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헬리’와 중증외상시스템

박상원 사회부장

2011년 09월 27일(화) 00:00

지난 22일 오후 전남도청 헬기장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전남 섬지역 응급환자 이송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될 응급환자 이송 전용헬기 ‘닥터 헬리’ 운항식이 있었다. 이날 전남과 인천에서 동시 운항에 나선 닥터헬리는 유로콥터 EC135 기종으로 실내공간이 약간 좁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헬기다. 최첨단 인공호흡기를 비롯 초음파기, 혈액검사기가 탑재되며 응급의학전문의 등 8명이 탑승할 수 있어 현장에서 웬만한 진단과 응급치료가 가능한 ‘하늘을 나는 응급실’이다.
닥터헬리는 생명이 위독한 중증외상 응급환자를 ‘골든 아워(Golden Hour 생명을 좌우하는 시간)’인 1시간이내 의료서비스를 하는 사업이다. 초기 응급처치와 신속한 이송, 병원 진료까지 일원화된 체계로 응급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8주동안 시범운영한 결과, 심정지·안면부 함몰 등 중증외상 환자 24명이 빠른 응급처치와 병원이송의 전문치료를 받았다. OECD 33개국 가운데 32개국은 이미 응급 전용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이번에 마지막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일본의 경우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응급의료 전용헬기 도입을 검토, 1999년 시범사업을 통해 현재 23대를 운용하고 있다. 닥터헬리는 증중환자의 신속한 이송으로 사망률 27%, 중증후유증 45%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치료비 절감 효과(46.1%)와 치료기간 감소효과(16.7일)를 나타냈다. 독일의 경우 헬기 도입후 외상사망률이 3분의 1로 감소하는 성과를 나타냈으며, 운영비용은 보험회사 또는 구급전용회사 등 민간기반 형태로 87%를 보험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3%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닥터헬리는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중증외상센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증외상센터를 떠받치는 중요한 장치가 닥터헬리이기 때문이다. 중증외상센터를 먼저 활성화한 뒤 닥터헬리를 도입하는게 순서이나 우선 닥터헬리 운영을 통해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이송하게된 점은 진일보한 발전이다. 지난 1월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가 살려내면서 중증외상센터 건립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대통령과 응급의학계가 권역별 건립을 제기했으나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결여로 추진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해마다 중증외상 환자는 증가 일로에 있다. 연간 75만명이 외상사고를 당하고 이 가운데 3만명이 숨진다. 사망자 3명중 1명은 제때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환자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지난해 35%에 이르고 있으며 이 수치는 1998년 50%, 2004년 40%에서 그나마 개선된 수치다. 미국은 15%, 일본은 10%로 우리나라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방가능한 사망률 줄이기의 관건은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을 할 수 있는 닥터헬리와 중증 환자를 제때에 치료하는 중증외상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22일부터 운항에 들어간 닥터헬리의 성공조건으로 허 탁 전남대의대 응급의학교실 주임교수는 소방과의 긴밀한 연계체계 구축을 강조한다. 그동안 국가 및 지방사업에서 유관기관의 연계부족은 고질병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허교수는 닥터헬리 표준운영지침을 제정해 환자이송에 엄격한 이송기준 적용 등 효율적인 관리체계를 만들고, 중앙차원의 전폭적인 사업비 지원 확대를 꼽았다. 현재의 국비 70%, 지방비 30%는 지방정부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취약한 전남도의 재정으로는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는 것. 일본은 재정여건이 미흡한 경우 국비를 90%지원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 44세이하 사망원인 1위는 중증외상이다. 전체 연령대에서도 암, 심혈관질환에 이어 3위다. 젊은 연령층의 생명을 담보로 중증외상시스템을 갖추지 않는 것보다 중증외상시스템을 통해 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중증외상센터와 닥터헬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317049200226841013
프린트 시간 : 2023년 11월 30일 07:2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