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장의 1박2일 ‘현장소통’ 행보 박연오 경제부장

2011년 06월 07일(화) 00:00

우리는 흔히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두고 공직자 또는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가로부터 녹봉을 받으면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사심 없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올바른 공직자는 기강이 바로 서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정신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 제작을 하노라면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아 마치 비리에 얼룩진 사회에서 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저축은행의 경영을 감시하라고 임명된 감사가 경영진의 비리를 눈감아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검찰의 한 수사관은 저축은행 대표에게 검찰 수사정보를 몰래 제공해 주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에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국정조사를 통해 정관계 실세의 개입 여부가 드러날 수 있는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면서 여야의 첨예한 각축의 장이 벌어질 판세다. 급기야는 “대검 중수부 폐지와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정세가 이러다 보니 며칠 전 새로 임명된 장관들이 취임하자마자 생생한 현장의 민심을 듣는다며 일제히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직무와 관련된 현장에 많이 가서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기인한 것이다.
물론 모든 공직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다소 씁쓸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일선 현장을 누비며 소통을 하는 고위공직자도 있어 다소위안이 된다.
지난 주 최규연 조달청장이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다녀갔다. 경제부처의 한 수장이 광주를 다녀간 것도 드문 일이지만 1박 2일의 빡빡한 일정으로 현장을 챙기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치성이 농후한 고위관료의 지방순시는 소리만 요란한 형식에 그치고, 하루 밤 묵어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규연 조달청장은 지역경제인과의 간담회에 이어 우수조달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지역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현장 2군데와 중소기업 생산현장도 3군데나 돌아보면서 무엇이 문제이고, 자신이 무엇을 도와야 할지를 몸소 챙겼다.
필자는 이러한 최 청장의 순시행보를 보면서 진정으로 일선 현장과 소통을 하려는 관료의 자세에 새삼 감동을 받았다.
최 청장이 광주지역을 방문하고 나서 얼마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가 광주를 방문하면서 현장을 꼼꼼히 챙기고 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지방청에 근무하는 공복들에게는 큰 시사점이 됐으리라 본다.
각종 미디어의 발달로 소통의 도구는 풍부하지만 올바른 소통 방법에서는 아직도 헤매고 있다. 소통 도구는 다양해졌지만 진정한 소통 부재는 여전한 상황이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현대인을 온몸에 날카로운 가시가 송송히 박힌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주변 사람들과의 인간적 대화와 교류를 단절시키고 있는 산업화·도시화의 과정 속에서 자기만을 보호하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즉, 이기적인 자기방어 본능이 고슴도치와 같이 우리의 마음속에 가시를 돋게 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시가 서로를 찔러 상처를 주고 있다고 했다.
소통은 단순한 의사전달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고급 관료일수록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보다 많은 정부고위 관료가 최규연 조달청장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지방을 방문하길 기대해 본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올바른 소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