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문화고향]‘학생대중 자각’ 3·1운동 이후 최대 항일투쟁 한국 문화의 고향 전라도 /특별취재반 |
| 2011년 09월 07일(수)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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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당시 각 학교에서는 식민지배와 노예교육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비밀결사가 끊임없이 조직됐다. 1920년대에는 6·10만세운동을 비롯, 학생들의 항일운동이 활발했다. 1921년부터 1928년까지 동맹휴학은 404건에 이른다. 즉, 학생들의 민족의식이 크게 함양된 것을 보여준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배경에는 성진회(醒進會)라는 학생 비밀결사의 존재와 광주고보·광주농업학교 등 지역내 학교들의 항일투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진회는 1926년 11월3일 조직돼 각 학교별로 사업을 전개했다. 광주고보, 광주사범, 광주농업, 광주여고보에도 조직이 구성됐다.
광주고보생들은 1924년 6월 일본인 학교인 광주중학과의 충돌 과정에서 일본 경찰이 일방적으로 광주고보 학생들을 구속한 것에 불만을 품고 동맹휴교를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광주지역에서도 학생들의 동맹휴교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바로 성진회는 조직적 기반을 바탕으로 1928년 광주고보와 광주농업학교 ‘맹휴’에 개입, ‘맹휴중앙본부’를 결성하는 등 운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했다. 1928년 6월 성진회는 각 학교별로 분산된 조직을 일률적으로 독서회로 개칭하고 이를 지도 통제하는 중앙기관으로 ‘독서회중앙본부’를 설치했다.
그 밑에 조사선전위원, 조직교양위원, 출판위원, 재정위원 등의 부서를 두는 등 조직정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성진회는 광주지역 학생들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나주역 한·일 학생 충돌로 촉발
광주학생운동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발생한 한국과 일본 학생간의 충돌이었다. 학생들의 통학 열차가 나주역에 도착할 무렵 일본인 학교인 광주중학생 후쿠다 오사미(福田修三)가 광주여자고보 한국인 여학생 박기옥(朴己玉)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자 광주고보생이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고보생과 광주중학생은 이미 여러 차례 충돌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이 사건을 둘러싸고 또 다시 일본 경찰이 조선인 학생만 처벌하자 광주고보생들은 분개했고 민족감정으로까지 격화됐다. 광주고보생들은 1929년 11월 3일 일제히 거리로 몰려나와 일대 시위운동에 나섰다. 이 날은 일본 사람에게는 명치절(明治節)이었고, 조선 사람에게는 마침 음력 10월 3일로 개천절(開天節)이었으며, 공교롭게도 성진회가 창립된 지 3주년 되는 날이었다.
또한 전남 산견(産繭)600만석 돌파 축하회가 있는 날이어서 시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시위대는 점차 늘어나 인근의 광주농업·광주사범학교 학생들도 합류했다. 학생들은 ‘조선독립만세’, ‘식민지 노예교육 철폐’를 외치며 시위했고 시위대에는 시민들도 합세, 인파는 순식간에 3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시위는 11월 3일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성진회는 곧바로 행동에 착수했다. 성진회 회장 장재성은 11월 4-5일께 광주 사회단체 간부와 협의 아래 학생투쟁지도본부를 결성했다. 이들은 성진회의 조직적 바탕을 총가동, 11월 12일 다시 학생들을 규합해 시가 행진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11월 7일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조선학생과학연구회 권유근(權遺根)·박일(朴日), 중앙청년동맹 부건(夫健) 등과 협의, 학생운동의 열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과 그 투쟁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11월 12일 광주고보생들은 계획대로 미리 준비한 격문을 배포하며 이미 구속된 학생들이 있는 광주형무소를 목표로 시위운동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광주여고보와 광주사범에 들러 시위 참가를 종용했지만 경찰과 교사의 제지로 무산됐다. 반면 광주농업학생들은 수업종을 신호로 교문을 나서 시가행진을 벌였다. 이날 배포된 격문 중에는 ‘전국 학생대표자회의 개최’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은 학생들이 이때부터 시위운동의 전국적 확산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들의 격문에는 ‘교우회의 자치권 확보’, ‘조선인 본위의 교육’, ‘식민지 노예교육제도 철폐’ 등 이전의 동맹휴학에서 나온 구호 외에 ‘일본제국주의 타도’, ‘피억압민족해방 만세’ 등의 민족문제를 담은 구호도 적혀 있었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문제 내지는 식민지 교육의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일본제국주의 통치 자체의 타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주목된다. 이 같은 구호는 그 후 학생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자주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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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학생시위는 일제의 언론통제로 신문에 잘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시위는 불길처럼 전국으로 번져갔다. 학생시위는 11월에 목포·나주 등 전남 인근지역으로 확산됐고 12월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서울까지 파급됐다. 서울에서는 12월 2일과 3일 학생들과 일반 민중의 총궐기를 호소하는 격문이 여러 학교에 살포됐으며, 5일에는 제2고보 학생들이 동맹휴교와 함께 가두진출을 기도했다. 7일에는 제1고보와 경신·중동학교에서 동맹휴학이 일어났다.
마침내 12월 9일 서울 학생들은 대대적인 제1차 항일시위에 들어간다. 이날 아침 경신학교 학생 300여명은 경찰의 저지를 뚫고 혜화동 지역까지 진출해 만세시위를 벌였으며, 보성학교생 400여명도 가두로 진출, 경신학교생과 합류했다. 또한 가두진출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숙명여고보·휘문고보에서도 학생들의 궐기가 있었다.
10일-13일까지 전개된 학생시위의 여파로 각 학교에서는 잇따라 맹휴가 일어났다. 이에 일제 당국은 12월 13일 조기 동계방학을 실시, 학생들의 시위를 잠재우려 했다. 한편 서울의 신간회 중앙에서는 조병옥(趙炳玉) 등 간부를 중심으로 광주학생운동에 호응하기 위해 민중운동자대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경찰 저지로 무산됐다. 이 사건으로 12월 13일 신간회 간부 44명과 자매 단체인 근우회 간부 47명이 검거됐다.
일제의 탄압과 방학으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던 학생운동은 해를 넘겨 1930년 1월 개학이 되자 다시 불붙었다. 1월 15일 서울시내의 각급 학교생 5천여명은 일제히 독립만세를 외치면서 시내로 쏟아져 나와 제2차 항일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이화여자고보·경성여자상업·숙명여자고보·진명여자고보 등 여학생들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1930년 1월과 2월의 학생시위와 동맹휴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도시로 확산됐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은 시위행진과 격문배포, 동맹휴교 등을 전개했다. 광주학생운동에 참여한 학교는 무려 149개교였으며 참여 학생수는 5만4천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시위의 주축이 된 중등학교 이상의 조선인 학생수가 약 9만2천명 정도였으니 당시 학생들의 참여가 어느 정도였는지 잘 알 수 있다.
◇학생대중 자각 독립운동사 큰 획
광주학생운동은 3·1운동 이후 최대의 항일 민족투쟁이었다. 또한 소수의 자각된 학생층이 아니라 학생 대중의 항일운동이라는 점에서 한국독립운동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은 3·1운동과 6·10만세운동 때에도 시위행진을 벌였지만 이때의 학생시위는 소수의 자각된 선구자로서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광주학생운동에서 학생층은 동맹휴교 등을 통해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문제를 바탕으로 학생 대중을 자각, 조직화시켰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학생층을 하나의 대중운동 역량으로 결집해 민족운동의 대열에 합류하고 나아가 이를 선도했던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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