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청백당’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경수 부국장 겸 사회부장

2011년 10월 04일(화) 00:00

최근 장성에 명물이 하나 등장했다. 조선시대 3대 청백리의 한 사람인 아곡(莪谷) 박수량(1491-1554년)의 청렴한 삶을 되새기는 공간이 탄생했다. 황룡면 아곡리 그의 고향에 그 옛날 임금으로부터 하사 받은 집, 청백당(淸白堂)이 부활한 것이다.
이 청백당은 단순히 숙박 기능을 하는 집으로서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니라 그의 정신을 살려 공직자의 청렴교육장으로 활용,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며칠 전에는 중앙공무원교육원 5급(사무관) 승진자 과정 교육생 82명이 이곳에서 1박2일 동안 청렴교육을 받기도 했다.
공직자들의 청렴은 시대를 막론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됐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 입문의 기본서라 할 수 있는 목민심서에서 “청렴은 수령의 본무(本務)요 모든 선(善)의 근원이며 덕(德)의 바탕이므로, 청렴해야 백성이 따르고 충성을 할 수 있다”라며, 지도자의 기본정신으로 청렴을 제일로 꼽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개탄스러운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은 고위 공직자들을 간택할 때마다 빠짐없이 촌극이 빚어지곤 한다. 이름깨나 알려진 명사를 골라 높은 자리를 맡기려고 청문회를 벌이면 어김없이 재산 형성과정에서 말썽이 드러난다.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농지 불법 매입이 문제가 되자 “땅을 사랑해서 절대농지를 사들였다”라고 대답하는 내정자가 있는가 하면 어느 장관 내정자는 2억 원이나 되는 골프장 회원권을 싸구려 회원권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현실이 이렇기에 청백리의 표상, 아곡 박수량의 삶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황룡면 아치실에서 태어난 그는 과거에 급제한 후 승정원 동부승지, 형조판서, 한성판윤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청빈하고 꼿꼿한 관료로서 그에 관한 일화가 여럿 전해진다. 그 중에서 그가 죽은 뒤 그의 묘지 앞에 세워진 묘비가 그의 일생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황룡면 금호리 산기슭에는 높이 1m 남짓한 조그마한 비가 서 있다. 그런데 그 비석에는 아무런 글도 새겨져 있지 않다. 문자 그대로 ‘백비’인 것이다. 화려한 수식어 한 자 없이 그저 돌 자체가 묘비명인 이 백비는 그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수량은 세상을 떠나면서 후손들에게 “묘를 크게 쓰지 말고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자손들은 선생의 뜻을 받들어 장사는 지냈는데 임금이 그 소식을 듣고 돌을 하사하며 비를 만들도록 했다. 다만 비문을 쓰지 말고 백비를 세우도록 했다. 이는 새삼스럽게 비문을 새겨 박수량의 뜻을 훼손할까 염려한 것이다. 비에다 문자로 그의 청렴을 말하는 것 자체가 그의 삶에 흠이 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당시에 두 번이나 청백리에 뽑혔던 그는 38년간 공직에 몸 담으며 서울시장격인 한성판윤 등 고위직을 역임했지만, 아치실에 있는 고향집 초가는 비가 샜으며, 죽어서는 고향에 내려올 장례비조차 없어 임금이 장례비용을 지원했을 정도였다.
그의 청빈함을 확인한 임금이 고향 아곡리에 집을 지어주고 청백당이란 이름을 내렸다.
세월이 흘러, 사라진 청백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장성군은 아치실 홍길동테마파크에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 등 16개의 방을 갖춘 한옥을 지었다.
장성군은 단순히 사라진 청백당을 복원한 것이 아니다. 이곳을 청백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청백당에서 중앙부처와 전국 자치단체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공직관 확립을 위한 청백리 정신 현장체험’을 진행하기로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공직사회와 관련 어느 시대나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직한 인물이 공직자로 발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은 청렴이 자리잡아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복(公僕)이라고 불리는 공직자 모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이렇게 청렴이 강조되는 시대에 이를 실천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려는 장성군과 그 중심을 이루는 청백당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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