되어 용당동 박화성의 서재 세한루는 목포문학인들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이때 동인지가 발간되어 책이름도 ‘밀물’이라 짓기까지 했지만 책은 끝내 못내고 말았다”고 서술했다.
당시 목포가 문학의 중심무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들의 고향을 배경으로 한데다 경제적으로 윤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목포문학관 홍미희 학예연구사는 “목포는 전남 서남권의 중심인데다 과거에는 경제적으로 매우 풍성했고, 항구가 발달해 각종 문화를 쉽게 접할수 있는 점이 문학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들의 당시 활동은 현재까지도 잘 보존되어 한국 문학사의 귀중한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2007년 개관…3인 자료·작품 6천700여점 한눈에
목포문학관
목포 앞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갓바위내 문화거리에 자리잡은 목포문학관. 대지 2천825㎡에 지상 2층 규모인 문화관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박화성관이 왼쪽에는 차범석관이 자리잡고 있다.
박화성관에는 한국 최초의 여류소설가로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박화성이 작품활동을 했던 집필실을 비롯, 한국 최초의 장편여류 소설로 1932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백화’를 신문에서 스크랩해 제작한 두권의 책자와 각종 저서들이 잘 정돈돼 있다.
특히 박화성의 작품활동의 배경이 됐던 1931년 당시의 목포부지도 눈길을 끈다.
목포문학관은 목포권역에 각각 흩어져 있던 박화성, 차범석, 김우진선생의 소장 자료 등을 한곳으로 모아 지난 2007년 개관한 3인 복합문학관이다.
각 전시관에는 평생동안 사용했던 유품들과 창작활동을 한 육필원고, 그리고 작품 6천789점(김우진 144점, 박화성 1천836점, 차범석 4천809점)이 전시돼 있다. 상설 전시관 외에도 기획전시실, 문학체험관, 창작교육실을 갖춰 다양한 전시를 비롯, 각종 공연과 세미나 등을 수시로 갖고 있다.
또 문학관 주변에는 박화성 문학비, 김현 문학비 등 문학인들의 문학비가 있다. 목포문학관은 매년 10월 박화성 문학페스티벌과 김우진 문학제, 차범석 연극공연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근대극 처음 도입한 극작가이자 연극평론가
김우진
수산(水山) 김우진(1897-1926년)은 자신이 겪은 시대고를 희곡속에 투영해 당시 계몽적 민족주의나 인도주의 및 감상주의에 머물렀던 기성문단을 뛰어넘은 선구자적 극작가였다.
특히 표현주의를 직접 작품으로 실험한 것은 그가 유일했다.
장성에서 당시 군수였던 김성규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와세다대학 영문과를 입학한 후부터는 다눈치오를 위시해 보들레르 등 독일과 프랑스시인들의 작품을 탐독해 그들로부터 서정성을 취했고, 영문과에 입학해서는 종합예술인 연극에 심취했다.
1920년 연극연구단체인 ‘극예술협회’를, 1921년에는 동우회순회연극단을 조직해 국내 순회공연을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목포로 귀향해 영농업체 사장으로 일하면서 시 50편, 희곡 5편, 소설 3편, 문학평론 20편을 남겼다. 또 5월회(Societe Mai)라는 목포지역 최초의 근대문학동인회를 결성해 리더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해박한 식견과 외국어 실력, 선구적 비평안으로 당대 연극계와 문단에 탁월한 이론을 제시한 평론가이며, 최초로 신극운동을 일으킨 연극평론가로 평가된다.
그러나 1926년 일본 시모노세끼를 떠나 부산으로 향하던 도쿠쥬마루 뱃전에서 가수 윤심덕과 함께 대한해협에서 자살했다. 당시 29세였다.
여성최초 장편 ‘백화’ 집필한 한국대표 소설가
박화성
소영 박화성(1903-1988)은 한국 문단에서 소설만 쓴 제 1기 여성작가이자 장편소설을 집필한 한국 최초의 여류 소설가로 평가된다.
