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 개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성수 특집기획부장

2011년 07월 19일(화) 00:00

한국인의 주식(主食)은 밥이다.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도 밥을 먹고 있지만 우리처럼 매일 세끼 밥을 주식으로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밥 먹었어?’ 라는 말은 곧 ‘식사했어?’ 라는 의미로 통한다.
이같은 우리의 밥 문화는 역사적으로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우리 민족은 조, 수수, 콩, 보리 등 곡식으로 밥을 해 먹었다. 이후 식생활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다양한 먹을거리가 생기고, 음식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현재도 여전히 밥이 주식이다.
그러나 밥은 많은 잔반(殘班·먹고 남은 음식찌꺼기)을 수반한다. 밥상에는 다양한 반찬과 음식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잔반 발생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서 발생한 음식쓰레기 양은 지난 2009년 기준 연간 1만4천여t에 이른다. 이는 전체 음식물의 1/7이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잔반은 막대한 경제적 낭비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국내에서는 음식쓰레기로 연간 18조원이 낭비된다고 한다. 잔반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에서는 지난 2007년 남은음식 재활용 금지에 이어 내년부터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시행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중이다.
관건은 의지 및 실행이다. 누구나 잔반을 없애고 음식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실천으로 옮겨지는 비율은 그리 많지 않는게 현실이다. 근래들어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다. 강제성이 없는데다 그릇된 음식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문화 개선은 많은 비용이나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당장, 또 누구나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생활운동이다. 게다가 다른 것과는 달리 한번 정착되면 바로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일거다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최선의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단체 및 기업체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절대적이다.
전남도와 일부 기업체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음식문화에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국제수준의 음식문화를 위해서는 국과 찌게 등을 함께 떠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 심지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장병에 많이 걸린 것은 함께 떠먹는 습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문화 개선을 위해 개인찬기 사용 등을 강조한다. 이같은 의지는 정책으로 반영돼 추진되면서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중견기업인 우리로광통신㈜과 같은 계열사인 ㈜무등이 가장 모범적인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0여명이 매일 구내식당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지만 잔반이 거의 없다. 어쩌다 김치 등이 잔반으로 나오면 십중팔구 외부인이 와서 식사 한 경우란다.
이 회사가 잔반 없애기에 나선 것은 13년전 IMF때 일감이 없어 김국웅 회장이 전 직원들과 함께 강원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연수를 받으면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것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직접 휘장을 두르고 솔선해 식당 배식구 앞에서 ‘잔반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펼치니 3개월만에 정착됐다”고 했다.
전남도청이나 우리로광통신의 잔반없애기 운동은 전적으로 리더의 의지로 시작돼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박 지사나 김 회장의 음식문화 개선 실천은 개인적인 성향일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본지를 비롯한 음식업중앙회, 주부단체 등 여러 사회 단체에서 국제수준의 음식문화 개선으로 경제 낭비를 줄이고 환경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잔반없애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캠페인이 큰 성과를 거두려면 시·도민 스스로 동참하는 자발적 참여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크다.
잔반을 20%만 줄여도 연간 처리비용 1천600억원등 총 5천억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광주·전남이 음식문화 개선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기위한 리더십과 시도민의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