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고향] 미처 날지 못하고 꺾여버린 大鵬의 꿈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특별취재반 |
| 2011년 08월 08일(월) 00:00 |
|
역사를 돌이켜보면 탁월한 능력을 지녔음에도 현실이 용납하지 못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인물이 적지 않다. 조선시대 송시열과 대립각을 세웠던 윤휴나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활동했던 민족주의자 여운형이 그러하다. 이같은 인물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역사현장 밖에서 민중에 의해, 민중의 영웅으로 재창조되는 경우가 많다. 호남지역 대표적 의병장인 김덕령(金德齡·1567-1596)의 삶도 마찬가지다.
<대붕>
◇임진왜란때 영남 서부지역 방어
선조가 즉위한 1567년 광주에서 태어난 김덕령의 본관은 광산, 자는 경수(景樹)다. 아버지는 붕섭(鵬燮)이며, 어머니는 남평반씨로 직장(直長) 계종의 딸이다.
20세에 형 덕홍과 함께 성휘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25세 때인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형과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고경명의 막하에서 전라도 경내로 침입하는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전주에 이르렀을 때 돌아가 어머니를 봉양하라는 형의 권고에 따라 귀향했다. 형은 고경명의 참모로 금산 전투에 참여했다 순국한다.
1593년 어머니 상중에 담양부사 이사린, 장성현감 이귀 등의 권유로 담양에서 5천명을 모집, 의병을 일으켜 그 세력을 크게 떨쳤다. 당시 선조로부터 형조좌랑의 직함과 함께 충용장(忠勇將)의 군호를 받았다.
1594년 세자의 분조(分朝)로 세워진 무군사(撫軍司)에 지력과 용맹이 알려져 세자로부터 익호장군(翼虎將軍)의 칭호를 받고 이어 선조로부터 다시 초승장군(超乘將軍)의 군호를 받았다. 그 뒤 최담년을 별장으로 해 남원에 머물다 다시 진주로 옮겼다. 이때 조정에서는 작전상의 통솔과 군량조달의 문제로 각처의 의병을 통합, 충용군에 속하도록 했다.
이로써 김덕령은 의병장이 돼 곽재우와 함께 권율의 막하에서 영남 서부지역의 방어임무를 맡았다.
왜적의 전라도 침입을 막기 위해 진해·고성 사이에 주둔하며 적과 대치했으나 이때 강화회담이 진행중이어서 별다른 전투상황도 없고, 또 군량의 부족으로 예하 3천여명 중 호남 출신 500여명만 남기고 모두 귀농시켰다.
그해 10월 거제도의 왜적을 수륙양면으로 공격할 때 선봉장으로 활약해 크게 무찌르고 이어 1595년 고성에 상륙하려는 왜적을 기습, 격퇴했다.
|
◇정치적 무고로 비극적인 최후
안타깝게도 이후 전시상황은 김덕령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며 왜구와 싸울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명나라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구와 화의가 진행돼 급기야 명의 주장으로 전투 중지령이 내려져 많은 의병이 정세만 관망하고 있었다. 또 의병 가운데는 적당히 때만 넘기려는 누락자가 상당수 있었고 군량과 병기가 부족해 사기는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김덕령은 진주에서 전쟁 준비를 마치고 싸우겠다고 요청했으나 허락을 받지 못했다. 적군을 눈 앞에 두고도 싸우지 못하는 울분과 점점 불리해지는 주위 여건을 쇄신시키기 위해 그는 군법을 엄하게 세웠다. 그러다 보니 막료·군졸간에 불평의 소리가 높았고 조정에서도 실망한 나머지 그에 대한 논의가 빈번히 제기됐다.
조정의 평가가 악화된 계기는 무고 때문이었다. 한번은 태만한 역졸을 죽이고 도망간 군사 대신 그의 아버지를 잡아와 치죄하려 했는데 그 군사는 윤근수의 노비였다. 마침 남방을 순시 중이던 윤근수가 이를 알고 김덕령에게 석방 요청을 했다.
