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들 위해 임대주택 늘려야 박연오 경제부장

2011년 07월 26일(화) 00:00

국토해양부는 25일 보금자리주택지구 소재 시·군·구에서 건설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 사업의 임대주택 건립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밝혔다.
빠르면 다음달 국회에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임대주택 의무건립비율을 하향 하려는 것은 최근 수도권지역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인근 아파트 값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의 생각은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만큼 정비사업의 임대아파트 비중을 줄이고,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따른 여러 논란의 여지도 줄인다는 판단이다.
이렇게 되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 사업의 일반분양분이 늘어나 재건축 사업성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 국내 주택시장은 전셋값 폭등으로 집 없는 서민층과 빈민층은 갈수록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올라간 전셋값을 감당하기 위해 빚이라도 내려고 하지만 신용등급의 장벽으로 그마저도 엄두도 못 낼 지경이다. 결국 이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주거조건을 낮춰 갈 수밖에 없어 항상 주거환경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주거안정은 요원한 딴 세상의 일이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주거복지가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국내 사회현실의 일면이기도 하다. 특히 도시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는 관심에서 벗어나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주택정책은 주택건설 확대와 주택보급률 증대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고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향상은 정책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월 소득 최저생계비(4인 가구 136만3천원)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가 총 3만2천600여 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소유자는 1천650가구로 약 5%에 불과해 수도권지역 인천시 6.6%보다도 훨씬 못 미치는 실정이다.
우리의 주거정책은 오랫동안 개발정책의 일환이었고 주거정책이 경기활성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그러다 어는 한 순간에는 사회정책으로 인식되는 등 주거정책의 기본목표가 불분명할 정도로 오락가락인 경우가 허다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과 양극화의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주거정책에 복지의 개념을 도입키도 했으나 불과 얼마 되지 않아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올 들어만 수차례에 걸쳐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는 단기 대책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정한 임대주택 정책은 실종된 느낌마저 든다.
서구 선진국의 경우 20세기 초반부터 최저주거기준을 제도화해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주거복지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정책은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에서 1980년대 이후 수요자 중심의 바우처 지원으로 변화하면서 저소득층들이 효율적으로 경제적 자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거복지정책은 주거지원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립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광주시도 주택바우처 제도 등 저소득층을 위한 중장기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비기금 부족이 큰 장벽이다. 정비기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거복지정책 다각화는 엄두도 못 낼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주요 재원인 도시계획세가 시세에서 구세인 재산세로 전환되면서 정비기금 확충은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주거권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값싼 임대주택 건설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
임대아파트는 전세 집마저 구하지 못해 매년 이사철만 되면 전전긍긍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최고의 수단이자 탈출구다.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진정한 주택정책이 뒷전에 밀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