12세에 목포 정명여고를 졸업한 후 서울 숙명여고보를 거쳐, 1926년 한국 여성 최초로 일본 여자대학교 영문학부를 졸업했다.
1927년 여성항일 구국운동 및 여성 자위향상 운동 단체인 ‘근우회’동경지부 창립대회에서 위원장으로 피선되기도 했다.
21세때 최초의 단편소설 ‘팔삭동’을 ‘자유예원’에 발표하고, 이광수의 추천을 받아 조선문단에 ‘추석전야’로 문단에 데뷔했다. ‘추석전야’는 목포에서는 최초로 생긴 방직공장의 여공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춘원은 “눈물로 써 읽은 작품이다”고 평가했다.
1932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장편소설 ‘백화’를 동아일보에 연재했고, 1985년 ‘달리는 아침’에 이르기까지 팔순을 넘어서도 왕성한 창장활동을 했다.
문단활동 60여년동안 장편 17편, 단편 62편을 비롯, 수필과 평론 등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사실주의 연극 완성…서민심리 추구 작품활동
차범석
차범석(1924-2006)은 한국적 개성이 뚜렷한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하는데 공헌한 대표적인 극작가이자 연출가다.
전후문학의 1세대이지만 전쟁이라는 주제에만 고착하지 않고 50여년 동안 철저한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대적 서민심리를 추구한 작품활동을 했다.
그는 목포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서중학교와 광주사범학교를 거쳐 1966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밀주’가 가작 입선되고 56년 같은 신문에 ‘귀향’이 당선됨으로써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했다. 6·25를 겪은 전후문학세대로서 사회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의식이 강한 작품을 주로 발표했다. 1963년에는 극단 ‘산하’를 창단하고 20여년 동안 대표로 활동해 한국의 현대극을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산불’ ‘전원일기’ ‘불모지’ 등이 있다.
기고/전남문학의 역사적 의미와 우리의 자세
이성관 전남문인협회 회장
전남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서 벽지 등의 지역적인 여건을 갖췄다. 이에 조선조에는 유배지로 대두되면서 진도 등의 외딴 섬이나 산간벽지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자연을 벗삼아 칩거했던 올곧은 선비들의 고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을 비관하기보다는 이를 승화시켜 찬란한 정신문화의 꽃을 피워 후대에 길이 빛나는 정신적인 자양을 제공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의 전범(典範)이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유배당하지 않고 권세를 휘두르며 고대광실(高臺廣室)에서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생활을 했더라면 당시는 부러운 것 없이 배부르고 따뜻했겠지만 이토록 찬란한 문학적 업적을 상상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별곡문학의 대가 정철과 송순 등이 머물러 살았던 담양의 가사문학을 비롯, 유배지 보길도에서 시가문학을 찬란히 꽃피웠던 윤선도의 창작의 산실이 바로 우리 전남이 아니었던가. 뿐이랴, 정철보다 25년 앞서 관서별곡(關西別曲)을 발표해 정철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 장흥의 백광홍 작품은 기행가사의 효시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문학적으로 자랑스러운 문맥을 이어온 우리 전남문단은 오랜동안 광주 전남이 하나가 되어 광주를 중심으로 모든 모임이나 행사 등이 이루어져 나온 관계로 아직도 문학을 비롯한 대부분의 문학단체들이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단체를 이루어가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크게 구분이 되지 않은 공존상태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전남은 그래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 당하고 보니 문명의 뒤켠에서 눈에 보이는 발전이 더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반짝이듯이 누가 뭐래도 전남은 의향(義鄕)이요 문향(文鄕)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누구보다 가장 먼저 일어선 곳이 전남이요, 시가문학의 정통을 이어가고 있는 곳 또한 전남이다. 산수가 아름답고 심성이 소박하고 고우며 어떠한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굳은 의지를 지니고 호남인의 기상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문림전남(文林全南)은 자랑스러운 선배 문인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어느 누구보다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찬란한 문학의 꽃이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다함께 거듭 나는 자세로 자신의 필력(筆力)을 더욱 갈고 다듬어야 할 줄 믿는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