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산림욕장’과 지자체 브랜드 박상원 사회부장

2011년 08월 09일(화) 00:00

올 여름 휴가철 때아닌 누드열풍이 불고 있다. 광주·전남을 넘어 전국 언론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 뉴스거리로 기초자치단체인 장흥의 작은 산림욕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일명 ‘누드 산림욕장’(공식 명칭 비비 에코토피아)으로 불리는 산림테라피(치유=therapy)다. 개장과 함께 거의 동시에 열린 물축제는 ‘누드 산림욕장’의 홍보효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9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대박을 터트렸다. 누드 산림욕은 풍욕의 개념으로 편백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는 행위다.
‘누드’라는 용어는 우리사회에 신드롬화된 현상중 하나다. 누드라는 명칭이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신비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누드의 본래 의미는 인간, 신, 악마 등의 인간적인 모습을 벌거벗은 모습으로 표현한 회화로 저속하거나 퇴폐적인 것은 아니다. 누드열풍은 현재 우리사회에 연예계 영역를 넘어 문화와 문학, 사회 전반에 심심찮게 불고 있다. IT산업의 발전은 누드 서비스 형태도 진화시켜 누드의 관심을 일반화시키고 있다. 누드는 특정인의 관심에서 인간의 내면적인 욕구분출의 하나로 트렌드화 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을 염두에 두고 아이디어를 상품화한 것은 아니겠지만 누드 산림욕장은 전국 언론의 대홍보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장흥의 브랜드를 전국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편백나무 숲의 아토피 치료 효과를 목격해 처음 아이디어를 낸 것이지만 ‘누드’라는 상징성과 치유라는 개념을 상품화해 지역 일자리 창출과 농산물 판매로 이어지게 한 것은 계절과 트렌드를 읽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잘 맞춘 결과다. 특히 누드라는 용어에 대해 풍속문제 등 논란의 여지가 많았지만 보완해 사업화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누드’를 활용해 사업화를 시도했지만 성공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09년 제주도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했던 ‘누드 비치’는 논란만 일으키고 중단된 상태다. 또 지난 2005년 강원도 고성군에서도 여성 전용 누드비치를 만들려다 주민의 반대에 밀려 계획을 백지화했다. 강릉의 유명 해수욕장에서도 누드 해수욕장으로 변경하려다 무산됐다. 이들의 실패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것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장흥 누드 산림욕장은 호기심에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는 산림 테라피, 웰빙 요소를 부각해 부정적 인식을 희석해 냈다.
산림테라피의 경우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독일은 3백곳에 산림 요양시설이 있으며, 소도시 바트뵈리스호펜의 숲 속 요양마을은 연인원 300만명이 방문하고 치유목적으로 90만명이 최소 하루 이상 머무르고 220곳에 숲속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기 양평, 강원 횡성, 전남 장성·장흥군에 치유의 숲이 조성돼 있다. 치유의 숲의 중심은 편백나무다. 편백나무는 침엽수 가운데 피톤치드양을 가장 많이 내뿜는다. 연구결과 편백나무 향기는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와 설사 폐렴 고열을 유발하는 레지오넬라균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소취·항진효과로 아토피에 좋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장흥군은 산림테라피=웰빙, 치유의 숲=피톤치드=편백나무의 등식화로 누드 산림욕장이 호기심을 넘어 누구나 한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곳으로 브랜드화했다. 산림테라피의 선도지역으로 산림 치유의 메카로 만들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누드 산림욕장이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드랜드를 개장해 4개월만에 10만명이 방문하는 등 편백나무 치유의 숲으로 명성을 날리며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지방화시대에 지자체가 갖는 경쟁력은 국가브랜드 제고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자체의 경쟁력을 선도하고 견인하는 역할은 단체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 경영은 단체장의 마인드와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미래가 달려있다. 경기도의 모 지자체의 경우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경영부실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누드 산림욕장의 스포트라이트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하지만 아이디어 사업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