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후폭풍과 ‘민주당의 위기’ 박상원 정치부장

2011년 11월 01일(화) 00:00

10·26재보선 후폭풍에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정당 후보가 아닌 시민사회단체 출신 박원순 후보가 범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인적쇄신’과 ‘통합주도권’을 싸고 소용돌이 치고 있다.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도가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세력에 대한 지지로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유의미한 흐름을 던져주고 있다. 기존 정당의 구태의연한 행태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 우리사회의 확고부동한 보수층의 존재를 재인식시켜 주었다.
지난 29일 한겨레신문과 한국사회연론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10·26재보선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세력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 등 한나라세력’ 40%, ‘안철수·박원순이 참여한 제3세력’ 39.3%, ‘손학규·정동영 등 민주당세력’ 11.1%, ‘진보정당세력’ 1.9%로 나타났다. 선호도는 특정 정당과 그 주변의 조직·인물까지 포괄해 물어보는 것으로, 미래의 정치적 잠재력을 가늠해 볼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지율 격차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민주당은 매우 컸다. 범야권통합과 관련 민주당이 지지세력 결집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안철수·박원순 등 제3세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0·26재보선 후 범야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통합의 거대한 물결의 키를 잡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현역 정치인의 조바심은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시민정치세력의 부상은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의 표출이다. 민주당이 인적쇄신을 비롯 과감한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이 지지층을 설득하고 대통합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회를 선점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의 의미는 시민정치의 확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 등 범야권세력이 통합과 연대에 성공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의회권력과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통합과 연대를 위한 주도권과 그 방법이 과제다.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통합과 연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시민사회세력이 그대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 통합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더 큰 민주당을 원하는 국민의 여망과 변화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통합에 적극 나설 태세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도 변수지만 현재로선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는 않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80, 90년대 희생을 거치면서 민주화를 이룬 사람들을 무시하고 바깥세력이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안된다’며 안교수가 제3세력을 만들어 국정심판을 흩뜨리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시장과 안 원장이 부인하거나 입을 다물고 있지만 주변에선 여전히 신당창당 요구가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시민사회세력은 야권통합 추진에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야권통합이 지지부진할 경우 안 원장의 조기 등판과 신당창당설은 힘을 얻을 수 있다.
통합 움직임과 관련 민주당 내부에서의 반발도 만만찮다. 차기 당권주자로 나서는 김부겸의원은 ‘민주당이 젊은세대에 외면당하는 위기에 직면했고 정당으로서 존립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지도부 총사퇴 등 환골탈태할 것을 주문했다. 지역 국회의원 16명도 ‘야권 통합 과정에 국민적 명분과 민주당의 정체성이 유지될 수 있는 원칙과 절차가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통합’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기존 민주당 탈당세력과 민노당 등 정체성이 다른 정당과의 통합에는 사실상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민심을 외면한 정당들의 행태다. 진정성을 갖고 창당의 심정으로 인적쇄신과 운영방식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정당이 시민사회세력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의 민심을 대변하려면 백의종군의 자세로 정신 바짝차려야 한다.