그러나 김덕령은 윤근수가 돌아간 뒤 그 노비를 처형하고 말았다. 이 일로 앙심을 품은 윤근수는 “김덕령은 신의가 없고 살인을 좋아하며 장수의 자질이 없는 자”라고 모함, 결국 김덕령은 옥에 갇히고 말았다. 이후 곧 풀려났으나 이 일로 김덕령에 대한 조정의 기대와 평가는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김덕령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몽학이 충청도 홍산을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그들은 청양·대흥 등지를 함락시키고 덕산까지 침입, 세력이 점점 커지자 권율이 토벌군을 거느리고 홍산으로 향하면서 김덕령에게 영남에 있는 항복한 왜군을 이끌고 오게 했다.
김덕령은 저간의 사정을 모른 채 권율의 명을 받고 진압을 위해 운봉에 갔으나 이미 진압된 다음이었다. 이 때 김덕령은 권율에게 고향에 가겠다는 뜻을 알렸으나 허락을 얻지 못해 진주로 다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영문을 모른 채 권율에 의해 체포된다. 권율이 이몽학의 진중에서 김덕령과 관련된 문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덕령은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충청도체찰사 종사관 신경행과 모속관 한현의 무고로 최담년·곽재우·고언백·홍계남 등과 함께 체포됐다.
김덕령은 여덟 차례의 심한 고문을 당해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부서졌다. 무죄를 끝까지 주장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심한 고문을 당한 데다, 그의 용력을 의심해 큰 나무토막을 묶어 옥문을 출입토록 해 결국 형장 아래서 1596년 29세라는 나이에 죽고 말았다.
이 때문에 김덕령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억울한 죄목을 얽은 당시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661년 신원돼 관작이 복구되고 1668년 병조참의에 추증됐다. 1681년 다시 병조판서로 추증되고 1710년 봉사손인 수신도 녹용됐다. 1788년 의정부좌참찬에 추증되고 부조특명이 내려졌다. 1678년 광주의 벽진서원에 제향됐으며 이듬해 의열사로 사액됐다. 사호는 충장(忠壯)이다. 광주의 대표적 번화가인 충장로도 그의 사호에서 따왔다.
|
◇애국혼 그대로 담긴 광주 충장사
김덕령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충장사는 광주시 북구 금곡동에 있는 사당이다. 1975년 2월 조성됐으며 경내에는 김덕령의 영정과 교지가 봉안돼 있는 사우 충장사, 동재, 서재, 은륜비각, 해설비, 유물관, 충용문, 익호문 등이 세워져 있다.
유물관에는 중요민속자료 제111호 김덕령장군 의복과 장군의 묘에서 출토된 관곽, 친필 등이 전시돼 있다. 사당 뒤쪽 언덕에는 김덕령의 묘와 묘비가 있으며 가족묘도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1965년 광산김씨의 무덤이 모여 있는 광주 무등산 이치(梨峙)에서 김덕령 장군의 묘를 이장할 때 출토된 김덕령장군 의복이 눈길을 끈다.
당시 출토된 그의 의복에는 조선시대 문무관이 외국에 사신으로 파견되거나 왕을 호위할 때, 또는 국난시 입었던 철릭의 여름용과 겨울용 2점, 두루마기와 같은 모습이지만 옷깃이 직선으로 곧아 이름 붙여진 직령포가 춘추용과 겨울용 4점, 저고리 1점, 바지 1점 등이 포함돼 있다.
충장사 인근인 충효동에는 광주시기념물 제4호 ‘충효동정려비각’이 있다. 비각 안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 김덕령과 정유재란 때 왜군의 추격을 받고 순절한 김덕령의 부인 홍양이씨, 임진왜란 때 금산에서 왜구와 싸우다 전사한 김덕령의 형 김덕홍, 효성이 지극했던 김덕령의 아우 김덕보를 기리는 비가 있다.
/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