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고향] 글솜씨·역사관·절개 갖춘 고결한 지식인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특별취재반 |
| 2011년 05월 09일(월)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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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역사관·절개<文><史><節>
구례읍 광의면 수월리. 구례읍에서 천은사 방향으로 8㎞ 거리에 있는 이곳에는 매천(梅泉) 황현(1855-1910)선생의 위패를 모신 매천사가 자리잡고 있다. 구례 야생화단지 맞은편에 자리잡은 매천사는 지리산 앞자락에 위치한데다 뒷편에는 소나수 숲과 저수지가 자리해 아늑한 느낌을 준다. 매천은 1902년 이곳으로 이사와 순절하기까지 8년간을 살았다. 사당 등 3개 건물로 구성된 매천사는 해마다 음력 3월 중절일이면 매천제를 올린다. 올해도 지난달 22일 전국에서 700여명의 유생과 후손들이 매천사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
매천 황현은 조선말기 대표적인 시인이자 역사가, 애국지사다.
그는 따뜻한 감성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2천500여수의 시를 남긴 탁월한 시인이자 비판적 입장에서 자신이 사는 시대를 정확히 기록한 위대한 역사가였다. 게다가 위기의 시대에 죽음으로써 절개를 지킨 지조높은 선비였다. 그래서 그를 문(文), 사(史), 절(節)을 갖춘 고결한 지식인으로 평가한다.
황현은 광양군 문독봉 밑 서석촌에서 몰락한 시골 선비 황시묵과 풍천 노씨 사이에서 2남 3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1세때 스승을 찾아 구례로 유학을 갔다. 구례 광의면 지천리 천변마을은 구례의 명문가 개성왕씨의 세거지였는데 그곳에는 호남의 대학자 왕석보(1816-1868)가 칩거하고 있었다.
매천은 왕석보와 그의 장남 사각(1836-1895)부자를 사사하였고, 사각의 동생인 사찬과는 평생 문우 관계를 맺었다. 매천은 천부적인 문장가였지만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1883년 부모의 권유에 따라 특별보거과라는 과거시험에 응시했다. 문제는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을 적어내라는 것이었는데 관리들이 모두 깜짝 놀랄 정도로 내용과 문장이 탁월했다. 모두 1등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시골 출신이라는 이유로 2등을 했다. 매천은 격분해 귀향하고 말았다.
매천은 광양에서 구례군 만수동으로 이주해 자리를 잡고 독서생활에 들어갔다. 그러나 벼슬은 안해도 좋으니 과거에 합격해 집안의 체통을 세우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뜻에 따라 생원회시에 응시, 장원 급제해 성균관 생원이 됐다. 이때 나이 34세니 만학이었다.
그는 벼슬에 생각이 없었다.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답답해 낙향에 ‘구안실’이란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나 현실을 전혀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철저한 수구사상가로 분류된다. 다만 수구사상가라해서 당시의 수구파 정권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수구파 정객들을 누구보다 미워했고 저주했다. 매천은 현실정치에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고 적극적인 비판자였다.
매천은 1899년 ‘시국에 대한 상소문’을 적어 후세에 남겼다. ‘언소사’가 그것이다. 그는 언소사에서 아홉가지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나라가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화근은 잘못된 개화정책의 시행에 있다고 전제했다. 그런 의미에서 1894년 이른바 갑오경장은 결코 개혁이 아니라 일제와 그 앞잡이들의 변란이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술국치의 울분을 참지 못한 매천은 “선비는 오로지 당당히 죽어야 한다”며 1910년 9월10일 56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매천의 역사정신은 후세에도 이어져 민족사학자 박은식, 신채호, 송상도, 정인보 등으로 이어져 일제하의 항일 민족사학이 형성됐다.
◇역사정신 깃든 매천야록
그가 쓴 ‘매천야록’은 후대에 쓴 사서가 아니라 매천이 살아 있던 현대사를 담아냈다. 그는 고종 원년(1864년)부터 시작해 1910년까지 47년간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그는 이 책에서 왕이나 집권층의 무능이나 비리를 숨김없이 고발했다. 그래서 다른 사서에서는 볼수 없었던 ‘비사’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다. 매천야록에는 우리의 역사정신, 즉 사혼(史魂)이 깃들여 있다. 불의를 보고 용납하지 않은 정의감이 충만해 있다.
매천은 조선왕조는 500년이 넘는 동안 처음에는 유교를 숭상하는 유학자들이 서로 화합해 나라를 잘 다스리다 점차 권력에 취한 유림들이 갈라서더니 미쳐서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게 되어 정치는 그들이 일어나고 자빠지는 것으로 꾸몄다. 따라서 당쟁이야 말로 망국의 궁극적인 원인이 된 곳이다. 이른바 사색당쟁(四色黨爭)이라는 것이 나라를 망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매천야록은 뜨거운 정의감을 갖고 역사를 비판한 산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만일 매천야록이 없었다면 조선왕조 말기의 사실들이 인멸돼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매천야록은 ‘삼국유사’처럼 귀중한 역사서가 되고 있다.
인터뷰 / “매천기념관 건립 힘쓸 터”
이영렬 매천사 창의회 총무
“매천선생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이영렬 매천사 창의회 총무는 “현재의 매천사를 보다 더 확대해 각종 자료와 문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알리기 위해 기념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무는 “지난해 매천선생 타계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 건립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창의회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준비중이다”고 말했다.
‘매천 황현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이곳 매천사로 와야 한다’는 목표로 모든 자료를 집대성해 이제는 체계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매천사를 관리하고 있는 이 총무는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1천700여명이 매천사를 찾았다”며 “대부분 학생과 황현 선생을 연구하는 분들이 주류지만 갈수록 다양한 분야에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조선말기 대표적인 시인이자 역사가였던 매천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음력 3월이면 전국에서 유생들이 찾고 있다”며 “올해도 지난달 22일 700여명이 찾아 제사를 올렸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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